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
중국의 반격 시작됐다..'세계 4위' CXMT, 6.5조 실탄 들고 삼성·SK 정조준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중국 메모리 반도체의 추격이 정부 지원을 넘어 자본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4위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6조5000억원 규모 기업공개(IPO)에 나선 데 이어, 애플이 CXMT D램을 공급망 편입을 위한 테스트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아직 AI 핵심 메모리인 HBM에서는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범용 D램 시장을 발판으로 영향력을 키운 뒤 AI 메모리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지난 9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투자설명서를 제출하며 IPO 절차를 시작했다. 조달 규모는 295억위안(약 6조5000억원)이다.
CXMT는 투자설명서에서 자신을 생산능력 기준 '중국 1위, 세계 4위 D램 업체'로 소개하면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는 생산능력과 연구개발, 매출 등에서 여전히 격차가 있다"고 인정했다.
대신 추격 전략은 분명했다.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생산라인 고도화와 차세대 D램 연구개발에 투입해 생산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생산라인 업그레이드에 75억위안, D램 기술 고도화에 130억위안, 차세대 메모리 연구개발에 90억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점은 AI용 HBM보다 DDR5와 LPDDR5X 등 범용 D램을 성장 축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정면 승부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범용 D램에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지난해 CXMT 매출의 98% 이상이 LPDDR과 DDR 제품에서 발생했다.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올해 1분기 7.6%로 직전 분기(4.7%)보다 크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8.6%, SK하이닉스는 28.8%, 마이크론은 22.4%를 기록했다.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라 글로벌 3사가 HBM 생산에 집중하는 사이 공급이 부족해진 범용 D램 시장을 CXMT가 빠르게 흡수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애플까지 중국산 D램 채택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은 현재 CXMT의 D램을 공급업체 인증 절차에 따라 성능과 안정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아직 최종 채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입장에서는 CXMT를 네 번째 D램 공급업체로 확보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최근 급등한 범용 D램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정치적 변수는 여전하다. CXMT는 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 지원 기업 명단에 포함돼 있으며, 향후 미국 상무부의 수출 제한 대상에 추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애플이 공급망 편입을 서두르는 것도 향후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인증 절차를 마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업계는 이번 IPO를 중국 메모리 산업의 '2막'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정부 보조금에 의존했던 CXMT가 상장을 통해 민간 자본까지 확보하면서 투자 여력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초격차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AI 메모리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최근 미국 ADR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첨단 패키징 시설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당장 HBM보다 범용 D램에서 점유율을 넓히는 현실적인 전략을 택하고 있다"며 "AI 메모리 호황으로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지금이 중국 업체들에는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에 IPO 자금까지 더해지면서 CXMT의 추격 속도는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제는 기술뿐 아니라 자본과 공급망까지 포함한 전방위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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