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외산 마감재’ 프리미엄의 역설…조합원 부담 커진다
- ‘고급화 마케팅’에 가려진 비용 구조
외산보다 성능·가격·공급 안정성 따져야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외산 마감재를 앞세운 ‘고급화 경쟁’이 공사비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중심의 자재 선택이 비용 구조를 왜곡시키면서 결국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자재 가격 ▲환율 ▲해상 운임까지 흔들리며 공사비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는 ▲창호 ▲주방가구 ▲타일 ▲위생도기 등 주요 마감재에 외산 브랜드를 적용하는 것이 여전히 ‘프리미엄’의 상징처럼 소비된다. 입찰지침서와 모델하우스에서도 독일·이탈리아 등 국가 이미지가 전면에 강조되며 상품성을 높이는 요소로 활용된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실제 주거 품질 개선보다는 ‘보여주기식 스펙 경쟁’으로 흐르며 공사비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외산이 곧 경쟁력…수주 전략 된 고급화
외산 건자재 선호는 수주 경쟁 과정에서 더욱 강화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외산 마감재는 고급 이미지를 앞세워 입찰 경쟁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요소”라며 “조합원들도 외산을 적용하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가치가 높다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인식이 형성돼 있다 보니 건설사 입장에서도 외산 사양을 제안하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 건설사 역시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인정한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외산 자재는 창호·마루·주방가구 등 주요 마감재에서 고급 이미지와 직결되는 요소로 인식된다”며 “조합 입장에서도 장기간 사업을 고려할 때 초기 공사비 부담보다 상품성 확보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강남권의 경우 외산 마감재 선호가 뚜렷해, 입찰 단계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외산 선호’ 역시 건설사의 제안 구조와 맞물리며 강화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비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조합 요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건설사가 먼저 외산 사양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대치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후 사업이 진행되면서 공사비 부담이 커지면 사양 조정 논의가 반복되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외산’이라는 이름이 실제 품질이나 공급 구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테리어·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외산 창호라고 해서 유럽에서 완제품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 들여온 뒤 가공하거나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는 해외지만 실제 공급 구조는 그렇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제품은 국내 유통·가공 과정을 거치면서도 외산이라는 이유로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와 실제 원가 구조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비 상승에 AS 부담도
이 같은 구조는 공사비 상승으로 직결된다. 업계에서는 동일한 성능 기준에서도 외산 창호나 주방가구를 적용할 경우 국산 대비 평당 공사비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외산 창호와 주방가구를 적용할 경우 평당 50만원 안팎의 비용이 반영되는 반면, 유사 성능의 국산 자재는 25만원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용 84㎡ 기준 가구당 수백만원의 차이가 발생하고, 단지 전체로 확대되면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특히 외산 자재는 가격 구조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외산 자재는 브랜드 인지도나 원가 구조를 조합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국산 제품은 비교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외산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불필요한 비용이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환율 상승과 운임 부담까지 더해지면 외산 자재 비용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추가로 변동될 가능성도 크다. 초기 제안 단계에서 제시된 고급 사양이 사업 후반에는 공사비 증액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는 조합원 추가분담금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후관리(AS) 문제 역시 변수다. 또 다른 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이 가능하지만 일부 외산 제품은 유통 구조상 AS 대응이 늦어 입주민 불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 거주를 고려하면 초기 브랜드 이미지보다 유지관리 체계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산 건자재를 무조건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기댄 선택이 비용 왜곡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분명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과 수요자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결국 외산 마감재 중심의 고급화 경쟁은 건설사 수주 전략과 조합의 기대 심리가 맞물리며 형성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외산 여부보다 성능과 가격, 공급 안정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어느 나라 제품인가’가 ‘얼마나 합리적인가’보다 앞서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공사비 부담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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