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의 역설’ 사라진 주류 시장
2년 새 서울 호프집 2200곳 ‘증발’
‘관리통’ 전면 배치하고 비효율 공장 폐쇄
“K콘텐츠 타고 한국 소주, 북미·동남아로”
글로벌 매출 확대가 ‘유일한 살길’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국내 주류 산업이 전례 없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 건강을 중시하는 음주 문화가 뿌리내렸고, 여기에 고물가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더해지며 안방 시장의 성장판이 닫혔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업계 리더들은 14년 만의 수장 교체와 창사 첫 희망퇴직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조직의 군살을 빼는 동시에 K푸드 열풍을 탄 해외 영토 확장을 유일한 생존 전략으로 낙점했다.
문 닫는 호프집과 실적 쇼크
국내 주류 산업을 지탱하던 ‘소주와 맥주의 공식’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과거 불황일수록 소주 소비가 늘어난다는 ‘불황의 역설’은 이제 옛말이 됐다. 술에 취하기보다 분위기를 즐기고, 알코올 섭취를 최소화하는 ‘소버 라이프’(Sober Life) 트렌드가 전 연령대로 확산하면서 주류 소비 자체가 물리적으로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는 외식 상권에서 신랄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장 타격이 큰 업종은 주류 판매가 핵심인 호프·간이주점이었다. 서울 시내 호프집은 지난해 3분기 1만6155곳으로 집계돼 2년 전(1만8373곳)과 비교하면 불과 24개월 사이 2218개의 가게가 간판을 내렸다. 밤새 술잔을 기울이던 유흥 문화가 저물면서 주류 기업의 핵심 채널이 붕괴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소비 절벽은 기업들의 실적 쇼크로 이어졌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669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544억원에 그치며 22.5%나 급감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주류 부문 매출이 19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하며 내수 시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시장의 위기감은 고강도 체질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 초 14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김인규 대표 체제를 마감하고, 장인섭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장 대표는 1995년 진로에 입사해 경영전략과 재무를 거친 ‘관리통’이다. 그의 선임은 공격적인 확장보다 비용 구조를 재편해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오너 일가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026년에 들어서도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생존을 위한 고강도의 경영 효율화와 전사적인 비용 구조 재검토를 진행하게 됐다”며 “내실을 다지고 내수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공장 준비 등 해외사업을 좀더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해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그룹 전반 인적 쇄신 기조 속 유임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는 사업 구조 개편을 진행했다. 지난해 수익성이 낮은 ‘클라우드’와 ‘크러시’ 생맥주 운영을 중단하는 등 비효율 사업에 과감한 메스를 댔다. 또 지난해 말에는 비용 절감과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사 75년 만에 첫 희망퇴직도 단행했다.
나아가 올해는 호남 지역의 음료·주류 공급을 전담할 목적으로 지어진 광주공장의 폐쇄를 결정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부터 내부 논의를 거쳐 폐쇄 계획을 세웠고, 전국 6개 공장 중 광주와 오포에 있는 2개 공장의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좁은 안방 대신 “나가자, 세계로”
내수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자 주류 기업들의 시선은 일제히 국경 너머로 향하고 있다.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흥행에 힘입어 K푸드와 한국 술을 함께 즐기는 문화가 글로벌 트렌드로 번진 이 시기를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짙다.
글로벌에서 ‘한국 소주’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업계 내 시각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그로스 인사이트는 세계 소주 시장이 2034년까지 연평균 2.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북미 시장 점유율이 16%까지 확대됐다”며 “20~40대 젊은 소비자층의 지지가 견고해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과일소주(기타 리큐어) 수출액은 1억42만달러(약 1428억원)를 기록하며, 2024년(9627만달러) 대비 4.3%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과일소주 수출액이 1억달러 고지를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드라마 등 K콘텐츠 확산으로 소주의 친숙도가 높아진 가운데 달콤한 맛과 낮은 알코올 도수를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진로(JINRO)’ 브랜드를 앞세워 전 세계 80여 개국에 소주를 수출하며 ‘소주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다. 2030년까지 해외 소주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미국 프로 축구단 뉴욕 레드불스나 야구단 LA 다저스와 공식 후원을 맺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올해 완공 예정인 베트남 타이빈성 생산 공장을 동남아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고, 물류비 절감과 현지 공급 안정화를 통해 동남아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미국 최대 주류 유통사 갤로(Gallo)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현지 매출을 1년 사이 700%가량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을 30% 중후반 수준까지 확대한 상태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미국 프로축구단 LA 갤럭시와 후원 계약을 맺는 등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소비 감소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며 “현재 진행 중인 인력 감축과 조직 슬림화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해외 공략을 위한 자본과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주류 소비 트렌드를 어떻게 제품에 반영할지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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