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핀테크 투자 유치, 관건은 매출 구조와 지속 가능성” [이코노 인터뷰]
- [K핀테크, 어디까지 왔나] ④ 윤하리 JB인베스트먼트 디지털금융투자본부 전무
재무적 수익 넘어 완성도 갖춰야
다음 승부처는 디지털 자산
국내 핀테크 산업은 결제·송금을 중심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워왔지만, 최근 투자 환경은 이전보다 한층 얼어붙은 분위기다. 이용자 수 확대나 기술적 혁신만으로는 투자자를 설득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인지, 금융업으로 지속 가능한 모델인지에 대한 검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핀테크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선도 ‘성장 스토리’에서 ‘사업의 완성도’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금융지주 산하 벤처캐피탈(VC)에서 핀테크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윤하리 JB인베스트먼트 디지털금융투자본부 전무에게 최근 국내 핀테크 투자 환경의 변화와 투자심사역이 바라보는 투자 기준과 핀테크 투자 생태계의 향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하리 전무는 “핀테크는 더 이상 가능성만으로 투자받을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며 “이제는 금융업으로서의 완성도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매출과 검증”…심사역이 보는 투자 기준
윤 전무가 가장 먼저 보는 기준은 이 사업이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다. 과거처럼 회원 수나 트래픽 증가, 기술적 차별성만으로는 투자 판단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단기간의 성장 지표보다, 매출이 언제부터 발생하고 어떤 방식으로 쌓이는지, 그리고 그 흐름이 일회성이 아닌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는 “핀테크 기업들이 여전히 성장 스토리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은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과 구조가 먼저 설명돼야 한다”며 “그 수익 모델이 반복 가능하고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수수료 모델이나 이벤트성 매출보다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금융 서비스 구조인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핀테크 특성상 규제에 대한 이해도와 내부통제 체계, 보안·리스크 관리 수준도 주요 검토 요소로 작용한다. 윤 전무는 “핀테크는 기술 기업이기 이전에 금융회사”라며 “금융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기술만 앞세운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준비가 부족한 기업은 투자 이후에도 사업 확장 과정에서 여러 제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투자 기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외국인 대상 금융 플랫폼 ‘한패스’(HANPASS)다. 한패스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소액 해외송금 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으며, 이미 일정 수준의 고객 기반과 거래 규모를 확보한 상태에서 금융 부가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K-핀테크 30’에 선정되며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단순히 송금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 아니라 이미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 그 매출이 반복될 수 있는 구조인지를 가장 먼저 봤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송금이라는 명확한 수익 모델을 기반으로 외국인 대출 등 금융 서비스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 투자 판단의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금융은 JB금융그룹과 전북은행이 중점적으로 육성해온 영역이다. 국내 인구 구조 변화로 외국인 거주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외국인 대상 금융은 중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도 깔려 있었다. JB인베스트먼트는 이러한 그룹 차원의 전략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 구조 설계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윤 전무는 “핀테크 투자가 단순 재무적 판단에 그치면 금융그룹과의 시너지를 만들기 어렵다”며 “한패스는 금융지주 차원에서 실제 사업 협업과 확장이 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에 전략적 투자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패스는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핀다가 핀테크 투자 사례로 언급된다. JB금융지주와 전북은행은 지난 2023년, JB인베스트먼트를 중심으로 한 투자 구조를 통해 핀다 지분 약 15%를 확보했다. 핀다는 금융 소비자와 금융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고객 접점 확대와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금융그룹과의 전략적 연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전무는 “금융회사나 VC가 통상 핀테크 기업에 1~3% 수준의 소수 지분만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룹 전략과 맞닿아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며 “JB인베스트먼트는 재무적 수익성과 함께 그룹 차원의 사업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투자 기조는 JB인베스트먼트의 전체 운용구조에서도 확인된다. JB인베스트먼트는 현재 총 29개 펀드를 운용 중이며, 운용자산(AUM)은 약 5746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핀테크·금융 분야 투자는 전체의 약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3~5년, 디지털 자산과 결합한 핀테크가 분기점
윤 전무는 향후 3~5년간 국내 핀테크 시장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디지털 자산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꼽았다. 디지털 자산이 기존 금융 서비스의 구조적 비효율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해외 송금은 기존 금융망을 거치며 비용과 처리 시간이 많이 드는 영역이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을 활용할 경우 송금 과정이 단순해지면서 수수료와 시간 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윤 전무는 이처럼 비용 절감과 효율 개선이 명확한 영역을 중심으로 디지털 자산의 금융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와 정책 환경은 여전히 디지털 자산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제약 요인으로 지적된다. 디지털 자산의 중요성은 정책 당국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용 펀드나 중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정책 자금은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윤 전무는 “정부가 핀테크와 디지털 자산을 미래 먹거리로 언급하고는 있지만 실제 정책 자금의 흐름을 보면 인공지능(AI) 등 일부 산업에 집중돼 있다”며 “핀테크와 디지털 자산 분야는 간헐적인 지원에 그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성장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춘 기업이 있어도 초기 검증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책적 관심과 실제 투자 환경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윤 전무는 끝으로 “디지털 자산이 주목받는 이유도 결국은 금융 서비스로서 얼마나 완성도 높은 사업 모델로 성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핀테크 역시 기술 경쟁을 넘어 금융업으로서의 완성도를 증명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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