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낵컬처' 넘어 '메인스트림'으로
1~3분짜리 세로형 드라마…MZ세대에게 큰 인기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지하철 안, 한 승객이 스마트폰을 세로로 세워 든 채 몰입하고 있다. 화면 속 주인공은 단 30초만에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1분이 지나기 전 복수를 다짐한다. 다음 화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분. '길면 안 본다'는 시대, 이제 드라마도 1분 단위로 쪼개져 시청자의 도파민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콘텐츠 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숏드라마'다. ▲회당 1~3분 내외의 짧은 호흡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형 화면 ▲파격적인 전개를 무기로 한 이 새로운 장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산업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왜 '1분'인가, 시청자 사로잡은 숏드라마의 매력
숏드라마의 성공 비결은 현대인의 변화된 콘텐츠 소비 패턴인 ‘스낵컬처’의 극대화에 있다. 하지만 단순히 짧기만 해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숏드라마만이 가진 독특한 문법이 존재한다. 먼저 폭발적인 전개 속도다. 기존 16부작 미니시리즈가 4~5회에 걸쳐 빌드업하는 갈등을 숏드라마는 단 1~2회(2~3분) 만에 끝낸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속도감’이 핵심이다.
숏드라마는 기존 드라마와 확실히 다른 문법을 갖고 있다. 기존 드라마와 영화가 스토리의 서사와 캐릭터를 함께 강조했다면 숏드라마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깊은 서사나 캐릭터 설명은 중요하지 않다. 극적인 사건이 이어지고 빠른 전개와 컷 전환, 몰입감 있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분량이 1분으로 매우 짧은 만큼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뒤 통쾌하게 해결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주로 ▲재벌물 ▲치정 ▲배신 ▲불륜 등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것도 이런 특징 때문이다.
아울러 소위 '매운맛' 소재가 주를 이루는 또 다른 이유는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의 감정을 흔들어 다음 편 결제를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매 에피소드 끝에 강력한 클리프행어(Cliffhanger,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장치)를 배치한다. 세로형 화면이 주는 친근함도 있다. ▲틱톡 ▲릴스 ▲쇼츠 등에 익숙한 MZ세대와 알파 세대에게 세로형 화면은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프레임이다. TV가 아닌 '손안의 극장'을 구현한 셈이다.
기존 드라마에 비해 제작 주기가 짧고 제작비가 적게 든다는 점도 숏드라마의 강점으로 꼽힌다. 드라마의 경우 회당 제작비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른다. 10부작만 제작해도 제작비가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영화 한편의 제작비도 50억~150억원이 보통이고, 블록버스터의 경우 200억~300억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숏드라마의 경우 100화를 제작하는 데 국내 기준 1억~2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제작에 인공지능(AI) 도입이 늘면서 추가 비용 절감이 가능해졌다.
숏드라마는 이미 '돈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임을 증명했다. 시장조사업체 미디어 파트너스 아시아(MPA)에 따르면 글로벌 숏드라마 시장의 매출 규모는 드라마틱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3년 50억달러(약 7조원)에서 2024년 120억달러(약 17조원)로 크게 증가했다. 2030년에는 260억달러(약 38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의 70~80%는 중국이 주도하지만 미국·일본·동남아시아·한국 등에서도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6500억원으로 추산된다.
'7조에서 38조로'…폭발하는 글로벌 시장 규모
수익 구조 또한 탄탄하다. 웹툰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이식했다. 초반 5~10화는 무료로 제공해 시청자를 유입시킨 뒤 이후 회차부터는 소액 결제를 하거나 광고를 시청해야 볼 수 있는 구조다. 이는 편당 결제에 거부감이 적은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의 소비 성향을 정확히 꿰뚫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릴쇼트’, ‘드라마박스’ 등 중국계 플랫폼들이 미국과 동남아 시장을 장악하며 이 수익 모델의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 역시 숏드라마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파죽지세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은 이미 웹툰과 웹소설이라는 강력한 원천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드라마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어 숏드라마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숏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를 운영하는 '스푼랩스'에 12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게임 제작에서 다져진 글로벌 서비스 노하우를 이식한다는 전략이다. 네이버웹툰은 LG유플러스의 '스튜디오엑스플러스유'와 협력해 검증된 인기 웹툰 IP를 숏드라마로 리메이크하고 있다. 팬덤을 기반으로 한 안전한 시장 진입이 강점이다.
웹툰·도서 플랫폼 리디는 지난해 9월 일본에 숏드라마 플랫폼 '칸타'를 출시하며 글로벌 행보를 넓혔다. 일본 내 K-콘텐츠 수요를 숏드라마 형식으로 흡수하겠다는 계산이다. 티빙은 국내 OTT 중 발 빠르게 숏드라마 전용관을 신설했다. 자체 제작 오리지널 숏드라마를 선보이며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으로
물론 숏드라마 시장이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시장에 쏟아지는 콘텐츠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복수 ▲불륜 ▲신데렐라 스토리 등)에 치중돼 있어 '양산형 콘텐츠'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소재의 다변화와 완성도 높은 각본이 필수다.
1분. 라면 물이 끓기도 부족한 이 짧은 시간이 이제 누군가를 눈물을 흘리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통쾌한 복수극을 선사하는 충분한 시간이 됐다. 숏드라마의 부상은 단순히 영상이 짧아진 현상을 넘어 인간의 주의 집중 지속 시간에 맞춘 미디어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을 의미한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탄탄한 스토리텔링 능력과 높은 제작 퀄리티를 가지고 있어, 중국계 플랫폼이 점유한 시장에서 충분히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숏드라마는 단순히 짧은 영상이 아니라, 영화나 시리즈물과는 또 다른 장르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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