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300조 생산적 금융” 외친 장민영, 지원·건전성 두 마리 토끼 잡을까
- [기업은행 장민영호, 첫 6개월 시험대]②
취임 200일 훌쩍…6월 말 36조원 공급하며 정책금융 확대
혁신기업 투자·취약 차주 지원 확대 속 수익성·건전성 관리 과제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생산적 금융’을 전면에 내걸고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확대에 나섰다. 2030년까지 300조원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가운데, 혁신기업에는 성장 자금을 공급하고 취약 차주에는 회생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지켜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IBK형’ 지원은 다를까…정책금융 시동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8일 장민영 행장은 취임 200일을 맞았다. 그간 행장에 대한 내평가는 ‘무난하게 잘하고 있다’는 의견과 ‘아직 취임 초기인 만큼 성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으로 갈리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장민영표 기업은행의 성적표는 생산적 금융이 기존 중기대출 확대를 넘어 혁신기업 성장과 취약 차주의 재기를 얼마나 뒷받침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장 행장이 취임과 함께 내놓은 핵심 과제는 생산적 금융 확대였다. 그는 취임사에서 ‘IBK형 생산적 금융’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100일을 맞은 5월에는 생산적 금융 확대 구상이 한층 구체화됐다. 장 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연체 기업 제재보다 현장 지원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기업은행의 역할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업은행은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을 약 300조원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 30-30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공급액은 36조760억원으로, 전체 목표의 약 11.7%에 해당한다. 6월 말 기준 부문별 지원 규모를 보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이 28조8971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벤처·투자·인프라 부문 공급액은 2조8150억원, 소비자 중심 금융은 4215억원, 기타 부문은 3조9424억원이다.
우량 중기 쏠림 막고, 혁신·회생금융 늘릴까
다만 생산적 금융의 성패는 목표 금액을 채우는 데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공급액의 약 80%가 중소기업·소상공인 부문에 집중된 만큼, 향후 자금이 담보력과 신용도가 높은 우량 중소기업에만 쏠리지 않도록 하는 일이 과제다.
장 행장은 기존 중소기업 중심 금융을 넘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혁신기업과 인공지능(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산업으로 자금 공급을 넓히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단순히 대출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와 융자, 인프라 금융을 결합해 성장 단계별 자금 수요를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미래산업 지원을 강조하지만, 초기 단계 기업은 담보와 안정적 현금흐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들 기업에 필요한 자금은 일반적인 대출보다 투자와 보증, 성장 단계별 금융을 결합한 모험자본에 가깝다. 기존 중기대출을 생산적 금융으로 재분류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혁신기업 육성이라는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
반대로 정책금융기관인 기업은행은 성장성이 낮더라도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소상공인과 취약 중소기업 지원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들에게 회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중소기업 전문은행의 존재 이유이지만,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경우 대손비용과 연체율 관리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생산적 금융 늘릴수록…커지는 수익성·건전성 부담
수익성 개선도 과제다. 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은행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207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 감소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이 12.4% 감소한 6663억원에 그친 데 이어 2분기에도 4.4% 줄어든 5415억원에 머문 결과다.
경기 둔화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연체율은 0.94%로 지난해 상반기 0.91%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기업여신 연체율은 같은 기간 0.93%에서 0.98%로 0.05%포인트 올랐다. 생산적·포용금융 확대에 따라 중소기업과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늘려야 하는 만큼, 대출 성장과 함께 건전성을 관리하는 일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장 행장 또한 이를 의식하고 있다. 지난 5월 진행한 100일 간담회에서 그는 “현재 연체율이 급격히 악화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지금은 연체 기업에 대한 강화 조치보다 전쟁과 고물가 등 외부 변수로 일시적 유동성 위험에 노출된 기업 지원에 집중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체율은 다소 오를 수 있지만 관리 시스템상 크게 우려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장민영호 기업은행 성적표는 300조원이라는 공급 규모보다 자금의 질에서 갈릴 전망이다. 혁신기업에는 충분한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취약기업에는 회생 사다리를 놓으면서도 부실 위험은 선별해 관리해야 한다. 정책금융의 공적 책무와 은행의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 장 행장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bp 하락했으나 대출성장률이 1.8%로 확대되며 이자이익은 상승추세로 복귀했다”면서 “생산적금융 실행에 따른 기업대출 경쟁심화와 조달금리 상승환경에도 하반기 금리인상 효과로 이자이익 흐름은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상매각 확대로 신규 부실채권(NPL) 발생비율과 실질연체율의 상승추세가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어 고금리 환경에서 자산건전성 관리필요성은 지속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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