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크래프톤, 비게임 영역 확장 득될까 독될까 [서대문 오락실]
- 쏘카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설립 등 ‘피지컬 AI’ 영토 확장 가속
본업인 게임 신작 부재 속 ‘역량 분산’ 우려 섞인 시선도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배틀그라운드’의 신화는 여전하지만, 크래프톤의 시선은 이미 모니터 너머를 향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비게임 영역으로 영토를 확장 중인 크래프톤의 행보를 두고 업계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라는 기대와 ‘본업 경쟁력 약화’라는 우려 사이에서 크래프톤이 마주한 과제를 짚어보겠습니다.
크래프톤이 최근 발표한 2026년 1분기 실적은 여전히 견고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이목은 실적 수치보다 김창한 대표의 입에 쏠렸습니다. 김 대표는 쏘카와의 합작 법인 설립을 공식화하며 ‘피지컬 AI’라는 키워드를 던졌습니다.
단순히 차량 공유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이 아닙니다. 크래프톤의 목적은 게임 개발을 통해 축적한 AI 기술력과 쏘카의 방대한 자율주행 데이터를 결합하는 데 있습니다. 이미 메타버스, 딥러닝, 피지컬 AI 분야에 전방위적인 투자를 단행해 온 크래프톤에게 이번 협력은 ‘게임사’라는 틀을 벗어나 ‘종합 IT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게임사들의 비게임 영역 확장이 지금까지 ‘성공 신화’보다는 ‘실패의 역사’에 가까웠다는 점입니다.
엔씨소프트는 과거 ‘유니버스’ 플랫폼을 통해 야심 차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팬덤의 요구와 게임적 문법 사이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서비스를 매각하며 사실상 철수한 바 있습니다.
컴투스 역시 메타버스 열풍을 타고 ‘컴투버스’를 선보이며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으나, 수익 모델 부재와 이용자 이탈로 인해 현재는 사업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전례들은 게임 기술이 범용성이 높을지언정, 비즈니스 로직이 전혀 다른 영역에서 성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전문가들이 크래프톤의 쏘카 투자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본업인 게임과 이질적인 자율주행 시장에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크래프톤이 비게임 영역으로 눈을 돌리는 이면에는 ‘원히트 원더’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가 매 분기 역대급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그 뒤를 이을 차기작들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습니다.
크래프톤은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통해 유망 스튜디오를 인수하고 IP 확장을 꾀하고 있으나, 제2의 배그라 불릴 만한 파괴적인 신작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본업에서의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기술 기반의 비게임 사업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게임 하나 제대로 성공시키기도 힘든 시기에 역량을 분산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쏘카와의 합작은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사업인 만큼, 자칫하면 본업의 수익성까지 갉아먹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크래프톤의 비게임 확장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데이터의 실질적 융합’에 달려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태우는 투자가 아니라, 쏘카의 주행 데이터가 크래프톤의 AI 알고리즘을 어떻게 진화시키고, 그것이 다시 게임 개발이나 새로운 서비스로 어떻게 치환되는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흥행 산업이기에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기반으로 신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타당하다”며 “하지만 자율주행이나 피지컬 AI는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본업인 게임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투자 자체가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크래프톤은 지금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로 번 돈을 미래 기술에 베팅하는 이들의 행보는 ‘한국판 빅테크’로 가는 혁신의 시작일까요, 아니면 선배들이 걸었던 길을 답습하는 시행착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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