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은행 장민영호, 첫 6개월 시험대]①
반년 새 피소 건수·금액 늘고…금융사고만 1100억원대
‘리스크 관리’ 출신 은행장, 내부 통제 재설계 과제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6개월 차에 소송과 금융사고 등 잠재 리스크 관리라는 첫 시험대에 올랐다. 장 행장은 노사 갈등으로 공식 취임이 한 달가량 늦어지는 등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던 데 이어, 취임 초기 중국법인 금융사고와 늘어난 소송 리스크까지 마주했다. 본점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지낸 내부 출신 행장인 만큼, 해외법인과 제휴사에 대한 통제 체계를 다시 세우는 일이 장민영호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소송 늘고 통상임금 변수까지…잠재 부담 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연결기준 올해 상반기 말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은 366건으로 지난해 말 300건보다 22% 늘었다. 피소금액도 같은 기간 1377억8400만원에서 2456억1800만원으로 78.3% 증가했다. 기업은행 별도 기준으로도 올해 상반기 말 피고 계류 소송은 275건으로 지난해 말보다 3.8% 늘었다. 피소금액은 1321억100만원에서 2096억200만원으로 58.7% 증가했다.
우발채무는 아직 확정된 부채는 아니지만, 향후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실제 손실이나 자금 지급 의무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 위험을 뜻한다. 기업의 채무를 대신 갚기로 한 지급보증과 미사용 대출약정, 소송·손해배상 청구 등이 대표적이다. 당장 재무제표상 비용으로 반영되지 않더라도 보증 사고나 소송 패소가 현실화하면 충당금 적립과 손실 인식, 자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은행 건전성을 가늠하는 ‘장부 밖 위험’으로 꼽힌다.
피소 건수와 금액이 모두 실제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송 결과와 손실 규모를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에 따라 충당부채로 반영되거나 우발사항으로 주석에 기재된다. 다만 소송이 장기화하거나 패소할 경우 일회성 비용과 평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관리가 필요한 위험 요인이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은 대표적인 변수다. 기업은행은 재직·퇴직 근로자와 통상임금 추가지급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은 2016년 1심에서 기업은행이 패소한 뒤 2017년 2심에서 승소했으나, 지난해 1월 대법원이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기업은행은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소송 결과를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 결과에 따라 추가 임금과 지연이자 등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행 피소 건수는 전년 말 대비 6월 말 10건 증가했다”면서 “상속예금반환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등으로 건수 및 금액이 일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법인 사고까지…올해 공시만 1100억원대
기업은행 중국법인에서 발생한 833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는 장민영호가 마주한 리스크 중 하나다. 기업은행 중국법인은 현지 비은행 금융기관 A사와 협약을 맺고 온라인 대출 플랫폼 B사를 통해 차주 모집과 원리금 상환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B사가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계좌를 임의로 변경하고, 실제 입금 없이 정상 상환한 것처럼 허위 정보를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차주들은 대출금을 갚고도 미상환·연체 상태로 처리돼 추심과 신용도 하락 피해를 봤고, 기업은행은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정산금이 들어오지 않고 차주 민원이 늘어난 지난 6월 24일에야 사고를 처음 인지했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사고 기간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 약 7개월이다. 중국 금융기관 5곳은 이미 지난 3~4월 B사를 협력 기관 명단에서 제외했다. 현지 금융사들이 거래 위험을 감지해 관계를 끊는 동안 기업은행은 이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해외 관계기관에서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현지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필요한 법적 대응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내부통제 절차도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전 사고지만…장민영 ‘수습 능력’ 검증대
기업은행이 올해 공시한 금융사고 규모는 중국법인 사고를 포함해 1100억원을 웃돈다. 기업은행은 지난 6월과 7월 각각 상가 분양 관련 대출 사기 182억2100만원, 외부인 사기 혐의 사고 94억3971만원을 공시했다. 해당 사고의 발생 기간은 각각 2024년 5월 3일부터 2025년 10월 24일, 2021년 3월 16일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다.
이들 사고는 장 행장 취임 전 발생했거나 관련 계약이 체결된 사안이다. 사고 발생 자체의 책임을 장 행장 개인에게 직접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장 행장이 기업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과 부행장을 지낸 ‘리스크관리 전문가’라는 점에서, 취임 이후 사고 인지·보고와 피해 수습이 적절했는지는 별개의 검증 대상이다.
오는 국정감사에는 장 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금융사고 인지 경위와 보고 과정, 실제 손실 및 회수 가능성과 체계 개선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행장이 금융사고 수습과 내부통제 개선책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리스크 전문가’라는 이력의 첫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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