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K-콘텐츠의 인기와 중국인 단체 무비자 입국 허용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 입국이 늘면서 패션 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명동·홍대·성수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지역을 중심으로 K-패션 브랜드의 SPA(제조·유통 일괄) 매장이 쇼핑 필수 코스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70만2813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9월의 116.7% 수준으로, 1년 전보다는 16.3% 증가했다.

올해 1∼9월 방한객은 1408만명으로 1213만명이었던 전년 동기보다 16.0% 늘었다. 지난 2019년 같은 기간 대비로도 108.9% 회복했다.

지난 9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올해 국내 방한 외국인이 역대 최고치인 2000만명에 달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까지 역대 최대치는 2019년 기록한 1750만명이다.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는 패션 업계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지난해 이랜드월드 SPA 브랜드 스파오의 명동점 매출은 지난 2023년보다 28% 성장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 7일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은 47% 올랐다.

스파오 명동점은 스파오 전체 매장 가운데 매출이 가장 높은 지점이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시작된 지난 2023년부터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이어오고 있다.

주요 관광 상권인 홍대에 자리 잡은 스파오 AK플라자 홍대점은 작년 매출이 1년 전보다 22% 늘었다. 지난 1월부터 11월 7일까지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많은 수준이다. 외국인 매출은 15% 상승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스파오의 컬래버레이션 상품과 자체 캐릭터 ‘우디’ 관련 제품이 인기”라며 “의류 아이템을 다량으로 구매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예년에 비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캐릭터 상품이다. 스파오 대표 캐릭터 우디를 활용한 의류를 비롯해 국내 지식재산권(IP)인 ‘가나디’와 ‘망그러진 곰’ 등과의 협업 제품이 특히 인기다. 명동점에서만 판매하는 우디 ‘푸퍼’도 반응이 좋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지난 8월 스파오 명동점에서는 184만원 상당의 상품을 구매한 외국인 고객도 있다”면서 “지난달 스파오가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공식 캐릭터 ‘뿔바투’와 협업한 컬렉션은 외국인 팬이 몰리며 발매 2시간 만에 준비된 물량이 완판됐다”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신흥 쇼핑 성지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중 하나인 무신사의 SPA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도 방한객 유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지역인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57%)과 성수점(50%), 한남점(49%)에서는 거래액의 절반가량이 외국인 고객으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한 달 동안 기준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의 중국인 관광객 거래액은 전달 같은 기간보다 약 66% 증가했다. 

지난달 기준 무신사 스탠다드 전체 매장 가운데 외국인 거래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성수점이다. 성수점의 외국인 거래액은 작년 10월 대비 70%가량 늘었다.

무신사 관계자는 “K-패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지며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택스 리펀(Tax Refund) ▲무인 환전기 설치 ▲캐리어 보관 등 외국인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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