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코스피서 코스닥으로 이동하는 개미들, ‘천스닥’ 베팅
- [‘천스닥’ 시대 열린다] ①
IPO 확대·상폐 가속…개인 자금 로테이션 가속
연기금·외국인 유입 통로 열린다
전통적으로 ‘개미 무덤’으로 불리던 코스닥이 ▲정부의 시장 활성화 정책 ▲연기금·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 ▲기술기업 상장 확대를 발판으로 ‘천스닥’(이하 코스닥 1000)을 향한 구조적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스닥이 단순한 단기 반등을 넘어 ‘한국판 나스닥’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12일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89포인트(0.20%) 오 949.81로 거래를 마감했다. 연초부터 950선 돌파를 눈앞에 두며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이어진 반등 랠리가 2026년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다. 코스닥의 이번 상승 흐름은 2025년의 급격한 회복 과정과 맞물려 있다. 코스닥은 2025년 첫 거래일인 1월 2일 686.63에서 출발했지만, 글로벌 증시 변동성과 성장주 조정의 영향으로 4월 9일에는 643.39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반도체, 인공지능(AI), 2차전지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수는 빠르게 반등했고, 12월 15일에는938.83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말에는 925.47로 마감하며 연초 대비 약 35% 상승한 채 한해를 마무리했다. 이 같은 회복세는 2026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2025년 말 925선에 안착한 코스닥은 새해 들어서도 추가 상승하며 1월 12일 949.81까지 올라섰다. 2024년 말 678.19에 머물렀던 지수와 비교하면 불과 1년여 만에 4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단기 반등이 아닌 ‘자금 로테이션(순환매)’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 자금이 코스피 대형주에서 코스닥 중소형 성장주로 이동하면서 이른바 ‘천스닥’ 기대가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코스피가 76% 상승한 반면 코스닥 상승률은 37%에 그치면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코스닥이 새로운 수익처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코스닥이 코스피 대비 부진했던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이 있었다. 2022~2024년 글로벌 금리 인상기 동안 성장주와 기술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압박이 커지면서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가 대형주보다 더 크게 눌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이오·2차전지 등 코스닥 핵심 업종을 둘러싼 실적 불확실성과 잦은 임상 실패, 일부 종목의 공시 신뢰도 논란이 겹치며 투자 심리도 위축됐다. 또 연기금과 외국인 자금이 코스닥에 거의 유입되지 않는 구조도 지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의 벤치마크에 코스닥 지수가 반영되지 않으면서 코스닥은 사실상 개인 투자자 중심의 시장으로 남아 있었다. 변동성이 큰 종목 위주로 단기 매매가 반복되며 지수 레벨이 눌리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특히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레버리지까지 활용해 코스닥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 신용거래 잔액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코스닥 종목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위험 선호 성향이 다시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스피 대형주 랠리에 피로감이 쌓이면서 ‘아직 오르지 않은 시장’으로 코스닥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금 이동의 배경에는 정책 변화가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연기금과 기관 자금의 유입을 유도하는 구조 개편에 나섰다. 현재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의 성과 평가 기준에는 코스피만 반영돼 있지만, 이를 개선해 코스닥 지수를 일정 비율 포함시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제도가 도입되면 연기금은 자연스럽게 코스닥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세제·제도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의 소득공제 한도와 공모주 우선배정 비율이 확대되면서 기관과 펀드 자금이 코스닥 기업공개(IPO)와 성장주로 유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통합계좌(옴니버스 계좌) 규제 완화까지 더해지며 글로벌 패시브 자금과 장기 자금이 코스닥150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최근 알테오젠의 코스피 이전 상장으로 코스닥 대표 종목이 빠져나가면서 지수 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단기적인 악재라기보다, 코스닥 안에서 자금이 일부 대형주에서 다른 성장주로 옮겨가는 ‘자금 재배치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알테오젠은 코스닥150에서 비중이 큰 종목이었던 만큼 코스피 이전으로 해당 비중만큼의 패시브 자금이 빠져나가게 된다. 다만 이 자금이 코스닥 시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수 구성 규칙에 따라 코스닥150에 남아 있는 다른 종목들로 자동 재배분된다. 코스닥150을 추종하는 ETF와 연기금·외국인 패시브 자금은 알테오젠 비중을 줄이는 대신, 편입 비중이 커지는 중소형 성장주를 기계적으로 매수하게 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특정 대형주에 쏠려 있던 자금이 보다 넓은 종목군으로 확산되면서 코스닥 전반의 수급 기반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특히 바이오, 2차전지, 반도체 장비, AI 소프트웨어 등 코스닥 주력 업종의 중형주들이 상대적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알테오젠이 빠진 비중만큼 코스닥150 내 다른 성장주로 패시브 자금이 자동 재배분된다”며 “이는 특정 종목에 집중됐던 수급 구조가 보다 고르게 분산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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