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되살아난 코스피 상승 랠리…외국인 귀환은 ‘유가·환율’에 달렸다
- [중동 위기, 外人 귀환 가능성은] ①
중동戰 휴전 직후 외국인 5.6조 순매수
“고환율 유지, 외국인 매수 제약 요인”
‘삼전닉스’ 중심의 외국인 매수 유입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2주 휴전’ 계획을 언급한 7일(현지시간)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다. 휴전 발표 다음 날인 4월 8일 코스피에서 1조908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후 외국인 수급을 보면 ▲9일 1조8474억원 ▲10일 1조641억원 ▲13일 -4579억원 ▲14일 4973억원 ▲15일 7181억원 등을 기록했다. 외국인의 ‘조(兆) 단위’ 매수세가 나타나면서 휴전 이후 누적 순매수 규모는 총 5조5921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의 매수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4416억원, SK하이닉스를 2조1816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우선주까지 포함하면 순매수 규모는 3조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반도체 업종이 반등의 중심축 역할을 한 셈이다.
다만 증권업계는 외국인의 본격적인 국내 증시로의 복귀가 나타났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중동 전쟁 리스크가 극대화됐던 3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35조8806억원을 순매도하며 대규모 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 특히 삼성전자(18조2448억원)와 SK하이닉스(8조1492억원)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실제 자금 흐름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4월 9일 발표한 ‘3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국내(주식+채권) 투자 자금은 365억5000만달러(약 54조1800억원) 순유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순유출을 나타냈다. 이 중 주식 자금은 297억8000만달러(약 44조1400억원) 순유출되며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쟁 장기화 우려와 환율 급등이 맞물리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대화된 결과다.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하면 4월 들어 나타난 외국인 순매수 전환은 전쟁 리스크 완화 기대에 따른 단기적 반등으로 해석된다. 그런 만큼 국제 정세에 따라 외국인 자금 움직임이 3월과 비슷한 흐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파키스탄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1차 종전 협상이 지난 12일(현지시간) 결렬된 이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휴전 합의는 불과 닷새 만에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확대될 우려 속에 코스피는 4월 13일 0.86% 하락 마감하고, 외국인은 4579억원 순매도했다. 다만 3월과 같은 대규모 매도에 따른 급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등 시장 충격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현재는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질수록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상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 역시 1500원 수준까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화 가치는 3월 1일부터 4월 7일까지 4.3% 하락하며 주요국 통화 중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5.9%) 다음으로 큰 폭의 약세를 기록했다.
이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약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 우려가 원화 약세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원화 자산 보유에 따른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우려도 커지면서 자금 이탈에 따른 높은 환율이 계속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환율이 더 크게 오르면 실질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현재 들고 있는 자산을 팔아야 하는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달러 수요 확대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일관되게 순매도를 했고, 원화 가치는 올해 주요 통화 중 최하위권에 있다”며 “1400원 이상의 환율이 지속되는 한 외국인의 신규 매수 동기는 구조적으로 제약된다”고 설명했다.
“유가, 100달러 장기화는 금융시장 악재”
증권업계에서는 코스피 6000선 회복 여부가 외국인의 투자 확대에 달려 있는 만큼 국제 정세 변화가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실적 개선과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지수 하단을 지지하고 있지만, 외국인 수급이 다시 흔들릴 경우 상승 동력은 빠르게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잔고가 여전히 33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에 따른 주가 급락이 나타날 경우, 반대매매 급증으로 지수의 추가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4월 13일 33조2168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33조원을 돌파했다. 중동 휴전 선언 이후 지수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도 ‘빚투’를 더 늘린 상황이다. 이에 종전 회담 결렬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평가손실이 확대된 것으로 예상된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 지난해와 달리 수입비용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유가가 하반기까지 100달러를 상회하는 시나리오만 아니라면 경제지표와 금융시장 모두 성장을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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