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우승민 기자] 만성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영국이 징병제 부활 대신 청년층을 겨냥한 1년짜리 유급 군 복무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급여와 직업 훈련을 결합한 체험형 제도로, 군 복무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자발적 입대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27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내년 3월부터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1년짜리 군 기초 복무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는 육군·해군·공군 가운데 한 군을 선택해 기초 군사훈련과 함께 실무 중심의 교육을 받게 된다.

주 대상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곧바로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결정하지 않은 청년층이다. 일정 기간 급여를 받으며 군 생활을 경험한 뒤, 장기 복무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군 입대를 ‘선택지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교육 과정은 단순한 군사훈련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물류, 공학, 공급망 관리, IT 시스템 운용 등 민간 기업에서도 활용 가능한 기술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할 방침이다. 문제 해결 능력과 팀워크, 리더십 등 직무 전이 가능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급여와 세부 훈련 내용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반 신병 기준 연봉은 약 2만6000파운드(약 50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모집 인원은 약 150명이며, 성과에 따라 장기적으로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젊은 세대가 군이 제공하는 기술과 훈련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국방 인력 확보 방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 도입의 배경에는 영국군이 겪고 있는 심각한 병력난이 있다. 영국은 1960년 의무 복무제를 폐지한 이후 모병제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10여 년간 매년 모집 목표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영국 정규군 규모는 약 13만7000명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하원 국방위원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고강도 전면전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영국군에서는 8명이 전역할 때 신규 입대자는 5명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위기감 속에서 지난해에는 의무 복무제 부활이 정치권 공약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적 반발 가능성을 고려할 때 강제 징집보다는 급여와 경력 설계를 결합한 '유인형 복무 모델'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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