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CM, 프리즈 위크 맞춰 김창옥 첫 개인전 개최
제품 협업도 논의…예술로 브랜드 경험 확장
패션·럭셔리 브랜드들이 미술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작가와 협업한 제품을 내놓는 데서 나아가 매장에서 전시를 열고 아트페어를 후원하는 방식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제품을 판매해야 할 핵심 상권의 매장을 전시에 내주는 브랜드도 있다.
패션과 미술의 협업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협업의 무대가 제품에서 매장으로 넓어지고 있다. 패션 브랜드들이 제품을 팔아야 할 공간에 작품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옷 파는 매장에 작품 거는 이유
MCM은 9월 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청담동 MCM HAUS에서 ‘김창옥: 위로의 흔적’을 연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MCM은 프리즈 위크 서울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강연가 겸 방송인 김창옥이 미술 작가로 여는 첫 개인전이다. 김 작가는 약 6년 전부터 옻 작업을 해왔다. 제주와 파주의 작업실에서 옻을 반복해서 바르고 건조하는 작업을 이어왔지만 그동안 이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지는 않았다.
MCM과의 인연은 김 작가가 MCM 행사에 참석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김해리 MCM 대표에게 작업물을 보여준 것이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작품을 본 뒤 MCM HAUS에서 전시할 것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지난 9월 2일 MCM HAU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팀원들에게 보여줬는데 전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며 “작업에 임하는 태도에서 진정성과 열정을 봤지만 무엇보다 작품 자체의 매력이 컸다”고 말했다.
올해 MCM이 김창옥을 선택한 배경에는 기존과 다른 협업을 보여주겠다는 판단도 있었다. MCM은 과거 빅뱅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타와 협업해왔지만 올해 프리즈 위크에는 첫 개인전을 여는 김 작가를 택했다.
김 대표는 “K-팝이나 K-드라마는 누구나 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며 “상품보다는 MCM이 가진 정신적인 가치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MCM은 앞으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창작자를 발굴해 소개하는 예술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작가의 옻 작업도 전시를 결정한 배경이 됐다. 옻을 여러 차례 덧바르고 건조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업으로, 이번 전시에는 신작 ‘울다’와 ‘선 없는 선’ 등이 공개된다. 김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생각이 줄고 필요한 생각만 남았다”며 작업 과정에서 위로를 받았고, 여기서 전시 제목인 ‘위로의 흔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양측의 협업이 제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MCM의 독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김 작가의 작품을 본 뒤 협업 의사를 밝히면서 제품 협업 논의가 시작됐다. 다만 김 작가는 “컬래버레이션 이야기는 어제 나온 것”이라며 “구체적인 작업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MCM이 MCM HAUS를 전시장으로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리즈 서울이 처음 열린 2022년에도 프리즈 기간에 맞춰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당시 최정화 작가는 MCM의 가을·겨울 컬렉션을 활용한 설치 작품을 전시했다. 지난해에는 프리즈 위크 기간 베어브릭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열었다.
매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전시에 활용하는 이유에 대해 MCM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을 짚었다.
김 대표는 “요즘은 고객들이 브랜드의 상품만 소유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며 “브랜드가 가진 가치나 지향하는 목표가 자신과 맞는지, 그 브랜드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이를 어떻게 기억하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MCM HAUS는 판매만을 위한 공간도, 전시만을 위한 공간도 아니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문화적인 활동을 하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다. 제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의 DNA를 파는 것”이라고 했다.
미술에 공들이는 패션업계
MCM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도 패션·럭셔리 브랜드들이 미술과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 로에베는 서울 청담동 까사 로에베에서 ‘2026 로에베 재단 공예상’ 수상자인 박종진 작가의 전시를 선보인다.
스톤 아일랜드는 프리즈 서울의 신진 갤러리 섹션인 ‘포커스’를 지원하고 이용재 작가와 협업한 티셔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프리즈 기간에는 국내외 갤러리와 컬렉터, 미술계 관계자들이 서울에 모인다. 패션 브랜드 입장에서는 기존 패션 소비자를 넘어 미술에 관심이 있는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상품을 진열하던 매장을 전시와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이런 고객과 접점을 늘리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의 전시나 아트페어 후원은 당장 제품 판매를 늘리기보다는 기존 우수고객(VIP)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새로운 고객을 매장으로 유입시키는 성격이 강하다”며 “고가 제품은 구매 주기가 긴 만큼 제품을 사지 않을 때도 고객이 브랜드를 찾게 만드는 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런 경험이 재방문이나 실제 구매로 이어져야 지속적인 투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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