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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증시 고수와 차 한잔 - 출렁이는 주가에 일희일비 말라

[Stock] 증시 고수와 차 한잔 - 출렁이는 주가에 일희일비 말라

국내 대표적 가치투자 전문가이자 1세대 펀드매니저인 김석규(53) GS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자신의 개인연금 운용 방식을 바꿨다. 고정 금리형에서 주식형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소 공격적인 투자다. 아무리 금리가 낮다지만 노후의 보루가 될 수 있는 목돈을 두고 무리한 결정을 한 건 아닐까.

그는 “올해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 지수 2000선을 기준으로 10~15% 밖에 상승 여력이 없겠지만 2015년 전후로 2700, 2800선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증시가 중간중간 출렁일 수는 있겠지만 길게 보면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본다.

한국 증시를 보면 1980년~1989년까지 10년 사이 코스피 지수가 열 배가 오른 후 2003년까지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저점은 1998년 외환위기 때였다. 지금의 상승세는 2003년 이후 시작된 것으로 지수 3000선을 향해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상태는 마찰

기 또는 휴지기라는 것이다.



올해 증시는 10~15% 상승 여력 그는 그래서 코스피 지수의 단기적 오르내림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코스피 지수는 4월 초까지만 해도 유럽중앙은행의 장기 대출과 미국 경기지표 호조 덕에 2100선에 근접했다. 그러다 스페인 위기설이 다시 불거지고 미국의 일부 경기지표가 부진하게 나오자 4월 12일에는 1980선대로 밀렸다(4월 13일에는 다시 2000선을 회복했다). 지수만 좇다 보면 롤러코스터를 타듯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그가 증시의 미래를 밝게 보는 건 나름 이유가 있다. 우선 저평가 상태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이다. 국내 기업의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 후반에서 10배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보다 낮다.

다음으로 돈의 힘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후 세계 각국이 돈을 풀었다. 미국은 초저금리 상태를 2014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장기 대출로 시장에 돈을 공급했다. 중국도 인플레이션만 잡히면 긴축 기조를 누그러뜨릴 전망이다. 이렇게 풀린 돈은 특히 신흥시장 증시에 몰렸다. 올 들어 세계 각국의 증시가 오른 원동력은 바로 돈이었다.

문제는 돈의 힘이 언제까지 유지되느냐다. 김 대표는 “당분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내다봤다. 예컨대 미국을 보면 대공황과 2차 대전을 극복하면서 재정적자가 급증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120%에 이르렀다. 이걸 인위적인 저금리로 10년 사이에 절반으로 낮췄다. 박 대표는 “현재 선진국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재정적자를 해결할 방법은 저금리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물 부문을 봐도 큰 걱정거리는 없다는 입장이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을 보자. 우선 한국 증시에 미국 못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제를 두고 경착륙 논란이 분분하다. 1분기가 최악이라거나 2분기가 바닥일 거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시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면 저점이 언제 이뤄지느냐보다 저점이 이뤄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몇 개월 차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1분기든 2분기든 바닥을 찍고 다시 회복세를 보이면 증시는 그런 신호를 전후로 오를 것이란 얘기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세계 경제의 엔진인 중국이 잠시 주춤할 때 미국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회복세를 보여 글로벌 증시를 이끌었다. 재정 지출이 어느 정도 민간 수요 회복으로 이어진 것이다. 김 대표는 특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주범이 기업이 아니란 점에 주목한다. 부동산을 매개로 가계와 금융회사가 ‘사고’를 쳤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원래 어려운 미국 자동차 회사를 빼고는 큰 기업이 쓰러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은 금융위기 전이나 후나 투자가 많지 않았다. 앞으론 달라질 수 있다. 내구재 주문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정부의 재정 지출에 기업의 투자까지 늘면 고용이 늘어 소비도 증가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 경제와 증시를 떠받치는 사이 중국까지 살아나면 금상첨화다. 중국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4%에서 3%대로 떨어지는 사이 지급준비율을 2번 내렸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정책을 완화할 여력이 크다. 중국 정부는 부채가 적어 물가 걱정만 없다면 얼마든지 경기 부양에 나설 힘이 있다. 게다가 중국 중산층이 늘고 이들의 소비 여력이 커지고 있다.



수출주와 중국 내수 관련주 주목박 대표는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은 후 좀처럼 더 오르지 못하고 주춤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여러 호재에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장은 중국 경제가 살아날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대단하다고 평가한다.

국내 기업은 선진국 기업과 달리 지난 15년 동안 구조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세계 어디 내놔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것도 국내 기업에 호재다. 세계 어느 나라와도 무역이 원활한 시대지만 그래도 거리가 가까우면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수출주, 중국 내수 관련주에 주목하라고 권한다. 이런 범주의 종목 가운데 좀 더 경쟁력이 있는 기업을 골라 몇 년 들고 가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시장이 주춤할 때 내수주를 주목할 만하지 않을까. 그는 “아니다”고 말한다.

국내 실질 임금총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만큼 수요가 늘기 어렵다는 근거에서다. 더구나 금융 규제 리스크도 여전하다. 그는 “위기 때 내수주를 사라는 사람도 있지만 싸다는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이끄는 GS자산운용은 GS그룹의 금융계열사로 2008년 7월 출범했다. 신생 자산운용사로 2008년 9월에 첫 설정한 펀드의 3년 누적 수익률은 펀드업계에서 상위 10% 안에 든다. 서울대 국제경제학를 나온 김 대표는 대우 국제금융부, 한국투자신탁 조사부 경제조사과, 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팀 펀드매니저와 교보투신 대표이사를 거쳤다.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기자 nam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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