전문가 칼럼
‘죽은 인터넷의 사회’가 미치는 파장은?[한세희 IT 칼럼니스트]
- 최근 다시 주목 받는 ‘죽은 인터넷 이론’
이런 사람을 볼 때 혹시 사람이 아니라 ‘봇’(bot)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봇이란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자동화된 소프트웨어 로봇을 말한다. 검색 엔진이 인터넷의 정보를 색인하기 위해 웹페이지에 보내 내용을 긁어오게 하는 ‘크롤러’(crawler)가 대표적이다. X (구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에는 예전부터 일정한 주제의 내용을 정기적으로 자동 게재하는 봇 계정이 많이 활동했다.
인터넷 활동에 과몰입한 사람을 봇이라 부르는 건 장난 섞인 비유지만, 우리가 인터넷에서 봇을 접할 확률은 계속 커지고 있다. 봇의 활동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모델 학습을 위해 웹에서 콘텐츠를 긁어오는 ‘AI 크롤러’가 늘었다. 아카마이테크놀로지스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AI 봇이 전체 자동화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0% 이상 증가했다.
인터넷엔 사람보다 봇이 더 많아
언론사나 콘텐츠 기업 웹페이지에서 긁어온 내용으로 학습한 AI 모델이 이제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즉각 정리해 제공하게 되면서, 검색을 통해 찾아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기존 콘텐츠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지는 상황이다.
봇은 전자 상거래 사이트나 여행 사이트에서 쉴 새 없이 상품이나 가격 정보를 확인하기도 한다. 이런 정보를 이용해 가격이나 상품 구성을 조정하고, 심지어 한정판 제품이나 콘서트 티켓을 선점하는 등 반칙 또는 사기에 활용하기도 한다.
정보보호 기업 임퍼바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웹 트래픽에서 인간 활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49%로 사상 처음으로 절반 밑으로 내려갔다. 봇의 활동이 전체 트래픽의 51%로 더 많았다. 더구나 온라인 비즈니스를 방해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운영되는 ‘나쁜 봇’(bad bot)이 37%로 일반적인 ‘착한 봇’(14%)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가 인터넷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상호작용은 사람이 아니라 봇에 의한 것이고, 이미 사람은 인터넷에서 소외된 상태라는 이른바 ‘죽은 인터넷 이론’(Dead Internet Theory)이 새 힘을 얻고 있다.
인터넷은 이미 죽었나?
죽은 인터넷 이론은 2021년경 등장한 음모론이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보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AI와 봇이 만든 것이고, 우리가 사람이라 생각하며 대화하는 상대방은 실은 봇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은 이미 황폐한 공간인데, 각 개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온라인에서 봇과 대화하며 상호작용의 ‘환상’에 빠져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음모론이긴 하지만, 가볍게 기각하기엔 왠지 그럴듯해 보인다. 요즘 들어선 더욱 그렇다. 최근 생성형 AI의 발전은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AI 봇이나 가짜 계정의 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여주었다. AI가 실제 사람처럼 글 쓰고, 대화하고, 이미지와 영상을 만드는 판에 이들이 인터넷에서 사람 행세를 하고 다닌다 해서 우리가 구분할 수 있을까? 어차피 인터넷에선 랜선 너머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존재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지 않나?
이미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엔 AI로 쇼츠 영상이나 블로그, 링크드인 콘텐츠 생성을 자동화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성공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가 넘쳐난다.
과거엔 소셜 미디어에서 전문적 지식이나 통찰, 흥미로운 최신 동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게시물을 보며 내공과 감탄을 느꼈다면, 이제는 어느 AI 모델을 써서 짜깁기한 내용일지가 먼저 궁금해진다.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넘기며 귀여운 아기나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하는 영상을 보다가 문득 이들이 진짜 사람을 촬영한 것인지, 혹은 AI로 정교하게 생성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영상에 표시된 ‘좋아요‘나 댓글은 진짜 사람이 와서 누르거나 쓴 것일까?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붙은 리뷰는? 가짜 계정과 봇을 이용한 ‘좋아요’ 장사나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포털 뉴스 댓글 공작의 전례들을 볼 때, 이러한 활동을 AI를 이용해 보다 고도화하는 시도가 활발할 것이란 점은 쉽게 예측 가능하다.
테크 산업의 거물들도 이런 의문에 뜻을 같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런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할 당시 당초 생각보다 ‘봇‘에 의한 트래픽이 크다며, 즉 가치가 고평가됐다며 인수 의사를 번복하기도 했다. 인수 후 X에 봇이 충분히 줄어들지 않았는지, 머스크와 앙숙인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최근 AI 봇 확산에 우려를 표하며 “X에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운영하는 계정이 정말 많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 창업자 알렉시스 오헤니언도 “인터넷의 상당 부분은 이제 그냥 죽었다”고 말했다.
AI가 만드는 멋진 신세계
AI 기술 확산과 함께 이런 추세는 더 강해질 것이다. 구글은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영상을 만드는 ‘나노 바나나’ 모델을 이미 ‘제미나이’에 적용했다. 아마존은 상품 설명과 리뷰를 AI로 자동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에 AI를 적용해 글이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메타가 원하는 가상현실 기반 ‘메타버스’가 현실화된다면, 그 세계에서 나의 아바타가 만나는 다른 아바타들의 뒤엔 과연 실제 사람이 있을까? 모두가 아바타인 가상 세계 안에서 사람과 AI가 아무 구분 없이 섞여 지낸다 한들 특별히 어색하진 않을 듯하다.
더구나 AI는 더욱 설득력 있는 알고리즘으로 우리를 플랫폼에 붙잡아 둘 수 있다. 나에 맞춰 초개인화된 AI 페르소나를 가장 적절할 때 노출하는 AI 알고리즘을 상상해 본다. 플랫폼 기업의 이해관계에 맞춘 알고리즘의 물결에 단지 떠밀려 다닌다면, 확실히 인터넷은 죽은 곳이 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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