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집값 자극하는 ‘반도체 머니’…수도권 상승세 부채질
- [‘삼전닉스 머니’의 부동산 귀환]②
투자 차익·성과급·사내대출 맞물리며 수도권 집값 자극
규제지역 확대에도 “오를 곳 지정했다” 시장 기대 여전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랠리’가 국내 증시를 끌어올린 데 이어 수도권 부동산 시장까지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가 상승으로 늘어난 투자 수익이 주택 매입 자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데다 대규모 성과급과 사내 주택자금 대출까지 더해지면서 서울은 물론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가 지난해 6·27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지역을 지속적으로 지정하며 부동산 시장 안정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오를 지역을 규제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유동성이 꾸준히 유입되는 지역인 만큼 규제만으로는 상승 흐름을 막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1146조원 자산효과…부동산 이동 우려
한국씨티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가계의 잠재적 주식 자본이득은 약 1146조원으로 추산됐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가 90% 넘게 급등하면서 자산 효과가 소비와 부동산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시 급등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0.4%, 민간소비를 0.9%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욱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투자 차익 실현은 올해 하반기 수도권 주택시장 상승세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수도권 집값 흐름은 기존 강남권 중심의 상승세에서 서울 중저가 지역과 경기 남부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관악구가 9.0%로 가장 높았고, 동대문구(7.4%), 동작구(6.0%), 성북구(5.8%)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남구(0.1%), 송파구(1.2%), 서초구(1.8%)보다 상승 폭이 더 컸다.
시장에서는 강남권 가격 상승에 따른 ‘키 맞추기’ 현상이 서울 외곽과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수요자들의 ‘포모’(FOMO·기회 상실 우려) 심리가 강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지역으로 매수세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경기 남부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화성 동탄은 수도권 상승세를 이끄는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6월 들어 3주 동안 화성 동탄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11%를 기록했고, 6월 마지막 주에도 주간 상승률이 1%대를 유지하며 수도권 최고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공급 부족과 함께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자금 유입의 영향도 크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으로 투자 수익을 거둔 개인들이 차익을 실현해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데다 성과급 지급 시기와 맞물리면서 매수 문의도 늘고 있다는 것이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동탄과 용인 기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셔틀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이른바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으로 분류된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개발 호재까지 더해지면서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유입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사내대출·성과급 맞물려…반도체 벨트 ‘들썩’
정부도 이런 흐름을 감지해 6월 30일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지정 효력은 7월 1일부터 발생했다. 국토교통부도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시 기흥구는 반도체 산업 특수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다”며 규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결국 오를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것”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규제가 부동산 상급지를 오히려 확인해 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집값 상승 기대 심리가 발생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반도체 산업발 자금 유입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을 바탕으로 지급될 성과급과 무주택 임직원 대상 주택자금 지원 등을 감안하면 내년까지 양사발 부동산 대기 자금이 최대 53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최근 무주택 임직원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사내 주택자금 대출 제도의 세부 기준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과 광역시의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으로 지원 대상을 제한하는 대신 직급별 대출 한도를 폐지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노사 합의를 통해 무주택 직원을 대상으로 연 1.5% 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지원하는 사내 대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초 직급별로 최대 5억원 수준의 대출 한도가 거론됐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지원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내 대출 자체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늘어난 자산 효과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정부의 대출 규제와 규제지역 확대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호황으로 형성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이동할 경우 집값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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