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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지분 팔아라”…디지털자산기본법에 거래소 흔들
- [가상자산업계 '대형 변수' 온다]①
지배구조·스테이블코인 쟁점 충돌...기본법 도입 연기
가상자산 시장 재편 신호탄인가, 옥죄는 규제인가
“대주주 지분 제한 논란…헌법소원 가능성도”
현재 논의 중인 기본법에는 ▲거래소 인가제 또는 등록제 강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경영진 책임 확대 ▲내부통제 의무 강화 등 전반적으로 거래소 감독 규제 강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가상자산 사업자를 금융회사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향성이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적절한 규제 안에서 오히려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빗썸의 오지급 사태는 제도 공백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시장이 더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이용자들도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거래할 수 있다. 규제 불확실성 속 운영보다 명확한 규제 체계가 오히려 시장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기본법 도입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지난해 6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 한 이후 1년 가까이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법안 논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감독 체계 개편 등 크게 세 가지 핵심 쟁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기본법 통과 논의가 사실상 지방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상임위원회 구성과 여야 협상 과정에서 또다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당초 2025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사업 전략을 세웠던 업계 입장에서는 최소 1년 이상의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기본법에 담긴 대주주 지분 제한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공적 성격을 가진 금융 인프라로 보고 지배구조 분산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안은 개인 지분 20%, 법인 지분 34% 상한이다. 그러나 국내 주요 거래소의 현실은 이 기준과 크게 괴리돼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최대주주 지분은 약 25% 수준이며, 빗썸 계열은 70%를 넘는 구조다. 코인원 역시 50% 이상, 코빗은 90%에 가까운 지분 집중도를 보인다. 정부는 일단 법 시행 후 3년 유예기간을 적용하고 중소 거래소의 경우 최대 6년까지 유예기간을 주는 절충안도 함께 내놨다.
하지만 이 기준이 그대로 도입될 경우 주요 거래소들이 지분 구조를 강제로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문제와 함께 대주주 지분 제한은 기본법 입법 논의 중단의 결정적 요인”이라며 “민간 사업자인 거래소를 공공 금융 인프라로 여기는 시각이 문제”라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재 해외에서도 거래소 대주주 지분에 제한을 두는 규제는 없다”면서 “기존 사업자에 지분 매각 강제는 재산권 침해 논란과 함께 헌법소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년 유예 같은 절충안도 해결책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대주주 지분 제한은 시장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감독 체계 역시 논란이다. 금융위원회 중심의 단일 감독 구조가 검토되면서, 인가 기준의 모호성과 대형 플랫폼 중심 규제 설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감독 권한이 집중될 경우 시장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기본법 필요해”
해외 주요국은 이미 가상자산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작업을 상당 부분 마무리한 상태다. 유럽연합(EU)은 가상자산시장법(MiCA)을 통해 거래소와 코인 발행사에 대한 인가제를 도입하고, 투자자 보호와 공시 의무를 강화했다. 사실상 가상자산을 금융상품과 유사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체계다.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 역시 거래소 인가제와 고객자산 분리 보관 의무를 기반으로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1대1 준비금과 상환 의무를 요구하는 등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규제 체계가 분산된 상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각각 관할권을 주장하며 충돌하는 양상이지만, 최근 들어 통합 법안 논의가 본격화되며 제도 정비가 진행 중이다.
미국과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FTX 파산 ▲테라·루나 붕괴 ▲셀시우스·블록파이 지급불능 ▲바이낸스 AML 위반 ▲마운트곡스 해킹 등 대형 사고가 잇따르며 고객자산 유용과 내부통제 부재 문제가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해외는 자산 분리, 준비금 규제, 인가제 등 가상자산 규제를 강화했다. 이후 해외 거래소들은 안정적 성장 환경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한국도 거래소 내부통제 문제가 조금씩 발생하기 시작한 지금 단계에서 기본법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신고제 중심의 규제 체계로 인해 진입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투자자 보호와 신뢰 측면에서는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기본법 도입 시 거래소들은 단기적으로 규제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시장 환경이 안정돼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 “해외 시장이 ‘규제 여부’가 아니라 ‘어떤 규제로 산업을 키울 것인가’ 단계로 넘어간 만큼 우리도 다음 단계로 진입하려면 기본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결국 시장 재편이 불가피한 만큼 중소 거래소나 신규 사업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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