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루이 비통이 10년간 지켜온 것.. 희소성 아닌 ‘연대의 철학’
- 가격 아닌 철학 경쟁
명품업계 ‘진정성 시대’ 본격화
필릭스·셀린 디온·즐라탄도 참여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럭셔리의 품격은 희소한 소재나 가격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래 지켜온 태도와 사회를 향한 책임이 브랜드의 깊이를 만든다. 프랑스 하우스 루이 비통이 유니세프와 함께 걸어온 10년은 대표적인 사례다.
‘루이 비통 포 유니세프’ 파트너십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201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이후 지난 10년간 루이 비통이 유니세프에 전달한 누적 기부금은 2800만달러에 달한다. 최초 약정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루이 비통은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사고, 아프가니스탄 위기, 인도 코로나19 확산 등 세계 곳곳의 재난 현장에서 유니세프 긴급 구호 활동을 지원해왔다.
이번에 선보인 10주년 프로젝트 역시 단순 기념 컬렉션과는 결이 다르다. 루이 비통은 브랜드의 상징성과 공예 기술을 활용해 ‘연대’라는 가치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풀어냈다.
단 하나만 제작된 ‘루이 비통 유니티 타임 오브제’는 가장 눈길을 끄는 작업으로 꼽힌다. 축구공의 오각형·육각형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스켈레톤 시계 오브제로, 루이 비통의 트렁크 제작 전통과 스위스 시계 공방 레페 1839의 기술력이 결합됐다.
화이트·블랙 다이아몬드 총 264개를 세팅했고, 파리 외곽 아니에르 공방에서 완성했다. 작품은 오는 6월 소더비 온라인 경매를 통해 공개되며, 낙찰 금액 전액은 유니세프에 전달된다.
1998년 월드컵 직후 처음 발간했던 사진집 ‘르봉’도 새로운 에디션으로 돌아왔다.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공을 통해 연대와 연결의 의미를 담아낸 프로젝트다. 전 세계 약 100명의 인물이 루이 비통 모노그램 공과 함께 촬영에 참여했다.
스타들도 힘을 보탰다. 니고, 셀린 디온,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이 함께했으며, 루이 비통 앰버서더이자 유니세프 한국 친선대사인 필릭스도 참여했다. 필릭스는 서문을 통해 “모든 어린이는 동등한 기회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루이 비통의 대표적인 기부 프로젝트 ‘실버 락킷’도 새롭게 공개됐다. 1901년 스티머 백 자물쇠에서 착안한 이 컬렉션은 보호와 약속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는 축구공 참 장식을 더한 한정판 브레이슬릿이 추가됐다. 제품 판매 시 개당 100~200달러가 유니세프에 기부된다.
최근 명품업계에서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진정성’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격 인상 피로감과 과잉 소비 논란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단순 희소성보다 브랜드의 가치관과 지속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루이 비통은 이번 10주년을 계기로 유니세프의 글로벌 여성 지원 프로그램 ‘파워포걸스’ 후원도 확대한다. 남미·아프리카·아시아 지역 여성 청소년들이 교육과 보건, 리더십 훈련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루이 비통은 매년 10만명 이상의 소녀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 럭셔리가 욕망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철학을 오래 실천해왔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루이 비통은 공예와 문화, 공익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는 데 가장 능숙한 하우스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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