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오피스 빌딩의 건강수명, 검진이 먼저다… ‘빌딩 재생 의학’ 시대 열릴 것[스페셜리스트 뷰]
- ‘불패의 자산’ 서울 오피스 빌딩 공식 깨지고 있어
‘운영 중심의 오피스 빌딩 체질 개선’…도심에 활력 불어 넣어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서울의 오피스 빌딩은 한때 ‘불패의 자산’이라 불렸다. 경기가 흔들려도 굳건히 버텨내고, 설령 공실이 생겨도 곧바로 새로운 임차인을 맞이하며 그 가치를 입증하는 시대를 살아왔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서울의 오피스 시장에서는 그 불패의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
숫자로만 보면 시장은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인다.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이 그 증거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어떤 건물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그 생존력이 달라지고 체감하는 시장 온도가 극명하게 갈린다. 이지스 자산운용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서울 주요 권역에서 초대형과 소형 오피스 간의 순운영비(NOC) 격차는 도심권(CBD) 기준 1.9배에서 2.5배로 확대됐다. 공급 또한 초대형 자산에 집중되며, 최근 10년간 신규 공급의 57%가 초대형 빌딩에서 발생한 반면 중대형 이하 규모는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요와 자본이 대형 자산으로 쏠리면서, 중소형 오피스는 상대적으로 투자와 관리 여력이 부족해지고 임차 경쟁력도 약화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 시장 지표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규모 중심의 이중 시장’이 굳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투자와 관리가 부족한 건물들은 노후화되기 마련인데, 건물의 노화는 단순히 외관이 낡는 물리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과거의 설계 기준으로 지어진 공간은 새로운 근무 환경과 급변하는 기술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 비효율적인 냉난방 및 조명 시스템, 비좁거나 동선이 막힌 공용부, 시대에 뒤떨어진 공간 구성은 건물을 빠르게 도태시키는 주된 요인이 된다. 그러나 모든 건물이 재건축의 대상으로만 남을 수는 없다. 여기서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운영을 통한 체질 개선’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인간의 몸도 꾸준하고 근본적인 개선으로 지속 가능한 건강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오피스 빌딩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일시적으로 임대료를 낮추거나 외벽을 새로 칠하는 식의 급한 처방은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며,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경쟁력은 건물의 꾸준한 진단과 그에 따른 적절한 처방, 그리고 체계적인 관리에서 비롯된다. 즉, ‘이 빌딩에 전문 주치의가 있느냐’가 시장에서 건물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판가름하는 핵심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내 건물의 건강 진단, 객관적 지표 기반 분석 필수
건물의 건강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판단을 넘어선 객관적인 지표에 기반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건물의 생체 활력과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첫째, 공간의 순환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가? 건물의 활력은 곧 공간의 흐름에서 비롯된다. 마치 건강한 신체가 혈액 순환을 통해 각 기관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듯, 상업용 부동산의 공간 또한 일정한 흐름과 리듬 속에서 순환되어야 한다. 하지만 라운지·회의실·휴게 공간과 같은 공용부의 예약률과 실제 체류 시간이 50% 미만이라면, 이는 공간 이용 동선이 원활하지 않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이용률은 건물의 신진대사율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이며, 비활성화된 공간은 곧 죽은 공간이나 다름없다.
둘째, 임차 구조는 얼마나 안정적인가? 평균 임대 기간이 2년 미만이고 재계약률이 절반 이하에 머무른다면, 해당 건물은 면역력이 심각하게 약화된 상태로 진단된다. 잦은 임차인 교체는 공실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증대시킬 뿐 아니라, 반복적인 관리비 및 중개비 발생으로 인해 건물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꾸준한 재계약과 장기 입주는 그 자체로 자산 가치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임차 구조의 건강도는 곧 건물의 수익 구조와 직결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셋째, 관리 데이터는 체계적으로 누적되고 있는가? 건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화되며, 이를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은 데이터의 축적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건물이 설비 점검 이력이나 운영 일지를 단순 보고용으로만 관리하고 있다. 이는 건물의 ‘병력’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데이터의 부재는 정확한 진단을 불가능하게 하고, 미래 예측 및 선제적 대응 역량을 심각하게 저하시킨다. 의사가 과거 진료기록 없이 진단하는 병원과 같다.
넷째, 관리 체계는 일관성과 전문성을 유지하는가? 건물은 기술과 사람이 함께 운영하는 유기체다. 그러나 관리 담당자 교체 시마다 서비스 품질이 들쭉날쭉하고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부재하다면, 이는 건물 운영 전반에 걸쳐 피로도가 누적된 상태를 초래한다. 일시적인 관리 효율보다는 시스템적 일관성이 중요하다. ▲운영 매뉴얼 ▲긴급 대응 프로세스 ▲고객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정립되어야만 예기치 못한 문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예방 중심의 점검 체계가 자리 잡지 못한 건물은 결국 예상치 못한 고비용의 유지보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전문적이고 일관된 관리 체계는 장기적인 자산 보존의 핵심 인프라다.
이처럼 건물의 상태는 단순히 외부적인 요인이나 건축물의 물리적 노후도보다는 운영 루틴과 그 체계성에서 결정된다. 최근 도심 오피스 시장에서는 외벽을 새로 칠하거나 로비를 교체하는 식의 표면적인 개선을 넘어,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공용부의 활용도를 높이고,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간 배치와 임대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식이다. 이는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 건물의 비가시적인 운영 구조, 다시 말해 ‘순환계’를 재설계하는 과정이다.
