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판 커진 K-제약바이오…기술수출 20조원 시대 열렸다
- 플랫폼 중심 빅 딜 잇따라
“재투자 선순환 구조 구축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기술이전 시장에서 존재감을 한층 키우고 있다. 올해 국내 기업들이 체결한 기술수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서며, 한국 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들의 주요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계약이 연이어 성사되면서 산업 외형은 빠르게 커졌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성과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은 계약을 제외하고 총 145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원화 기준으로 20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기술수출 규모가 약 55억4000만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1년 만에 16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바이오 투자 위축 우려 속에서도 기술수출 성과가 오히려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올해 기술수출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이오 플랫폼이다. 단일 신약 후보물질이 아닌, 다양한 파이프라인으로 확장 가능한 플랫폼 기술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요를 끌어내며 초대형 계약으로 이어졌다. 대표 사례는 에이비엘바이오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30억2000만달러로, 올해 체결된 국내 기술수출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일라이 릴리와도 동일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추가 계약을 성사시켰다. 계약 금액은 25억6200만달러에 달한다. 하나의 플랫폼 기술이 복수의 글로벌 빅파마로 확장된 사례로, 국내 바이오 플랫폼의 기술 신뢰도와 상업적 가치를 동시에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천기술과 차세대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를 앞세운 기술이전도 이어졌다. 알테오젠은 3월 메드이뮨과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기술 ‘ALT-B4’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3억5000만달러로,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기술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알지노믹스는 5월 일라이 릴리와 리보핵산(RNA) 편집 교정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14억달러 규모의 성과를 냈다. 차세대 유전자·RNA 치료 기술이 본격적으로 기술수출 무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플랫폼‧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이어져
신약 후보물질을 중심으로 한 기술수출도 꾸준히 이어졌다. 에이비온은 6월 항체의약품 ‘ABN501’을 대상으로 약 13억달러 규모의 공동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아델은 이달 사노피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을 10억4000만달러 규모로 이전했고, 에임드바이오는 10월 베링거인겔하임과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9억9100만달러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 같은 기술수출 확대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구조적 성장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화학 합성의약품을 중심으로 대량 생산·판매를 통해 매출을 키우는 구조가 주류였다면, 현재는 바이오의약품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정밀 치료 시장으로 중심축이 이동했다. 치료 효과와 기술 진입장벽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차별화된 플랫폼과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지난해 6323억 달러 규모를 기록하며 연평균 13%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028년에는 9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40%까지 확대되며 산업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의약품 매출 상위권을 바이오의약품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위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2위는 비만·당뇨 치료제 오젬픽 ▲3위는 아토피 치료제 듀피젠트로 모두 바이오의약품이었다. 매출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6개가 바이오의약품으로 집계되며,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과 외부 기술 도입 전략 역시 바이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생산·수출 구조 역시 이러한 글로벌 수요 변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유전자재조합 의약품이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58%, 수출의 87%를 차지하며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으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항체의약품의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가 생산·수출 증가와 기술수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신과 독소·항독소 등 다양한 제제에서도 고른 성장세가 이어지며 산업 전반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기술수출 확대가 곧바로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이전으로 확보한 선급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수익을 다시 핵심 기술과 신약 파이프라인에 재투자하지 못할 경우, 성과가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발성 계약보다 지속적인 R&D 역량 축적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에이비엘바이오는 일라이 릴리로부터 받은 기술이전 선급금 등을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와 이중항체 ADC 등 회사 핵심 기술 고도화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한국 바이오는 기술수출 규모 자체보다, 그 성과가 다음 파이프라인으로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며 “재투자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기업만이 장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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