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트럼프는 "휴전 끝"이라는데, 이란은 "대화는 계속" .. 전쟁 대신 협상 택하나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종료"를 선언하며 강경 메시지를 내놨지만, 정작 미국과 이란은 물밑에서 협상 채널을 유지하며 다음 협상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공개적으로는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도, 실제로는 전면전보다 협상을 통한 출구를 모색하는 '벼랑 끝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악시오스(Axios)와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 파키스탄 등 중재국을 통해 비공식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의 최대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통화하고 중동 정세를 논의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양국 정상급 인사들이 중동 현안을 직접 논의한 첫 사례다.
이란도 중재 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통화했고,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연안국인 오만을 방문해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카타르 중재단 역시 미국과 사전 조율을 거쳐 테헤란을 찾아 협상 재개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공개적으로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지만 협상의 문은 닫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종료를 선언하면서도 추가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공격을 중단하고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하겠다는 공개 성명을 발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당국자는 "그런 약속이 없다면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라며 추가 압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도 맞섰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지금까지 약속을 지켜왔다"며 "MOU 9항을 위반한 것은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MOU의 상호 준수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협상 복귀 의지를 내비쳤다.
MOU 9항은 최종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이란은 핵 프로그램의 현 상태를 유지하고, 미국은 새로운 제재나 추가 병력 배치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최근 이란산 원유 제재를 복원하고 추가 제재를 발표하면서 이란은 이를 합의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하고 핵시설 복구 움직임을 보인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양측 모두 상대가 먼저 합의를 깼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외교가에서는 최근 긴장 고조 역시 협상을 앞둔 주도권 싸움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다음 주 스위스에서 후속 협상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 서방 외교관도 "양측 모두 결국 MOU 체제로 복귀하길 원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결국 양측의 승부는 전장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보장과 핵 프로그램, 대이란 제재 완화라는 핵심 쟁점을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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