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올해만 143조원 쏟아낸 외국인…‘팔자’ 계속되는 이유는[증권가 레이다]
- 반도체 급등에 외국인 보유비중 오히려 40% 육박
리밸런싱·환율 부담에 하반기 매도 압력 지속 전망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140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기 기준 최대 규모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외국인의 매도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주가 급등으로 외국인 보유 비중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하반기에도 외국인의 비중 조절(리밸런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역대급 팔자’에도 보유비중 확대…반도체 랠리 영향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는 코스피 시장에서만 142조279억원에 달했다. 코스닥 시장까지 합하면 약 143조원 규모다. 이는 반기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수준의 순매도다.
월별 흐름을 보면 외국인의 매도 강도는 갈수록 커졌다. 코스피 기준으로 1월에는 1185억원을 순매수했지만, 2월에는 21조원 규모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어 3월에는 36조원, 5월에는 46조원을 각각 순매도했고, 6월에도 47조원가량을 순매도하며 대규모 매도세를 이어갔다. 4월 한 달만 1조원 수준의 순매수를 기록했을 뿐 대부분의 기간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처럼 역대급 매도 물량이 쏟아졌음에도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보유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가운데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 2일 기준 39.99%를 기록했다. 올해 1월 2일의 36.67%보다 3%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주식을 팔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보유 자산 가치가 더 빠르게 증가한 영향이다.
하반기도 ‘팔자’ 이어질 가능성↑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 때문에 외국인이 다시 적극적인 순매수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연기금과 장기 운용 자금은 국가별 투자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증시 비중이 주가 상승으로 자연스럽게 확대되면 신규 매수보다는 일부 차익실현을 통해 비중을 다시 맞추는 리밸런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처럼 특정 업종이 시장 상승을 주도하는 경우에는 해당 업종 중심의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외국인 순매도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에 집중됐다. 상반기 외국인 순매도 약 149조원 가운데 약 134조원이 반도체 업종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한국 증시를 떠나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가 상승으로 비중이 커진 종목을 일부 매도해 목표 비중을 맞추는 글로벌 자금의 일반적인 운용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환율 역시 하반기 외국인 수급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는 주가 수익을 거두더라도 환차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환율 상승 국면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압력이 커지는 경향이 반복돼 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도 외국인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환율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입 속도는 둔화되고 차익실현 매물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외국인 순매도는 한국 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해서라기보다 급등한 반도체 비중을 조절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다만 반도체 주가 상승과 환율 변수까지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외국인의 리밸런싱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변동성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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