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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일터 기본법’ 도입에 우울한 소상공인 [긱워커 870만, 일터 기본법 파장은]③
- 법 시행 시 연간 약 505만원 추가 부담…평균 영업익 20% 웃돌아
자영업자, 3高·내수 부진에 역대급 위기…폐업 규모 100만명 돌파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한숨이 커진다. 정부와 여당이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이하 일터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과 경기 불황 장기화로 역대급 위기를 맞은 자영업이 규제 강화로 벼랑 끝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3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태선·박홍배·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일터 기본법과 김주영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나란히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정부와 여당은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입법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인건비 폭탄’ 우려…“비용 감당 어려워”
문제는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2월 26일 열린 ‘2026년도 소상공인연합회 정기총회’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날 연합회는 결의문을 통해 “790만 소상공인은 고물가·고금리·고인건비의 삼중고와 내수 부진 속에서 이미 폐업의 기로에 서 있다”며 “일터 기본법은 소상공인 영역의 고용 축소를 초래하고 경제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자리 말살 정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법안이 통과되면 후속 입법으로 근로기준법령 개정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법 시행으로 특수고용직 및 프리랜서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소상공인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법정 비용은 최저임금 기준 1인당 월평균 약 42만원, 연간 약 505만원에 달한다. 지난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소상공인 평균 영업이익인 2500만원의 20%를 넘는 수준이다.
연합회는 “퇴직금 적용까지 더해지면 소상공인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지역 일자리가 사라지는 ‘고용 절벽’과 ‘연쇄 파산’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계에 도달한 자영업의 현실은 주요 경제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전체 사업자 폐업 규모는 약 100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3월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9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083조8000억원이었던 1년 전보다 9조1000억원(0.8%) 불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대출 증가율은 전년(1.0%)보다 낮아졌지만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 규모(3억4000만원)는 1000만원(2.9%)가량 늘었다.
자영업자 가운데 취약 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 또는 저신용 차주)는 작년 말 기준 전체의 12.6%(40만4000명)를 차지했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14조6000억원으로 지난 2024년 말보다 1조1000억원(1.0%)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86%로 나타났다. 작년 3분기 말(1.93%)보다 0.07%포인트(p) 내렸지만, 여전히 비은행권(3.64%)과 취약 자영업자(12.14%)를 중심으로 장기 평균(2012∼2025년)인 1.58%를 웃돌았다.
“업무 특성 반영 못 해…논의 즉각 중단해야”
누적된 고금리와 인건비 상승, 내수 부진 등이 소상공인·자영업자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와 생활 물가 등이 오르면서 급격히 위축된 소비심리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25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0으로 집계됐다. 112.1이었던 지난 1월보다 5.1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인 지난 2024년 12월 기록한 –12.7p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크게 떨어졌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대리운전이나 택배, 메이크업, 인테리어 등의 업종은 업무 특성에 따라 건당으로 계약이 이뤄지는데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소송 우려로 기존처럼 단기 고용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프리랜서로 계약해 사업소득세 3.3%만 냈던 근로자도 4대 보험을 포함하면 20% 가까이 세금을 내야 해 수입이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터 기본법은 자본 시장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나온 법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법 시행 시 영세 사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 대다수는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31일 김주영·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 간담회’를 열었다. 법안과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취지다.
노동부는 법안 마련 과정에서 총 6차례의 공식 간담회와 7번의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연합회 측은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 종사자 중심으로 이뤄져 반대 의견 수렴이 미흡했다고 비판한다.
연합회는 정부와 국회에 ▲소상공인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논의 즉각 중단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방침 철회 ▲소상공인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간담회에서 김태선 의원은 “올해 상반기 내 통과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당장 통과시키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너무 늦지 않게 지원책과 함께 보완 방안을 마련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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