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AI 가전 시대 ‘연결’ 강조하는 삼성·LG…보안은 어떻게 하고 있나
- ‘연결’ 늘어날수록 커지는 해킹 위협…하드웨어 격리부터 블록체인 검증까지
독자 보안 체계·공인 인증 앞세워 글로벌 AI 홈 주도권 선점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 가전의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두 회사가 AI 가전의 핵심으로 ‘연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연결되는 기기가 많아질수록 해킹에 노출될 수 있는 경로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냉장고와 TV, 로봇청소기 등 집 안의 가전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스마트폰을 통해 제어된다. 가전 해킹은 단순한 오작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한 사생활 유출은 물론 스마트 도어록이나 인덕션 등 연결된 기기의 무단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 가전 시대에 보안이 제품 경쟁력으로 떠오른 이유다.
특히 가전끼리 연결되는 ‘AI홈’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개별 기기뿐 아니라 연결된 생태계 전체를 보호하는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 독자 플랫폼 ‘녹스’로 보안 강화
삼성전자는 모바일에서 활용해온 독자 보안 플랫폼 ‘삼성 녹스’(Knox)를 가전 생태계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AI 가전 보안의 핵심은 하드웨어 수준에서 데이터를 분리하는 ‘녹스 볼트’(Knox Vault)와 연결된 기기들이 서로 보안 상태를 확인하는 ‘녹스 매트릭스’(Knox Matrix)다.
녹스 볼트는 메인 프로세서(AP)와 운영체제(OS)에서 분리된 별도의 보안 영역이다. 기기가 악성코드에 감염되거나 메인 시스템이 공격받더라도 로그인 자격 증명, 생체 인식 정보, 기기 암호화 키 등 주요 정보를 별도 공간에 저장해 접근을 제한한다. 소프트웨어를 통한 침투뿐 아니라 전압 변조나 물리적 분해 등 하드웨어를 직접 겨냥한 공격에도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녹스 매트릭스를 통해 연결된 기기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협에도 대응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 TV와 냉장고, 로봇청소기, 모바일 기기 등이 하나의 ‘트러스트 체인’(Trust Chain)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기기들이 서로의 보안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한 기기를 식별한다. 특정 기기에서 보안 위협이 감지되면 네트워크 접근을 제한해 다른 기기로 공격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다. 개별 제품을 각각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결된 가전 전체를 하나의 보안 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LG쉴드 앞세우는 LG전자
LG전자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보안을 반영하는 소프트웨어 보안 개발 프로세스(LG SDL)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중심으로 자체 보안 시스템인 ‘LG 쉴드’ 적용 범위도 넓히고 있다.
LG 쉴드는 ▲데이터 저장 ▲데이터 전송 ▲사용자 인증 ▲소프트웨어 무결성 ▲업데이트 ▲암호 알고리즘 ▲보안 이벤트 탐지 등 제품 사용 과정에서 필요한 보안 기능을 제공한다. 개인 식별 정보뿐 아니라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저장과 전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유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LG 쉴드는 개인정보 등 고객의 민감 정보를 암호화하고 암호화 키는 별도 공간에 저장한다. 정보 유출과 데이터 변조를 막기 위한 이케이피( (Enhanced Kernel Protection·EKP) 솔루션을 통해 운영체제도 보호한다. EKP는 외부 공격으로 코드나 데이터가 임의로 변경되는 것을 막고 민감한 작업이 별도의 보호 환경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제품 출시로 보안 관리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LG 쉴드 인증 제품은 출시 이후 새롭게 발견되는 취약점이나 해킹 기법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보안 업데이트를 제공한다. 개발 단계에서 취약점을 점검하고 제품 판매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보안을 관리하는 구조다.
AI 가전 보안, 글로벌 시장 진입 조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외부 기관의 보안 인증도 확대하고 있다. 양사는 글로벌 안전 과학 전문기관 UL 솔루션즈의 사물인터넷(IoT) 보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인증을 획득했다. 다이아몬드 등급은 악성 소프트웨어 변조 탐지, 침입 시도 차단, 데이터 암호화, 익명화 처리 등 여러 보안 항목을 평가해 부여한다.
AI 가전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주요국의 규제 강화와도 맞물려 있다. 유럽연합(EU)은 ‘사이버 복원력 법’을 통해 디지털 요소가 포함된 제품의 사이버 보안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소비자가 IoT 제품의 보안 수준을 확인할 수 있도록 ‘사이버 트러스트 마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보안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해외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대응해야 할 기준이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AI 가전은 기존 가전보다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여러 기기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보안의 중요성이 크다. 하나의 제품에서 발생한 보안 문제가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기기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제조사들이 개별 기기의 데이터 보호뿐 아니라 기기 간 연결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제품 출시 이후의 보안 관리까지 범위를 넓히는 이유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AI와 센서가 결합된 스마트홈 환경에서는 개별 기기의 보안뿐 아니라 연결된 기기 사이에서 위협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체계가 중요하다”며 “AI홈 경쟁이 본격화될수록 소비자가 안심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보안 체계를 갖추는 것이 제조사의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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