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규모 점포 휴업에도…상품 부족한 홈플러스 [대형마트 생존게임]①
- 홈플러스 지난 10일부터 전국 67개 점포만 운영
기여도 낮은 점포 37개 휴점...썰렁한 매대는 여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홈플러스의 상황이 좋지 않다. 대규모 점포 휴업을 통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동성 위기로 점포 내 판매 가능한 상품이 현저히 줄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마지노선 무너졌다
홈플러스의 몸집이 왜소해졌다. 경영진이 유동성 위기를 이유로 이달 들어 37개 점포 휴업을 결정한 탓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전국 기준 6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 점포 수는 경쟁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국 운영 점포가 가장 많은 곳은 이마트로 133개 수준이다. 롯데마트는 전국 11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점포 수 축소를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운영 점포 수가 곧 대형마트의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운영 점포 수의 마지노선(최후 방어선)은 100개다. 운영 점포 수가 두자릿수로 떨어지면 타사와의 경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점포는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라 하나의 물류센터 역할도 한다”며 “점포 수의 감소는 매입 규모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온라인 사업에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하지만, 이 사업은 일반적으로 수익성이 매우 떨어진다”며 “온라인을 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점포가 도심형 물류센터(MFC) 역할을 해야 한다. 점포가 줄면 온라인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운영 점포 축소가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100여개에 달하는 점포에 온전히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 기여도가 높은 점포에 물건을 몰아주는 것은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제한된 상품 물량을 핵심 매장에 우선 공급해 고객 선택권을 회복하고 주요 점포의 매출 하락과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판매 가능한 상품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장사가 잘 되는 곳만 영업을 하겠다는 얘기다.
협력사 외면, 쥐어짤 힘도 없다
홈플러스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현장의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5월 17일 방문한 영등포점 곳곳에서 홈플러스의 물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음을 엿볼 수 있었다. 제품이 부족해 전진 진열(상품을 진열대 가장 앞쪽으로 당겨서 꽉 차 보이게 하는 방식)조차 하지 못하는 진열대도 많았다.
이날 홈플러스 영등포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오후 시간대임에도 썰렁했다. 고객들을 유인하는 수단 중 하나인 입점업체들도 다수 이탈해 폐점을 앞둔 점포 느낌을 줬다. 이를 의식한 듯 홈플러스 측은 건물 입구에 ‘홈플러스 영등포점은 정상영업합니다’라는 안내 현수막을 걸어뒀다.
상품이 부족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매장을 방문할 이유가 사라진다. 서울 문래역 인근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공모씨(39)는 “집 바로 앞에 홈플러스가 있기는 하지만 요즘 잘 오지 않는다. 푸드코트도 빈약하고 가게들이 많이 빠졌다”며 “가족들과 함께 나올 때는 차로 5~10분 거리에 있는 타임스퀘어로 간다. 그 안에 이마트가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영등포점 인근에 거주 중이라는 직장인 주모씨(33·여)는 “집 근처에 홈플러스가 있어서 자주 방문했는데, 예전에 비해서 제품 수가 많이 줄었다”며 “최근 제품 수가 더 다양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협력사들은 홈플러스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지난해 말부터 주요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는 홈플러스 협력사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대금 납부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협력업체가 현금을 먼저 받고 제품 공급을 하는 상황으로 안다. 현재 상황에서는 매우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족한 상품을 채우려면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자금을 확보하려면 판매가 늘어야 한다. 하지만 정작 팔 물건이 없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홈플러스는 외부로부터 자금을 빌려 쓸 수 있는 여력도 없다. 회생 절차 진행 및 신용도 하락으로 단기 대출 등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홈플러스는 향후 1~2달 내외로 입금될 슈퍼마켓 사업부(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을 바라보고 있지만 1206억원 수준에 불과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에 따른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겨우 몇 개월 더 버티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브랜드 신뢰도가 깨졌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수도권 중심으로 판매 가능한 대형마트 점포를 합리적인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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