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화장품은 코스맥스가 만들고, 흥행은 틱톡이 시킨다 [브랜드 없는 뷰티 시대]①
- ‘틱톡’ 보고 브랜드보다 성분·제형 찾는 소비자들
K뷰티 ODM, 글로벌 인디 브랜드 생산기지로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글로벌 뷰티 산업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화장품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고급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화려한 포장과 톱모델을 앞세울수록 소비자들이 앞다퉈 몰려들었다. ▲에스티로더 ▲시슬리 ▲랑콤 등 글로벌 럭셔리 뷰티 브랜드가 시장 정상에 올라선 배경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전하면서 ‘이름값’을 따지던 소비자들이 새로운 화장품 성분과 제형, 실제 사용 경험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뷰티 업계에서는 “이제 화장품은 ODM(제조자개발생산)이 만들고, 흥행은 틱톡이 시킨다”는 말까지 나온다.
명품 브랜드 누른 K뷰티 ODM
직장인 정희원(45)씨는 지난달 ‘PDRN’(연어 유래 DNA 성분)이 들어갔다는 콜라겐 캡슐 크림을 구매했다. 매일 밤 투명한 젤 속에 담긴 분홍색 캡슐을 얼굴에 듬뿍 펴 바르는 정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요즘 숏폼에서 PDRN 화장품이 그렇게 인기라길래 샀어요. 사실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라 반신반의했거든요. 그런데 가성비가 정말 좋더라고요.”
정씨가 구매한 제품은 2만4000원대 K-인디 뷰티 브랜드 제품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백화점에 입점한 기초 제품을 주로 샀는데, 요즘은 성분이나 제형만 좋으면 브랜드명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비단 정씨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 Z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스킨텔렉추얼’(Skintellectual) 현상이 대표적이다. 광고 모델과 화려한 패키지보다 구체적인 성분과 제형을 먼저 따지는 소비 흐름을 뜻한다.
미국 패션·뷰티 전문 매체 보그 비즈니스는 “Z세대는 성분표와 임상 데이터, 실제 후기 영상을 꼼꼼히 확인하며 브랜드보다 검증된 성분을 우선시한다”고 분석했다. 과거 브랜드 자체가 품질과 신뢰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레티놀 ▲나이아신아마이드 ▲비타민C 같은 기능성 성분이 소비를 움직이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한 뷰티 플랫폼 관계자는 “마스크팩 하나를 검색하더라도 하이드로겔이나 바이오 콜라겐 혹은 슬리핑 랩핑 마스크처럼 새로운 제형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고 전했다.
뷰티업계는 이런 변화의 최대 수혜자로 코스맥스·한국콜마·코스메카코리아 등 K-ODM사를 꼽는다. 과거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어떤 제조사가 더 빠르게 새로운 성분과 제형을 구현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 된 셈이다. 특히 K-ODM 기업들은 단순 생산 능력을 넘어 트렌드 대응 속도와 기술력 측면에서 글로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맥스는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886억원, 영업이익 445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콜마 역시 매출 5740억원, 영업이익 599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코스메카코리아도 미국 법인 성장세에 힘입어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과거 K-ODM사는 명품 브랜드의 비인기 제품을 찍어내는 ‘하청’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피부 전달 기술과 제형 안정화 기술 등 연구개발(R&D) 역량이 커지며 위상이 달라졌다. 최신 성분과 제형을 가장 먼저 제품화하면서 ‘무엇이 다음 유행이 될지’를 함께 기획하는 역할까지 맡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실제 글로벌 인디 브랜드 상당수는 제품 개발과 생산은 국내 제조사에 맡기고, 자신들은 브랜딩과 콘텐츠 마케팅에 집중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국내 ODM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 인기 없는 제품의 하청을 맡기던 명품 브랜드가 우리를 찾아와 ‘어떻게 하면 너희처럼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문의한다”며 “앞으로는 브랜드가 새로운 성분과 제형을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내놓느냐에 따라 주도권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흥행은 틱톡의 몫?
화장품을 ODM 회사가 주도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면, ‘흥행’은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맡고 있다.
과거에는 백화점 매장과 TV 광고, 유명 잡지 화보가 화장품의 유행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소비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 특히 짧은 영상 기반의 ‘발견형 소비’가 확산하면서 브랜드 역사보다 바이럴 속도가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인 K-뷰티 브랜드 상당수는 틱톡 바이럴을 통해 존재감을 키웠다. 메디큐브는 피부 관리 디바이스 ‘에이지알’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카일리 제너 등 인플루언서들이 얼굴에 기기를 문지르는 장면과 사용 전후 피부 변화를 담은 영상이 반복 확산된 영향이 컸다.
아모레퍼시픽 라네즈의 효자 제품으로 꼽히는 ‘립 슬리핑 마스크’도 대표 사례다. 북미 셀럽과 인플루언서들이 틱톡에 사용 후기 영상을 올리며 ‘자기 전에 바르는 립 마스크’ 트렌드를 형성했다.
업계에서는 틱톡 알고리즘이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 영상을 반복 노출하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관계없이 제품을 히트시키고 있다고 본다.
특정 영상을 오래 보거나 저장·공유하면 유사한 성분과 제형의 화장품 영상이 연달아 추천되는 구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래 알지 못했던 브랜드도 짧은 시간 안에 반복 노출되며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진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틱톡이 화장품 검색의 엔진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Z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구글보다 틱톡에서 먼저 화장품 후기와 사용법을 검색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막대한 광고비를 투입해 백화점 좋은 자리를 확보해야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면 지금은 틱톡이 히트 상품을 만드는 모양새”라며 “화장품 산업이 브랜드 중심에서 ODM사의 기술력과 콘텐츠·알고리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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