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코스피 거래대금 석 달 새 58% 급감…국내 증시 ‘돈 가뭄’
- 6월 50조원에서 9월 20조원대로
금리·유가 부담에 관망세 확산…“지속적 수급 유입 없어”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유가와 금리 급등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6월 하루 평균 50조원을 웃돌았던 코스피 거래대금은 이달 20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거래량마저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지수 움직임과 별개로 시장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9월 들어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조9680억원으로 올해 들어 월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6월 50조3470억원과 비교하면 약 58% 감소한 규모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1월 27조560억원에서 증가해 6월 50조원을 넘어섰지만 이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7월 36조8750억원, 8월 25조8460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이달에는 20조원대까지 내려왔다.
특히 9월 16일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은 15조8550억원에 그치며 올해 들어 일간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37% 오른 6717.97에 마감하며 5거래일 만에 반등했지만 거래대금은 오히려 연중 최저를 기록한 셈이다. 지수 반등에도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는 많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유가와 금리 급등이 꼽힌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5%를 넘어서는 등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고금리 환경에서는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낮아진다. 채권 등 안전자산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는 데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미래 이익에 적용되는 할인율도 높아져 주식 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올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인공지능(AI)·반도체주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것도 거래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AI 투자 속도 조절론이 불거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주의 상승 탄력이 둔화됐고, 시장을 이끌 새로운 주도주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단순한 지수 조정보다 시장의 거래 활력 저하에 주목하고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 변동성 확대와 안전자산 선호 지속, 개인의 본전 매도 등 시장이 활력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단기적인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본격적인 자금 유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나타나는 순환매 역시 주가가 크게 떨어진 종목을 중심으로 한 매매 성격이 강해 특정 종목이나 업종으로 수급이 꾸준히 유입되는 구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가 다시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지수 반등과 함께 거래대금 회복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와 금리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새로운 주도주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의 관망세 역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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