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한화는 시총 34% 늘었는데…카카오 AI 분할엔 물음표 왜?
- [코리아디스카운트 논란]②
물적분할 막히자 기업들 인적분할로 유턴
한화, 방산 지주사 재편에 주가↑
카카오, AI 청사진 제시에도 지주사 디스카운트·실적 의구심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이사회의 주주보호 의무를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인적분할’ 바람이 불고 있다.
인적분할은 모기업에서 떼어낸 신설 법인의 주식을 기존 모회사 주주들에게 보유 지분 비율대로 나눠주는 방식을 말한다. 알짜 사업부를 분리한 뒤 신규 주주에게 신주를 매각하는 물적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가 신설 회사의 주주 지위를 그대로 승계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주주 친화적’인 분할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인적분할을 택했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분할 이후 각 법인이 갖게 될 사업 펀더멘털과 지배구조 성격에 따라 시장의 평가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테크·라이프 사업 분리한 한화, 전체 시총은 ↑
최근 인적분할을 선언한 한화와 카카오의 경우 주가가 정반대로 움직였다. 한화는 지난 8월 1일을 기점으로 한화와 한화M&S로 인적분할됐다. 존속 지주회사인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한화생명 등을 거느리고 신설 지주회사는 한화비전·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을 지배하게 된다.
분할비율은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각각 0.756 대 0.244 수준이다. 신설법인 주식의 액면가 변경을 감안한 분할법인의 신주 배정비율은 1주당 1.22주였다. 기존 한화 주식을 100주 보유한 주주는 분할되는 한화M&S의 주식을 122주 받게 된다는 뜻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분할로 한화그룹의 가치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증권은 지난 9월 16일 한화에 대한 목표주가를 15만6062원에서 17만원으로 올려잡았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분할 거래정지 전 시가총액은 5조9000억원이었는데 분할 재상장 이후 전일 합산 시가총액은 7조9000억원으로 33.9% 증가했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자원분배 효율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화는 방산과 석유화학을 비롯해 금융, 유통, 호텔·리조트까지 성격이 다른 사업을 동시에 끌어안고 있었다. 이 때문에 성장성이 높은 사업이 다른 사업에 가려져 제값을 받지 못하는 ‘복합기업 할인’을 받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예를 들어 방산과 유통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PER·PBR)이 다른데 이런 사업이 모두 ‘한화’라는 한 개의 주식에 묶여 있다 보니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AI 청사진에도 경쟁력 우려 나온 카카오
카카오의 경우 한화와 같은 인적분할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카카오는 지난 8월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분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분할비율은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로 매겨졌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에 검색·추천을 비롯해 예약·구매·결제 등을 수행하는 AI를 결합한다. 카카오X는 금융·콘텐츠·모빌리티 계열사와 신규 투자를 맡는다.
카카오는 기업 분할을 통해 시장에서 각 사업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신중해야 할 때”라고 했고 KB증권은 “에이전트 사업 방향성 긍정적, 관건은 실행력”이라고 평가했다. IBK투자증권은 “중요한 것은 탁월한 계획보다 완벽한 실행”이라고 봤다.
주목할 점은 지난 10월 13일 카카오가 AI 비전을 공개한 ‘이프 카카오’ 행사 이후 증권사들이 카카오에 대해 더 냉정하게 평가를 내렸다는 점이다. 이프 카카오를 통해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그룹 공동 기업 설명회(IR)를 열었지만 카카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 전문가들이 많지 않았던 셈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카카오에 대한 비전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AI 서비스는 GPU 연산력이 소모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유저 사용량이 늘어난다고 했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과금 구조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지속성이나 서비스 퀄리티가 악화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 있다”고 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퍼스널 AI 에이전트 경쟁력의 핵심은 예약, 구매, 결제 등 외부 서비스에서의 실제 작업 수행 능력”이라며 “제한적인 연산 인프라로 완성도 있는 서비스를 얼마나 빠르게 제공할 수 있을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AI 에이전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소셜그래프, 거래 정보, 결제 기능의 유기적 통합이 필수적”이라며 “분할 후 법인 간 서비스 연계와 데이터 공유, 수익분배 등의 이슈를 해결하고, 각 사의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 증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삼성증권은 카카오에 대한 목표주가를 4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내려잡고 투자의견은 ‘보유’를 유지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과거 카카오의 ‘쪼개기 상장’ 전력을 기억하며 중복상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핵심 사업을 여러 회사로 쪼개 상장하면 결국 모회사(카카오) 가치가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X가 인적분할 이후 투자회사 역할을 담당하면서 또 다른 지주사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카카오는 지난 10월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제2차 소액주주 간담회를 열었다. 신종환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록딜은 사실무근이며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주가 약세 흐름에 대해 경영진 모두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신 CFO는 카카오AI의 3자 배정 유상증자 우려와 관련해 “고민하거나 고려한 적이 전혀 없다”며 “카카오AI의 자체 현금 창출력만으로 향후 필요한 인프라와 연산량(칩) 투자를 감당할 만하다”고 해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조직도를 잘라 붙이거나 사업부를 법인별로 나누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의미가 없다”며 “기업의 가치를 올리고 이를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미래 수익 모델과 실질적인 기초체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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