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끝났다고?...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시장 연다” [이코노 인터뷰]
- [창업도약패키지 선정 기업]⑩ 권남혁 인터랙트 대표
소방·군·경 맞춤형 가상 훈련 시스템 개발
지난해 매출 40억 달성…중동·중앙아시아 진출 확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은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겪는 3~7년 사이의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이 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 창업가의 생생한 이야기는 후배 창업가들의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는 의문이 따랐다. 한때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확장현실(XR) 기술은 산업 전반을 변화시킬 것으로 평가받았다. 게임 및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XR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내놨지만 한여름밤의 꿈처럼 어느 순간 사그라들었다. 하드웨어의 편의성 부족과 상용화의 한계로 기대만큼 대중화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시장에서 그의 기업은 조용하고 묵직하게 성장하고 있다. 그 이유가 궁금했고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그는 20년 넘게 3D 게임 엔진 개발자로 살며 가상 세계를 조율해 온 베테랑 엔지니어였다. 수많은 게임을 성공시키고 수익을 내는 삶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때,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였다. 그는 당시의 충격을 회고하며 "내가 가진 기술은 있지만,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술로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된 지점이다.
그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닌, 사회 공헌을 실천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 나섰다. 게임 엔진 기술을 교육과 훈련, 특히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는 전문가들의 가상 훈련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2019년 3월, ‘인터랙트’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이름 그대로 가상과 실제 세계 사이의 완벽한 ‘상호작용’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기술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죽어가는 XR 시장에서 ‘훈련’이라는 생존법 찾아
권 대표는 과거 메타버스와 XR에 쏠렸던 시장의 관심이 하락한 현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나 게임 분야의 XR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가 정체되어 있으나, 교육 훈련 분야는 수요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고비용 혹은 고위험 훈련을 가상 공간에서 반복 수행할 수 있다는 실용적 가치 때문이다.
공공 기관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었던 핵심은 자체 ‘엔진’ 보유에 있다. 유니티(Unity)나 언리얼(Unreal) 등 글로벌 상용 엔진은 라이선스 비용 외에도 전문 개발자의 코딩이 필수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반면 인터랙트가 개발한 노코드(No-Code) 엔진 ‘ETXR’은 비전문가인 소방관이나 군 교관이 수일 내의 교육만으로 직접 훈련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수정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권 대표는 이를 “그림을 편집해주는 외주 회사가 아니라 도구(포토샵 등)를 개발하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국경을 넘는 안전 기술, 키르기스스탄에서 두바이까지
인터랙트의 기술은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비상상황부(MOES)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형 XR 소방 훈련 시스템을 수출했다. 베트남과 중국에서도 시스템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매출 지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설립 당시 3억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40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목표치는 100억 원에서 160억 원 사이로 설정했으며,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 대표는 3년 연속 CES에 참가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왔다.
향후 목표는 2030년 나스닥(Nasdaq) 상장이다. 권 대표는 기술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평가받기 위해 이미 미국 로펌과 계약하여 IFRS 국제회계기준 도입 및 ESG 경영 구조 구축 등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법률 자문부터 기숙사까지... "직원이 행복해야 기술도 빛나"
인터랙트는 임직원 및 직계 존비속을 대상으로 한 법률 자문 서비스와 지방 출신 사원을 위한 기숙사 운영 등 사내 복지를 시행 중이다. 직원의 생활 안정이 업무 집중도와 기술의 진정성으로 이어진다는 권 대표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기술적으로는 생성형 AI를 접목한 자동 모델링 기술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의 템플릿 방식에서 나아가, 종이에 그린 평면도를 촬영하면 AI가 즉각 3D 훈련 공간으로 변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예비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전했다. 그는 "정책 자금에 의존하기보다 린(Lean) 스타트업 방식으로 시장 반응을 신속히 검증하며 점진적으로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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