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폐 기준 강화 후폭풍…코스닥 급락에 '제도 손질' 목소리
- 13일 첫 관리종목 지정…연말부터 상장폐지 절차 본격화
실적 양호한 기업도 우려..."원칙 흔들면 안 돼" 시각
최근 코스닥 반등 역시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되면서 중소형주는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기업 경쟁력보다 시장 변동성이 상장 유지 여부를 좌우하는 구조가 됐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의 큰 틀은 유지하되 급락장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을 반영할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시총 기준 강화 후폭풍...일부 제도 완화 시각도
실제 강화된 상장폐지 제도는 이달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13일 시가총액 기준을 처음 적용한 관리종목 지정 결과를 발표한다. 시가총액이 지난달 1일부터 30거래일 연속 200억원을 밑돈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200억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연말부터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올해는 신규 상장 기업보다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상장폐지 제도 개편을 통해 코스닥 상장유지 시가총액 기준을 기존 150억원에서 올해 200억원, 내년 30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상향했다.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도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했다. 경쟁력을 잃은 한계기업을 신속히 퇴출해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활발한 '다산다사(多産多死)' 시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규모가 신규 상장을 웃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3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일반기업은 21곳에 그쳤다. 신영증권은 올해 일반기업 신규 상장을 64~68곳으로 전망했지만, 상반기 IPO 부진을 감안하면 코스닥 신규 상장만 놓고 보면 상장폐지 규모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제도 개편 당시 시뮬레이션을 통해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을 약 150곳으로 추산했다. 주가 회복과 액면병합 여부 등에 따라 100~220곳 수준까지 변동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지난달 코스닥 급락이 겹치면서 상장폐지 대상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20% 넘게 하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최근 반등에도 개별 종목의 회복세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기준 미달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폐지 요건 강화가 시행된 지난 7월 이후 시가총액 미달을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장사는 우선주와 스팩(SPAC)을 제외하고 23개사다. 지난달 한 달 동안 시가총액 미달 관련 관리종목 지정 우려 공시를 낸 코스닥 상장사는 30개사에 달했다.
지난 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인 코스닥 상장사는 201개로 전체의 약 11%를 차지했다. 코스닥지수가 최근 반등했지만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기업 가운데 상승 종목은 100개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반면 시가총액 200억원 이상 기업은 1619개 가운데 1405개(86.8%)가 상승하며 반등의 온기가 대형주와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됐다.
시장에서는 관리종목 지정 우려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을 내거나 자본잠식이 없는 기업도 적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기업 경쟁력 저하보다 시장 급락에 따른 시가총액 감소가 관리종목 지정의 직접적인 원인인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 충격도 반영해야" vs "원칙 훼손 안 된다"
시장에서는 상장폐지 제도 강화의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시장 전체가 급락한 상황까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올해 상장폐지를 피한 기업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내년부터 코스닥 상장유지 시가총액 기준이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다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올해 가까스로 기준을 충족한 기업 가운데 일부는 내년에 다시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위험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오는 13일 첫 관리종목 지정 결과는 강화된 상장폐지 제도의 첫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시장 급락 속에서도 '다산다사' 원칙이 안착할지, 아니면 시장 변동성을 반영한 제도 운영 방식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지 자본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상장폐지 제도의 큰 틀은 유지하되 시장 변동성을 반영할 수 있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은 시장 전체의 급락과 개별 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충분히 구분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에 대해서는 상장폐지 요건을 일부 달리 적용하거나, 시가총액 기준의 단계적 상향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현재 정책은 코스닥 활성화보다 부실기업 정리와 상장폐지 제도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코스닥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는 실적과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자금이 일부 종목에 집중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시장 원리"라며 "상장폐지 기준만 손질한다고 시장 전반으로 투자자금이 확산되기는 어려운 만큼 시장 활성화 대책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상장폐지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한 핵심 장치인 만큼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따라 기준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일시적인 증시 변동을 이유로 예외를 확대하면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결국 부실기업이 시장에 장기간 잔류하는 부작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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