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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Car Racer] ‘얼굴 사장’ 아니라 진짜 내 사업 합니다

[CEO Car Racer] ‘얼굴 사장’ 아니라 진짜 내 사업 합니다

지난해 10월 전남 영암에서 F1 그랑프리가 열렸다. 이후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레이싱에 빠진 CEO도 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우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를 자주 찾는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최재원 SK 부회장도 레이싱을 즐긴다. 프로 카레이서로 활동하고 있는 CEO도 있다. Team106의 류시원 감독, 로제타스톤코리아의 조항우 대표, 이노바투스 에듀케이션의 이진 대표 등이다. 이들 3인을 만나 레이싱과 경영에 대해 들어봤다.
류시원이 자신의 경주차 제네시스 쿠페 운전석에 앉았다.

“레이싱할 때는 ‘연예인 류시원’이란 생각은 단 1%도 하지 않아요. Team106을 책임진 ‘감독 류시원’일 뿐이죠.”

류시원에게 레이싱은 폼 나는 취미가 아니다. 철저한 비즈니스다. 그는 2009년 5월 프로 카레이싱팀 ‘EXR Team106’을 창단하면서 감독이 됐다. 법인 등록까지 마친 ‘Team106’의 CEO이기도 하다. 선수 3명에 메캐닉 8명 등 월급을 챙겨주는 직원만 15명이 넘는다. 류 감독은 “다양한 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며 “현재는 회사가 흑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류 감독과 Team106 팀원들이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Team106은 국내 모터스포츠계에서 이익을 내는 유일한 팀이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의 레이싱팀이 적자에 허덕이는 실정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그는 흑자를 ‘류시원 후광’으로 치부하면 억울하다고 말한다. 류 감독은 “연예인이라 기업 후원을 받는 것이 쉬운 건 사실”이라며 “거기에 독창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레이싱과 접목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것이 Team106을 컨셉트로 한 의류 사업이다. 류 감독은 2009년 7월 캐포츠(CAPORTS: 캐릭터 스포츠 캐주얼) 전문 기업 ‘EXR’과 손잡고 레이싱을 테마로 각종 의류와 잡화를 선보이고 있다. 제품은 명동 EXR 매장 ‘Team106 갤러리’에 진열돼 있다. 그는 여기서 나오는 수익 일부를 로열티로 받는다. 기업 후원 없이 로열티만으로 1년간 팀 운영이 가능하단다. 그는 “계약상 로열티 규모를 공개할 수 없지만 상당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의류 사업으로 매출 올려Team106 갤러리를 먼저 제안한 쪽은 류 감독이다. 그는 “기업 후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스포츠 브랜드 퓨마가 이탈리아 스포츠카 메이커 페라리와 협업한 것을 벤치마킹했다. 전 세계 퓨마 매장에서 페라리 로고가 새겨진 의류와 액세서리가 잘 팔린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F1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페라리팀·레드불팀·르노팀에서 만든 옷이나 모자, 가방이 엄청나게 팔린다”며 “그것을 보며 우리 팀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1 류시원 감독의 경주차 제네시스 쿠페. 엔트리 넘버 72는 그가 태어난 해 1972년에서 따왔다, 2 EXR 명동점 2층에 들어선 Team106 갤러리.

그는 후원 기업인 EXR의 민복기 대표를 찾아갔다. 민 대표는 퓨마의 페라리 라인과 유사하게 EXR 매장에 Team106 갤러리를 만들자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공식 유니폼을 비롯해 재킷, 티셔츠 등 그가 디자인에 참여한 품목만 100가지가 넘는다. 2009년 Team106 갤러리 매출은 40억원. 지난해엔 1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EXR 명동점의 경우 2층 전체가 Team106 갤러리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2009년 일본 하라주쿠에 Team106 전용 매장을 열었고, 올핸 중국에도 오픈할 예정이다.

류 감독은 요즘 사업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는 “레이싱 사업이 수익으로 이어져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다”며 “왜 CEO들이 열정을 갖는지 알 만하다”고 말했다.



다시 태어나도 레이서 되고 싶어Team106의 106은 류 감독의 생일 10월 6일을 뜻한다. 그는 더 많은 사업을 꿈꾼다. “Team106을 중심으로 레이싱팀·아카데미·부품회사·의류회사 등을 계열사로 두고 싶어요. 5년 안에 이 모든 사업 구상을 실천에 옮기는 게 목표입니다.”

허황된 게 아니다. 최근 시작한 ‘슈퍼루키’ 사업을 보면 알 수 있다. ‘슈퍼루키’는 엠넷(Mnet)의 스타 발굴 오디션인 ‘슈퍼스타 K’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레이서가 되고 싶은 사람을 모집해 테스트한 후 최종 두 명을 선발하는 서바이벌 이벤트다.

“레이서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메일이 엄청 와요. 이런 친구들이 자랄 환경이 안 되는 거죠. 제가 그 여건을 마련해줄 겁니다.”

내년엔 ‘Team106 아카데미’도 선보일 계획이다. 아카데미에선 카레이서뿐 아니라 메캐닉·레이싱 모델이 되고 싶은 꿈나무를 교육한다. 그는 “때가 되면 레이싱 대회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과 튜닝 사업도 확대한다. 오는 3월 브레이크 시스템 전문 기업 ‘프릭사’와 손잡고 브레이크 패드 106 라인을 출시한다. 류 감독은 “도요타 자동차의 튜닝을 맡고 있는 TRD나 벤츠 튜닝을 담당하는 AMG처럼 세계적 튜닝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거의 매일 Team106의 용인 캠프로 출퇴근한다. Team106 갤러리에 내놓을 각종 의류 디자인부터 차에 붙이는 스티커까지 손수 챙긴다. 단돈 100원도 그의 결재를 거쳐야 한다. 그는 “우리 팀 분위기가 제일 좋다”며 “월급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제때 넣어주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전 세계 푸마 매장엔 페라리 관련 옷·신발·모자·가방·액세서리 등이 진열돼 있다.

Team106의 성적은 어떨까. 지난해 CJ 티빙닷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제네시스 쿠페전에서 창단 2년 만에 종합우승을 했다. 류 감독은 지피코리아에서 주최한 한국모터스포츠 어워즈에서 감독상과 인기상도 수상했다. 그는 “겉만 화려한 게 아니라 실력도 있는 팀이란 걸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류시원 후광’이라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에도 할 말이 많다. “얼굴 사장, 얼굴 감독이 아니라 진짜 감독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류시원 돈 많으니까 고급 스포츠 취미로 하네?’ 그 소리가 너무 싫었거든요. 저는 나름 모터스포츠를 알리기 위한 사업으로 열정을 갖고 하는데 자꾸 연예인 류시원으로만 보니까….”

그는 모터스포츠 대중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F1 국내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그는 “F1선수는 아시아에선 일본밖에 없는데 제게 F1에 출전하느냐고 물을 정도로 국내 인지도가 낮다”며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적극 나서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그가 레이서의 길에 접어든 지도 어느덧 15년째. 그의 삶에서 레이싱은 어떤 의미일까. “다시 태어나도 레이서가 되고 싶어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거든요. 연예 활동이나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레이싱으로 다 풀어요. 백발이 돼서도 체력만 된다면 계속 레이싱을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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