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모르쇠’ 벗고 실리 택한 구글…K게임 모처럼 웃을까 [빗장 풀린 구글]①
- 구글의 ‘실리적 항복’
K게임 모처럼 웃나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최대 앱마켓 구글이 마침내 수수료 완화에 속도를 내면서 인앱결제 갈등으로 얼어붙었던 국내 게임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구글이 수조원대 수수료 환급을 위한 집단 조정 합의 등 연내 처리를 서두르고 있어, 실익을 챙기려는 기업들의 ‘막차 타기’가 분주해질 전망이다.
구글, ‘무늬만 대응’ 끝내나
구글이 그간의 ‘모르쇠’ 전략을 폐기하고 긍정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며 한국 시장과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 앞서 4월 1일 규제당국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윌슨 화이트 구글 글로벌 공공정책 총괄 부사장과 카라 베일리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략 담당 부사장 등 본사 핵심 임원진이 방문해 김종철 위원장과 면담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의례적 행사를 넘어선다. 구글 측은 지난 3월 발표한 앱마켓 구글 플레이의 외부 결제 허용 및 결제 수수료율 인하 등 글로벌 정책 변경 취지를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법 우회 비판을 받아온 인앱결제 수수료를 글로벌 최저 수준인 10~15%로 낮추는 방안을 국내에도 빠르게 안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종철 위원장은 면담에서 “구글의 긍정적 변화로 앱마켓 생태계에 실질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면서도 “올 12월로 예정된 국내 적용 시기를 앱 개발사들의 부담을 고려해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구글 측은 “국내 앱마켓 구성원들과의 상생을 위해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지지부진했던 수수료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정부와의 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구글은 민간 차원의 법적 갈등에서도 전례 없는 ‘유화책’을 꺼내 들었다. 지난 3월 말 국내 게임사들이 제기한 인앱결제 수수료 집단 조정에 응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들이 소송 지연 작전으로 일관하던 것과는 판이한 행보다.
앞서 국내 게임사 253곳은 구글과 애플이 징수해 온 최대 30%의 수수료가 ‘시장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이득’이라며 미국 연방법원에 집단 조정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적정 수수료율은 결제 대행 원가를 고려한 4~6% 수준이다.
집단 조정을 이끄는 위더피플 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참여 기업 중 157곳이 지난 10년간 구글과 애플에 지급한 수수료 총액은 7조원에 달한다. 이 중 적정 수준을 초과해 징수된 금액만 2조원대로 추산된다. 이번 담판의 핵심은 구글이 천문학적인 금액 중 과연 얼마를 실제 환급금으로 내놓느냐다.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중 협상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위더피플은 늦어도 오는 5월까지 집단 조정 참여 회사를 모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애플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앱마켓의 투톱인 구글이 합의안을 도출할 경우 해당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라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자체 결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중소형 게임사나 구글과 애플의 영향력이 막강한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대형 게임사들이 효과를 체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대 수혜주 넷마블
구글의 수수료 인하와 환급 조치는 실적 부진에 빠진 K-게임에 확실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을 최대 수혜주로 꼽았다. 그는 “국내 게임사 중에서는 지급수수료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 모바일 매출 비중이 90% 이상이며 인앱결제 매출 비중이 70% 이상인 넷마블이 가장 큰 폭의 이익 상승을 경험할 전망”이라며 “구글의 신규 앱 수수료 정책 변화에 따른 지급수수료 절감액은 2026년 300억원, 2027년 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소형 개발사들에는 이번 조치가 ‘생존의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 절감액이 고스란히 신작 개발을 위한 인건비와 글로벌 마케팅 비용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법대로 하라’며 버티던 구글이 돌연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복합적인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글로벌 반독점 소송의 연쇄 패배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미국 연방법원이 에픽게임즈와의 소송에서 구글 플레이의 독점적 운영 방식을 위법으로 판결하면서 구글의 철옹성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국의 실효성 있는 압박이 한몫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단순 시정 명령을 넘어 과징금 부과를 검토하자 구글 본사 차원에서도 리스크 관리가 시급해졌다.
‘록인 효과’도 유지해야 한다. 서드파티 앱마켓의 성장과 대형 게임사들의 자체 결제 시스템 도입 시도가 이어지자, 구글은 수수료 인하라는 실리를 제공해 개발사들의 플랫폼 이탈을 막으려는 전략적 선택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 “여러 유통 채널을 활용할 수 있게 돼 특정 플랫폼에 매출이 쏠리는 비중이 줄고 개발사 협상력도 다소 향상됐다”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구글·애플 의존은 지속되고 있어 이들의 정책 변화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리 행사 막차 놓치지 말아야”
상황이 급변하자 아직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을 향한 조언이 나온다. 이번 집단 조정은 특정 시점까지 참여 의사를 명확히 밝힌 기업에만 환급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업계는 구글이 조정에 응하기로 한 것이 사실상 과거 수수료 정책이 과도했음을 자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 시일 내 합의를 목표로 속도를 내는 것은 협상 대상자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영기 위더피플 변호사는 “구글은 향후 권리 태만을 이유로 미처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기업들을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려 할 것”이라며 “이미 협상이 급물살을 탄 만큼 정당한 몫을 되찾고자 하는 게임사들은 더 늦기 전에 막차에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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