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10년 외친 ‘탈주택’ 외친 5대 건설사…왜 아파트 못 떠나나
- [구호로 끝난 ‘탈주택’ 10년]①
2016·2026년 신규 수주 비교…정비사업 확대로 주택 쏠림 심화
단순 도급 넘어 기획·투자·운영 아우르는 디벨로퍼 전환 필요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주택 의존도는 오히려 커졌다. [이코노미스트]가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 등 5대 건설사의 2016년과 2026년 상반기 신규 수주를 비교한 결과, 비주택 수주는 줄고 주택 쏠림은 심해졌다. 탈주택이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구호에 그친 셈이다.
90%대로 치솟은 주택 비중
주택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은 대우건설이었다.
대우건설의 2016년 상반기 전체 신규 수주액은 4조6191억원이다. 이 가운데 주택은 2조4065억원으로 52.1%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체 수주액 7조1285억원 가운데 건축·주택 부문이 6조7420억원에 달했다. 비중은 94.6%로 10년 새 42.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플랜트 신규 수주는 1561억원에 그쳤고 토목 수주도 67% 감소했다.
GS건설은 주택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2016년 상반기 42.3%였던 주택 비중은 올해 상반기 91.1%로 48.8%포인트 뛰었다. 서울 성수1구역(2조1540억원)과 부산 광안5구역(9709억원) 등 대형 정비사업을 잇달아 수주한 영향이다. 플랜트 신규 수주는 284억원에 머물렀다.
현대건설의 건축·주택 수주 비중도 2016년 상반기 41.5%에서 올해 상반기 53.5%로 12.0%포인트 상승했다. 수주액은 2조1054억원에서 12조2087억원으로 늘었다.
현대건설은 비주택 부문에서도 성과를 냈다. 플랜트·뉴에너지 수주액은 전년 동기 8782억원에서 8조6422억원으로 884% 증가했다. 원전과 플랜트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결과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5개사 중 유일하게 주택 비중이 낮아졌다. 2016년 상반기 전체 수주액 4조9725억원 가운데 주택 수주는 3조6289억원으로 73.0%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69.2%로 3.8%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10년이라는 기간을 고려하면 뚜렷한 체질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전체 수주액의 70%가량을 주택·건축 사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주택 비중은 2016년 상반기 13.9%(690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8.2%로 4.3%포인트 상승했다. 삼성물산은 공시상 건축부문에 반도체 공장 등 하이테크 사업을 포함한다. 이에 전체 건축 수주액 9조9520억원이 아닌, 상반기 사업시행인가를 거친 주택 프로젝트 약 1조9000억원을 별도로 추려 비중을 산출했다.
삼성물산은 하이테크 사업 비중이 커 5대 건설사 가운데 주택 의존도가 가장 낮았다.
대형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에 집중한 배경에는 수익성과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확대가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사업 비중을 단기간에 낮추기는 쉽지 않다”며 “재개발·재건축은 불경기에도 일정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수익원을 포기하고 경쟁이 치열한 해외 토목사업만 바라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시 기준이 회사마다 다르다는 점은 수치 비교의 한계다. 일부 건설사는 아파트와 일반 건축, 상업시설, 데이터센터를 ‘건축·주택’으로 묶어 발표한다.
그럼에도 수주가 아파트와 도시정비사업에 집중된 것은 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주택 건축이 늘고 있지만 조 단위 아파트 사업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며 “공시 분류의 한계를 고려해도 주택 편중 흐름은 뚜렷하다”고 말했다.
체질 개선 선도한 삼성·현대도 숙제 남아
다른 건설사들이 주택과 도시정비사업에 수주 역량을 집중하는 동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비주택 사업을 확대해 왔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상대적으로 체질 개선에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2015년 래미안 사업 매각설이 제기될 정도로 주택사업 확대에 신중했다. 이후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등 하이테크 건축을 중심으로 비주택 포트폴리오를 키웠다. 평택 P5 팹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국가 AI컴퓨팅센터,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건설은 해외 플랜트와 원전, 인프라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신한울 원전 3·4호기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 등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수주잔고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두 회사도 과제는 남아 있다. 삼성물산의 비주택 수주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의 첨단 설비투자와 연동된다. 반도체 업황과 그룹 투자계획에 따라 일감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캡티브(그룹 내부)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인 수주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
현대건설은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다. 대형 원전과 플랜트, 인프라 사업은 공사 기간이 길고 원가 관리도 어렵다. 수주잔고 100조원이라는 외형을 실제 이익으로 연결해야 체질 개선의 성과를 입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탈주택’을 완성하려면 단순 도급 시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업 발굴과 기획, 투자, 시공, 운영까지 맡는 디벨로퍼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 건설사들은 주택 호황기에 벌어들인 이익을 다시 부지 매입과 수주전에 투입하는 단기 경영을 반복해 왔다”며 “글로벌 디벨로퍼로 전환해야 주택 경기 하강 국면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K건설이 해외 비주택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정부도 정책금융과 보증 지원을 확대하고 해외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2026년 상반기 5대 건설사 신규 수주 및 주택 관련 수주 비교(단위: 억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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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 2016년 상반기 전체 신규 수주 | 2016년 상반기 주택 신규 수주 | 2016년 주택 비중 | 2026년 상반기 전체 신규 수주 | 2026년 건축·주택 신규 수주 | 2026년 비중 |
| 삼성물산 | 4조9780 | 6906 | 13.9% | 10조4480 | 9조9520 | 18.2% |
| 현대건설 | 5조785 | 2조1054 | 41.5% | 22조8230 | 12조2087 | 53.5% |
| 대우건설 | 4조6191 | 2조4065 | 52.1% | 7조1285 | 6조7420 | 94.6% |
| DL이앤씨 | 4조9725 | 3조6289 | 73.0% | 5조2446 | 3조6284 | 69.2% |
| GS건설 | 5조8600 | 2조4781 | 42.3% | 7조8267 | 7조1279 | 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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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각사 반기보고서·수주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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