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결국은 지수보다 종목”…리서치센터장 12인이 본 ‘2026 투자 키워드’
- [신년 증시 기상도] ① 1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설문 조사
수혜주 AI·반도체…조선·전력·금융으로 확산 예상
주식 비중 유지, 포트폴리오는 분산…센터장들의 공통된 조언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 첫 거래일을 지나며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방향성을 점검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해 코스피는 연간 기준 75%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섰다. 글로벌 주요국 증시 가운데서도 가장 가파른 상승세였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외국인 자금 유입,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맞물리며 장기간 이어졌던 박스권을 벗어났다는 평가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단순하다. 이 흐름이 2026년에도 이어질 수 있는가다. 연초 증시는 뚜렷한 조정 없이 높은 레벨에서 출발했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방향성보다 실적의 지속성과 투자 전략의 기준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대가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상황에서 2026년 증시는 ‘얼마나 더 오를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선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는 인식이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2개사(미래에셋·메리츠·삼성·신한투자·하나·KB·NH투자·한국투자·SK·다올투자·키움·현대차증권)를 대상으로 2026년 증시를 바라보는 핵심 투자 포인트를 설문 조사했다.
센터장들의 답변을 종합하면 2026년 증시는 AI를 둘러싼 기대가 실적 검증 국면으로 옮겨가는 전환점에 놓여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AI 투자가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 실제 이익으로 연결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업과 업종 간 성과 차이가 점차 뚜렷해질 것이란 판단이다. AI, 테마 넘어 산업 실적 기준으로
이 같은 변화는 실적 전망에서도 확인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6년 증시를 이익과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국면으로 규정했다. 그는 “2026년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주당순이익(EPS)과 밸류에이션이 함께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국내 증시가 이익 성장과 멀티플 확장이 맞물렸던 시기에 구조적인 레벨업이 가능했던 점을 떠올리면 현재의 AI 투자 환경 역시 유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수요가 단기 이벤트를 넘어 중기 실적 사이클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AI 투자 효과가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2026년을 규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꼽혔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투자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에 주목했다. 그는 “AI 투자 확산은 반도체를 넘어 전력·기계·조선 등 실물 산업 전반으로 파급되고 있다”며 “2026년 증시는 기대가 아니라 실적으로 증명되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전력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고 글로벌 설비투자 재개 흐름이 맞물리며 수주와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를 바라보는 시각은 단기적인 투자 사이클을 넘어 중장기 산업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도 제시됐다. 초기 기대와 밸류에이션 논쟁을 지나 이제는 AI가 실제로 기업의 생산성·비용 구조·수익 모델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가 평가의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 투자가 일회성 설비 확충이나 특정 기술 테마에 그치지 않고, 전 산업에 걸친 인프라 투자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해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는 단기 유행이 아니라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의 재설계를 동반하는 필수 인프라”라며 “2026년은 AI 투자 성과의 실적을 점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AI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겠지만 상용화 사례가 늘어나면서 투자 판단의 기준은 자연스럽게 실적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실적 검증이 본격화될수록 시장의 시선은 한층 냉정해질 수 있다는 경계도 함께 나왔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6년을 수익화와 유동성이 동시에 작용하는 해로 봤다. 그는 “같은 AI 테마 안에서도 기업별 성과 차이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장도 “정책과 수출 모멘텀이 겹치는 환경에서는 AI 밸류체인 전반이 아니라 실적 가시성이 높은 구간을 중심으로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톱픽’…수혜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
이 같은 인식은 업종 전망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2026년 유망 업종으로는 ‘반도체’가 단연 첫손에 꼽혔다. 설문에 응한 리서치센터장 전원이 반도체를 최우선 업종으로 제시했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함께 범용D램(DDR5)·그래픽D램(GDDR) 등 메모리 전반의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도체의 주도주 역할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는 2026년 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가장 높은 섹터로, 주도주 역할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AI 컴퓨팅 수요가 학습 단계를 넘어 추론 단계로 확산되면서 서버 수요가 특정 고객이나 프로젝트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를 출발점으로 한 AI 투자 효과는 점차 인프라와 실물 산업, 자본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글로벌 설비투자 재개는 전력 설비와 에너지 운송 수요를 자극하고, 지정학적 환경 변화와 맞물리며 조선·방산 등 중후장대 산업의 실적 가시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기술 테마를 넘어 AI 투자가 물리적 인프라와 실물 수요로 연결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선업을 두고 “2026년 조선업의 핵심 키워드는 군함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라고 짚었다. 그는 방산 수요 확대와 에너지 운송 구조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조선업이 경기 민감 업종이라는 기존 인식을 넘어 중장기 수주와 실적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군비 지출 확대와 에너지 공급망 재편이 조선업의 구조적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 업종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함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주주환원 강화 기조가 맞물리면서 금융주의 실적 안정성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래대금 증가와 우호적인 규제 환경이 맞물리며 증권 업종의 재평가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도 증권사의 수익 기반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식은 중심, 판단 기준은 ‘선별’
외국인 수급 흐름 역시 이러한 업종 확산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수급과 이익 성장 모멘텀이 이어지는 국면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AI 관련주뿐 아니라, 인프라와 실물 수요가 뒷받침되는 대형주가 시장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AI 투자 효과가 실적과 현금흐름으로 연결되는 업종일수록 중장기 자금 유입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 전략과 관련해 센터장들의 조언은 비교적 일관됐다. 2026년은 주식 비중을 급격히 줄이기보다는 유지하되, 자산과 업종을 나눠 대응하는 구조적 분산 전략이 필요한 해라는 것이다. AI를 축으로 한 실적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주식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2025년과 같은 일방향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상승 국면이 길어질수록 변동성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방향성에 베팅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 병행하는 전략이 요구된다는 판단이다.
구체적인 자산 배분 전략에서도 이런 인식이 드러난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주식 60%, 채권 20~30%, 대체투자 10~20% 비중을 제안했다. 주식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되 자산 간 완충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 동력은 주식에서 가져가되, 금리·정책·지정학 변수에 따른 변동성 국면에서는 채권과 대체자산이 방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2026년 증시는상승과 조정이 반복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채권과 금, 현금을 일부 병행하는 전략을 권고했다. 그는 단기 조정 국면이 곧바로 추세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유동성을 일정 부분 확보한 포트폴리오가 중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주식 비중을 유지하되 변동성 국면에서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를 남겨두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2026년 증시는 지수의 방향성이나 단기 모멘텀 자체보다 기업이 실제로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이익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구조인지가 주가를 좌우하는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AI의 주요 투자 포인트 강조는 이어지겠지만 모든 기업이 같은 속도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만큼 업종·기업 간 성과 격차는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6년 증시는 지수가 얼마나 더 오를지를 맞히는 해가 아니라 어떤 기업이 실적으로 성장 스토리를 증명할 수 있는지를 가려내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 전략 역시 방향성보다는 이익의질과 지속성을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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