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무한 스크롤이 문제였다" 메타·구글, 90억원 배상 판결에 불복 항소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메타와 구글이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독 책임을 인정한 미국 법원의 첫 배상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무한 스크롤', '자동재생' 등 플랫폼 설계 자체의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수천 건에 달하는 유사 소송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메타는 구글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구글도 별도로 항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배심원단은 20대 여성 원고 '케일리 G.M.'의 손을 들어주며 메타와 구글에 총 600만달러(약 9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손해배상금 300만달러와 징벌적 손해배상금 300만달러를 각각 인정한 것이다. 이후 두 회사는 재심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의 핵심은 이용자가 게시한 콘텐츠가 아니라 플랫폼의 설계 방식이었다.
원고 측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무한 스크롤, 자동재생, 추천 알고리즘, 반복적인 알림 기능 등이 청소년의 이용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리도록 설계됐고, 결국 중독과 정신 건강 악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이러한 논리를 받아들여 플랫폼 기능 자체에도 기업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오랫동안 방어 논리로 활용해온 '통신품위법(CDA) 230조'의 적용 범위를 좁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메타와 구글은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서는 플랫폼 책임을 면제하는 CDA 230조를 근거로 맞섰지만, 법원은 이 사건이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의 제품 설계와 관련된 문제라고 판단해 해당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다.
메타는 즉각 반발했다. 메타 대변인은 "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어서 특정 SNS 하나만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회사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안전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고 밝혔다. 구글 역시 항소를 통해 법원의 판단을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더 주목하는 것은 배상액보다 소송의 파급력이다. 이 사건은 미국 법원이 선정한 '벨웨더(Bellwether·선도 재판)'로, 앞으로 이어질 수천 건의 청소년 SNS 중독 소송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틱톡과 스냅은 같은 사건에서 재판에 앞서 원고 측과 합의했고, 메타는 또 다른 청소년 피해 소송도 앞두고 있다.
메타를 둘러싼 법적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회사는 최근 뉴멕시코주가 제기한 청소년 보호 소송에서 3억7500만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벌금 판결을 받고 항소를 준비 중이다. 미국 29개 주 법무장관이 제기한 SNS 유해성 소송도 다음 달 본격 심리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로이터통신은 캘리포니아·콜로라도·켄터키·뉴저지 등 4개 주가 별도 소송에서 메타를 상대로 최대 1조4000억달러 규모의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타는 이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는 과도한 요구"라며 반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항소심이 단순한 손해배상 사건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의 책임 범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한 책임은 제한적으로 인정받아 왔지만, 앞으로는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설계된 알고리즘과 서비스 구조까지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메타와 구글은 물론 틱톡, 스냅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서비스 운영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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