운영 중심 체질 개선…건물의 장기적 가치 높이는 대안으로 부상
실제 현장에서는 ‘운영 중심의 체질 개선’이 가져오는 변화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도심권 중형 빌딩들을 중심으로 전문 운영사와 협업해 공실을 유연한 임대공간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히 공간을 재임대하는 수준을 넘어, 운영사가 기획·리모델링·입주사 유치·커뮤니티 관리까지 전담하며 빌딩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변화는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건물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일부 빌딩은 공용부와 유휴 공간을 공유오피스나 커뮤니티 시설로 재배치하고, 건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리 효율을 높인 결과 공실률이 빠르게 개선되고 임대료 상승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대규모 공사 없이도 ‘운영’만으로 건물의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위탁운영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패스트파이브는 자사의 공유오피스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노후화된 중소형 빌딩을 경쟁력 있는 오피스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빌딩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공간 기획부터 인테리어, 입주사 유치, 입주 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며 빌딩 전체를 브랜드화하고 이용자 경험 중심으로 재편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공실을 채우는 것을 넘어 공간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낸다.
특히 빌딩의 규모와 입지, 공실 현황 등에 따라 다양한 파트너십 옵션을 제시해 건물주의 상황에 맞춘 유연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 패스트파이브와 협업한 빌딩의 상주 인구는 평균 2.2배 증가했고, 임대료는 최대 70%, 자산가치는 230% 상승한 사례도 있다. 현재 120여 개 빌딩, 누적 6만 평 이상의 공간을 관리하고 있으며, 2만 6천 개 이상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특히 임대료 연체나 미납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을 만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며,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에게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이는 패스트파이브와 같은 전문 운영사의 위탁 모델이 단순한 자산 관리 효율화를 넘어 도심 노후 자산의 체질을 개선하고, 나아가 도시 전반의 순환 구조를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해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인테리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정체성을 물리적 공간에 구현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을 넘어, 기업의 비전과 핵심 가치를 공간에 담아내는 것이다. 이는 내부 직원들에게는 소속감과 자부심을 고취하고, 외부 고객이나 파트너에게는 기업의 신뢰도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매력적이고 독창적인 업무 환경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곧 기업 문화를 대변하며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인센티브이자 핵심 요소가 된다. 최근 하이엔드 빌딩일수록 운영 친화형 디자인과 더불어 ‘브랜드 친화형 디자인’을 인테리어의 기본 원칙으로 도입하고 있는 추세는, 건물이 제공하는 건강한 경험의 한 축이 기업의 정체성을 담는 데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더 나아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도 밀접하게 맞물리며, 그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에너지 효율화 ▲폐기물 절감 ▲탄소 배출 모니터링 등 ESG 요소들은 이제 건물의 신용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필수적인 평가 항목이 된다. 관리의 투명성과 운영 데이터화 수준이 높을수록 금융기관의 신용 평가 또한 더욱 우호적으로 변한다. 잘 관리되고 운영되는 빌딩은 더 낮은 조달 비용을 적용받고, 이는 곧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제 건물의 ‘운영’은 단순한 관리를 넘어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시장에서의 신뢰를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개별 빌딩을 넘어 도심 전체의 순환과 활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래된 빌딩이 새로운 운영 전략을 통해 새 생명을 얻으면, 그 주변 상권과 거리의 활력 또한 함께 되살아난다. 새로운 기업들이 입주하고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교통, 상점, 서비스 산업 전반이 다시금 활기를 되찾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반대로 노후 빌딩들이 방치되고 경쟁력을 잃어간다면, 그 주변 지역 경제는 빠르게 침체되고 활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개별 빌딩의 체질 개선은 도시 전체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열쇠가 되는 것이다.
도시를 살리는 ‘빌딩 재생 의학’
이제 건물의 경쟁력은 단순한 입지나 규모를 넘어, ‘운영의 지능’에서 판가름 난다.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며, 지속적으로 공간을 혁신하고 변화시키는 건물만이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사람의 건강이 매일의 작은 습관과 꾸준한 관리에서 시작되듯이, 빌딩의 건강 또한 정교하고 체계적인 일상적 관리 루틴에서 출발한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유지를 넘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창조적인 과정이다.
도시는 살아 숨 쉬는 유기체와 같다. 도로 위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차량들, 밤을 밝히는 거리의 불빛, 창 너머로 흐르는 공기의 미세한 떨림까지 모두 도시의 생생한 맥박을 이룬다. 그리고 그 도시의 심장부에는 바로 오피스 빌딩들이 자리 잡는다. 이제 도시는 건물 하나하나의 건강과 활력에 따라 그 숨결을 조절한다. 2026년, 서울은 ‘빌딩 재생 의학’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각 건물이 스스로에게 청진기를 대고 면밀히 진단하며,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순간, 도시는 다시 활기찬 호흡을 시작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필자는 포항공과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Booz & Company 컨설턴트와 스톤브릿지캐피탈 심사역으로 일하며 스타트업 투자와 경영전략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직접 혁신을 만들고자 창업의 길을 선택해 2015년 공유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를 공동 창업해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공유오피스를 넘어 공간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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