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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엔화 약세 이어질지 지켜봐야

Stock - 엔화 약세 이어질지 지켜봐야

자민당 재집권 전망에 약세로 돌아서…한국 자동차 등 가격 경쟁력 타격 우려
12월 치러지는 총선에서 차기 일본 총리가 유력한 둔 아베 신조 일본 자민당 총재는 무제한 양적 완화로 경기를 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화 약세가 심상찮다. 2개월 동안 절하 폭이 크진 않았지만 80엔을 돌파해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적 요인이 엔화 약세의 주요인이다. 12월 실시되는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의 재집권이 점쳐지고 있다. 이들의 경제 정책은 일본은행의 ‘무제한 자금 공급을 통한 경기 부양’으로 요약되는데 이 경우 엔화 약세 기조가 정착될 수 있다.

올 한해 엔-달러 환율은 10엔이 안 되는 범위 내에서 움직였다. 3월 중순에 84엔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다시 70엔대 중반으로 떨어졌고 10월까지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중 내내 엔화가 강세를 유지한 데에는 투기적 수요의 역할도 있었다.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로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부상해 달러화와 함께 엔화가 선호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내내 엔화 강세일본 경제 악화와 무역수지 적자 역시 엔화 약세 요인이었다. 올 3분기 일본의 경제 성장률이 -0.9%로 떨어졌다. 3분기 만에 성장이 다시 후퇴했다. 경기 둔화가 소비, 설비투자, 수출 등 모든 부문에 걸쳐 나타나 외부 요인 이상으로 일본 경제 내부에도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달러화 공급도 줄었다. 3분기 일본의 수출은 7.2%가 줄어든 반면 수입은 1.8%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사상 최대인 16조9000억 엔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무역 적자가 계속되고 적자폭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일본은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수출에 기댄 성장을 해왔는데 이런 구도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2010년 기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29%다.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PIGS국가(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평균 12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렇게 재정이 좋지 않음에도 일본이 위기에 빠지지 않은 건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 구도에 변화가 생긴다면 일본 국채 소화가 힘들어지고, 엔화가 빠르게 절하될 수도 있는데 최근 무역적자로 인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심이 미국과 유럽의 양적 완화에 맞춰져서 그렇지 일본도 두 지역 못지 않게 돈을 풀었다. 단적인 예로 금년에 일본은행은 자산매입기금 규모를 50조 엔에서 91조 엔으로 늘린 점을 꼽을 수 있다. 엔화 역시 초과 유동성에 의한 약세 요인을 안고 있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엔화가 약세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몇 번 있었다. 대부분 전환에 실패했는데 일본보다 선진국의 통화 정책이 엔화 약세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엔화는 다양한 약세 요인에 노출돼있다. 이중에는 펀더멘털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엔화 강세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다른 어떤 때보다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엔화가 약세로 바뀔 경우 문제가 되는 건 원-엔 환율이다. 지난 20년간 흐름을 보면 원-달러 환율의 경우 외환위기 때 1800원까지 절하된 걸 비롯해 몇 차례 등락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1000원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원-엔 환율은 1400원대에 있다.

사상 최고 수준인데 지난 몇 년간 한국 기업들이 엔화 강세에 따른 혜택을 상당히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 기업의 최고 경쟁자는 일본 기업이다. 2007년에 750원 수준이었던 원-엔 환율이 5년 만에 거의 두 배로 올랐는데, 이는 일본 기업과 비교해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두 배 정도 향상됐음을 의미한다.

원-엔 환율이 1400원대가 되고 4년이 지났다. 오랜 시간 현재 수준이었기 때문에 상황이 변해 원화가 엔화 대비 강세로 바뀔 경우 상당한 충격이 올 수 있다. 엔화가 1000원대로 떨어지면 절하율이 30%가 된다. 우리 기업 중 상대방이 가격을 30%나 깎아주는데도 자기 매출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이미 시장은 이런 변화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9월 이후 종합주가지수 상승에도 자동차 주식이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미국 재정 절벽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홍역을 치렀다. 미국의 정·재계는 물론 월가에서도 재정절벽이 수정 없이 시행되리라 믿는 사람이 없다. 오직 주식시장만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런 현상은 몇가지 점으로 이해가 된다. 우선 작년 8월 부채한도 협상 당시 주가 하락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 지레 겁을 먹었을 수 있다. 심리적 공포가 커진 셈인데 재정 절벽이 최악으로 흐르지 않을 거란 확신이 생기면 주가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표면적 원인과 실제 원인이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 재정절벽을 주가 하락의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높은 주가 수준과 부진한 경기 회복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시장은 단기 반등을 거쳐 다시 약해질 수 있다.



종목별 순환매 이어질 듯이유가 무엇이든 재정절벽의 영향력은 점차 약해질 것이다. 이미 재정절벽이 주식시장을 압박한지 3주가 지났다. 재료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 상태에서는 기존의 악재가 호재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최악의 상황이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인데 상황이 조금만 개선되어도 흐름을 바뀐다.

주식시장이 1800대로 떨어졌다. 시장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두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의 민간 경기 확장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 회복이 시작된 지 반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제 이연됐던 소비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때가 됐다. 둘째 중국경제가 골디락스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사실이다.

중국의 물가 상승률은 1.7%를 기록해 예상치 4%를 크게 밑돌았다. 통화 정책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중국은 아직 자본 투자처가 살아있기 때문에 경기가 크게 하락하기 힘들다. 두 가지 상황 때문에 주식시장은 1800선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내부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코스닥 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 8~9월 거래소 시장이 지지부진할 때 코스닥 시장은 20% 가까이 올랐는데 흐름이 반대로 바뀐 것이다. 자동차 주식이 하락했고 그 사이에 먼저 떨어졌던 조선, 건설 등이 반등했다. 지금은 어떤 종목도 시장을 선도해서 끌고 갈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앞으로도 매기가 계속 순환하면서 주가가 떨어진 종목을 끌어올리는 과정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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