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형이야” 김택진의 엔씨 드디어 기지개…‘아이온’ ‘리니지’ 쌍두마차 돌격 앞으로
- ‘아이온2’ 흥행으로 실적 개선 기대
3040 유저 끌어모은 ‘리니지 클래식’
서브컬처·서바이벌 슈터 출격 대기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병오년 엔씨소프트에 벌써 봄기운이 감돈다. 잇따른 신작 부진에 허덕이던 회사를 일으켜 세운 건 역시 ‘리니지’와 ‘아이온’ 쌍두마차였다. 올해 선보일 퍼블리싱 신작까지 안착하면 ‘업계 맏형’의 위상 회복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2’가 흥행한 데 이어 내달 론칭 예정인 ‘리니지 클래식’의 사전 수요가 폭발하며 연초부터 미소 짓고 있다.
우리 엔씨가 달라졌어요
‘아이온2’는 엔씨가 2008년에 내놓은 원작 ‘아이온’을 계승해 8년을 쏟아 개발한 역작이다. 천족과 마족이 대립하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손맛이 살아 있는 전투는 물론 하늘을 날거나 바닷속을 탐험하는 자유도로 호평받았다.
뿐만 아니라 엔씨는 수익 창출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저 소통에 총력을 기울였다. 확률형 아이템은 지양하고, 멤버십과 꾸미기 아이템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BM)을 설계해 부담을 줄였다.
또 출시 첫날부터 긴급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논란을 산 유료 패키지 상품의 삭제와 로그인 오류의 해결을 약속하며 초기 유저들의 불만을 빠르게 잠재웠다. 2개월 동안 업데이트 프리뷰를 포함해 라이브 방송만 14번을 했다. 4~5일에 한 번꼴로 방송을 한 셈이다.
각 방송은 조회수 10만회는 가뿐히 넘긴다. 유저들은 매번 방송에 출연하는 김남준 개발PD의 수염 길이로 안부를 물을 정도로 개발진과 유대감을 쌓았다. 소인섭 사업실장은 지난 13일 1시간 40여 분간의 라이브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비슷비슷한 질문들이 계속 올라오면서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며 “이런 지루함이 패턴화돼 다음 방송의 기대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주기 싫어 적절한 타이밍에 방송을 끊으려 한다. 당연히 여러분과 계속 소통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한 바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아이온2’는 엔씨의 실적 개선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서비스 46일 만에 PC와 모바일 합산 누적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했고, 누적 멤버십 구매 캐릭터 수는 100만개를 넘어섰다. 이 기세를 몰아 지난 21일 시작한 시즌2에서는 주요 PvE(유저-환경 대립) 콘텐츠인 ▲원정 ▲토벌전 ▲각성전 ▲악몽에 새로운 던전을 추가하고, PvP(유저 간 대립) 콘텐츠 ‘어비스’를 개편해 즐길 거리를 보강했다.
‘아이온2’ 출시 효과는 올해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멤버십과 일부 결제 매출의 이연으로 지난해 4분기 엔씨의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아이온2’는 P2W(Pay to Win) 요소를 제거하고 트래픽 위주의 BM을 유지하고 있으며, 라이브 방송 등 유저와의 빈도 높은 소통을 지속하고 있어 올해 3분기 글로벌 버전 출시를 고려해 2026년 4246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니지’ 귀환, 아재들 다시 PC방으로?
다음 타자는 엔씨가 새해와 함께 깜짝 공개한 PC MMORPG ‘리니지 클래식’이다. 엔씨가 1998년부터 서비스 중인 ‘리니지’의 2000년대 초기 버전을 구현한 PC 게임이다. 2월 7일 한국과 대만에서 사전 무료 서비스를 시작하며, 2월 11일부터 월정액 서비스(2만9700원)로 플레이할 수 있다.
초기 반응부터 뜨겁다. 회사가 새해 첫날 공개한 티징 영상은 2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800만회를 달성했다. ‘리니지’가 막 등장했을 때를 기억하는 3040 유저들은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거나 “드디어 나의 청춘이 돌아왔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리니지’ 팬들의 관심은 댓글에서 멈추지 않았다. 캐릭터 이름을 선점할 수 있는 사전 캐릭터 생성 서비스를 열었더니 유저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최초 10개 서버와 추가 5개 서버가 오픈 즉시 마감됐고, 증설한 5개 서버도 조기에 자리가 찼다. 이어 5개 서버를 더 마련해 20일 기준 총 서버 수가 25개가 됐다.
기대만큼이나 ‘리니지 클래식’을 바라보는 우려도 적지 않다. 월정액 모델을 도입했지만 언제든 BM을 전환할 수 있다는 유저들의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자동 사냥 이용권 판매 가능성에 힘이 실리자 엔씨는 “론칭 타이밍에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엔씨는 ‘리니지 클래식’으로 신규·복귀 유저를 동시에 노린다. 회사 관계자는 “30년째 서비스가 이어지면서 콘텐츠가 계속 추가되다 보니 이제 와서 진입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아 망설이는 유저들이나 초창기 ‘리니지’를 그리워하는 유저들을 위해 클래식 버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기존 ‘리니지’ IP 기반 작품들과의 자기잠식(캐니벌라이제이션)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3분기 엔씨의 PC 온라인 게임 매출에서 ‘리니지’와 ‘리니지2’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3%였다. 두 게임 유저들이 ‘리니지 클래식’으로 일부 이동하면, 매출 증대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
엔씨 관계자는 “‘리니지’ IP를 활용한 각각의 게임들이 독자적인 플레이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그에 따라 IP 저변이 확대되는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는 양대 IP에 의존하지 않고 퍼블리싱을 맡은 신작으로 새로운 장르에도 도전한다. 다음 달 10일 실적 발표회에서 구체적인 출시 일정을 공개할 예정인데, 서브컬처 액션 RPG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와 3인칭 팀 서바이벌 히어로 슈터 ‘타임 테이커즈’가 유력한 후발주자로 꼽힌다.
김택진 엔씨 대표는 지난해 ‘지스타 2025’에서 “MMORPG라는 본질을 새로운 각도로 비추고 슈팅·액션·서브컬처 등 다양한 장르에서도 우리만의 색깔이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엔씨의 광폭 행보에 증권가는 회사의 목표 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하나증권은 엔씨의 올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조1036억원, 4031억원으로 점쳤다.
이준호 애널리스트는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BM 채택이나 라이브 소통과 같은 방향성은 단기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개발사·퍼블리셔로서의 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해 기존 작품의 제품수명주기(PLC) 관리와 후속작에 대한 기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의 방향성과 노력을 지속하는 한 2027년 상반기까지 그려놓은 청사진이 유효하게 작동해 기업 가치는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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