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출범 30주년 코스닥 활성화 '2막'-IPO 제도개편 효과 시험대
- [하반기 공모시장]②
'코스닥 등급제' 도입…시장 체질 개선 본격화
신기업은 키우고 한계기업은 솎아낸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은 코스닥 시장이 하반기 기업공개(IPO) 제도개편의 실효성을 검증받는 무대에 오른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코스닥 승강제 도입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신설 등을 통해 성장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 한계기업은 신속히 정리하는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제도 변화가 공모시장 자금 유입과 우량기업 상장 확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기업들의 상장 부담만 키울지는 하반기 IPO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후속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개편은 단순히 신규 상장 기업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다. 상장 이전 단계에서는 혁신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상장 이후에는 기업의 성장성과 시장 신뢰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게 된다. 또한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신속히 시장에서 정리하는 '전주기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코스닥 승강제 도입이다.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 ▲스탠더드 ▲관리군 등 3개 세그먼트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프리미엄에는 시가총액과 수익성, 지배구조 등을 갖춘 우량기업을 배치하게 된다. 스탠더드는 일반 성장기업과 기술특례 상장기업 중심으로 운영된다. 관리군은 장기간 적자를 지속하거나 상장 유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을 집중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동안 코스닥은 혁신기업의 성장 플랫폼이라는 역할과 함께 한계기업이 장기간 시장에 잔류하는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었다.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이 같은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투자자들이 기업의 질을 구분하기 어렵고, 이는 코스닥 전체에 대한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승강제를 추진하는 것도 단순히 시장을 구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량기업에는 시장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부실기업에는 퇴출 압력을 높여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신뢰…공모시장 회복 시험대
IPO 시장의 핵심 축인 기술특례상장 제도도 손질된다. 현행 제도는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이라면 적자 상태에서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지만, 일부 기업의 상장 이후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 반복되면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 국회에서도 기술특례 제도의 효율화 필요성이 논의됐다. 중복된 기술평가와 장기간 심사로 혁신기업의 상장 시기가 늦어지는 문제는 개선하되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 ▲매출 성장성 ▲공모자금 활용 계획 등에 대한 검증은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심사 문턱을 무조건 높이거나 낮추는 것이 아니라 '혁신기업은 빠르게 시장에 진입시키고 부실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더욱 정교하게 걸러내는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기술특례 기업에 대한 사후 관리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상장 당시 제시한 매출 전망과 실제 실적 간 괴리가 크거나 연구개발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시장의 평가도 이전보다 냉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기술특례가 '상장의 특혜'가 아니라 상장 이후 지속적인 성과를 검증받는 제도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DC 도입 역시 IPO 시장의 자금조달 구조를 변화시킬 변수로 꼽힌다. BDC는 일반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비상장 성장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상장형 투자기구다. 지금까지 성장기업의 자금조달이 벤처캐피털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IPO 이전 단계에서도 보다 안정적인 성장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는 공모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과거에는 상장 전 자금조달 수단이 제한적이어서 기업들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IPO를 서두르거나 기업가치를 높게 책정하려는 유인이 있었다. BDC가 안착하면 기업은 상장 시기를 보다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고, 투자자들도 단기 차익보다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평가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IPO 시장의 평가 기준 역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공모 흥행 여부보다 상장 이후 기업가치 유지와 실적 달성 가능성이 더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관투자자들도 공모가 적정성뿐 아니라 ▲자금 사용 계획 ▲기존 주주 보호 방안 ▲상장 이후 성장 전략 등을 더욱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참고하는 사례는 일본거래소(JPX)의 시장 개편이다. 일본은 시장을 프라임·스탠더드·그로스로 재편하고 상장 유지 기준과 지배구조 요건을 강화하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했다. 단기적으로는 신규 상장이 줄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와 투자 기반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역시 승강제가 안착할 경우 단순한 상장 확대보다 질적 성장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제도 개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바이오와 딥테크 기업처럼 연구개발 기간이 긴 산업은 단순한 재무지표만으로 평가할 경우 혁신기업까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승강제 역시 업종별 특성과 기술 경쟁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오히려 성장기업의 자금조달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하반기 IPO 시장의 승부는 상장 기업 수가 아니라 시장 신뢰를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특례 제도 개선과 코스닥 승강제, BDC 도입이 유기적으로 작동해 혁신기업에는 성장자금을 공급하고 한계기업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코스닥의 경쟁력도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제도 간 연계가 미흡하거나 시장 참여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경우 기업들의 상장 부담만 높이고 공모시장 위축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편은 IPO 시장을 키우기 위한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코스닥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혁신기업이 적기에 성장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도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제도의 성공 여부는 우량기업이 코스닥을 성장 플랫폼으로 선택하고 투자자들이 공모주 시장을 다시 신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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