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복제약 약가 인하, 건강보험 재정 안정 VS 제약산업 성장 동력 약화
- 업계 “R&D 재원 축소 → 글로벌 경쟁력 후퇴 → 공급망 불안”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이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고 산업 체질을 혁신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제네릭(복제약) 중심으로 성장해 온 국내 제약사의 수익 기반이 흔들리면서 신약개발 투자 위축과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급증한 재정 부담… 제네릭 구조 개선 필요 판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급여의약품 등재 품목은 2만1962개이며 이 중 오리지널 의약품은 2474개, 11.3%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이 제네릭이다. 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서도 2022년 전체 약품비 25조9000억원 가운데 제네릭 처방액이 13조6000억 원(52.5%)으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릭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국내 산업 구조와 직결된다. 국내 제약산업은 초기부터 제네릭 중심으로 확대돼 왔다. 신약 대비 개발 비용과 기간, 실패 위험이 낮아 안정적 매출 확보가 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제네릭 매출로 회사 운영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약개발을 병행하는 방식은 특히 중소·중견 제약사에 핵심적이었다.
특히 한국은 동일 성분 제네릭이 다수 등재돼도 보험약가가 크게 낮아지지 않아, 가격보다 물량 경쟁이 중심이 되는 시장 구조가 장기간 지속돼 왔다. 이로 인해 ‘제네릭 확대 → 보험 재정 절감’이 아니라 ‘제네릭 확대 → 약품비 증가’라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해외 주요국 제네릭 제도는 ‘제네릭이 많아질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가 확립돼 있다는 점이 한국과 대비된다. 예를들어 미국은 첫 제네릭에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대신 이후 복수 제품이 출시되면 입찰 경쟁을 통해 약가가 급격히 하락한다.
결국 정부는 ▲과다한 제네릭 경쟁으로 인한 가격 왜곡 ▲건강보험 재정 지출 증가 ▲제네릭 위주의 산업 구조가 글로벌 신약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판단 아래 약가 산정 구조를 대폭 손질하는 방안을 천명했다.
하지만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5개 단체로 구성된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개편안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비대위는 “약가를 현행안대로 대폭 낮추면 연구개발(R&D) 투자와 고용을 위한 핵심 재원이 줄어 ▲신약개발 지연 ▲설비 투자 축소 ▲글로벌 경쟁력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 공급망 안정성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도 같은 목소리다. 한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중소형 제약사 대부분이 제네릭 매출을 기반으로 운영되는데 가격 인하가 정면으로 타격이 될 것”이라며 “대형사도 제네릭 비중이 높은 곳이 많아 수익성이 저하되면 결국 R&D 예산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약산업 체질 개선 vs 산업 기반 훼손
문제는 약가 자체의 높고 낮음보다 약가 제도의 변동성이 글로벌 환경과 결합할 때 위험이 배가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제약사는 한국 시장을 평가할 때 ‘가격 수준이 얼마인가’보다 ‘가격이 얼마나 자주 바뀌는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 한국은 약가 결정, 재평가, 사후약가조정, 사용량 기반 인하, 비교재평가 등 수많은 변동 요인이 중첩돼 있어 제도 일관성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이 불안정성은 신약 기술수출 계약에 가장 먼저 반영된다. 해외 파트너사는 약가 불확실성을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반영해 ▲선급금 축소 ▲마일스톤 보수적 산정 ▲클로백(환수) 조항 삽입 ▲약가 변동을 ‘중대 부정적 사건’으로 명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동반 임상·공동개발 계약에서도 약가 전망이 불리하면 협상력이 해외로 기울고, 비용 재조정·수익배분 재협상 트리거·공급 의무 완화 등이 촘촘히 들어가 한국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약가 인하만으로는 산업 체질 개선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신약 중심의 글로벌 기업들은 초기부터 ▲임상 수행 역량 ▲글로벌 라이선스 전략 ▲상업화 네트워크 ▲장기 연구 인력 축적 등 복합적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반면 국내 기업은 제네릭 매출을 바탕으로 ‘현금을 확보한 뒤 신약개발 유도’라는 우회적 성장 전략을 택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수익이 무너진다고 해서 자동으로 신약 역량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신약개발 성공률이 1%에 불과한 시장에서 매출 기반이 붕괴되면 오히려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약가 개편이 산업 혁신으로 이어지려면 ▲중장기 R&D 인센티브 설계 ▲국가 임상 인프라 강화 ▲제약사별 R&D 성과 기반 차등 보상 ▲글로벌 품목허가·수출 진입 촉진 정책 등 ‘투자 유도형’ 패키지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약가 인하만으로는 재정 안정도, 산업 혁신도 달성하기 어렵다”며 “지금이 제약산업을 비용이 아닌 미래산업 투자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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