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 결정이 내려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제 중앙은행이 진짜 유동성을 줄이는구나’ 하는 우려로 주가가 떨어졌을까? 아니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생각해 주가가 올랐을까?
가정에 지나지 않지만 시장이 예상한 대로 채권 매입을 100억~150억 달러 정도 줄였다면 주가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양적완화 축소 불확실성 되레 증폭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어서다. 처음 금융완화 정책이 시행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이다. 1조4500억 달러에 달하는 1차 양적완화와 0.5%의 금리 인하가 시작이었다.
그 이후 수많은 정책이 시행됐다. 3차례 양적완화가 있었고, 금리를 0.25%로 떨어뜨려 더 이상 낮출수 있는 여지를 없애 버렸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금리 인상 시기와 조건을 못박는 조치까지 취했다. 8000억 달러에 달하는 단기 채권을 장기 채권으로 바꾸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도 시행됐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그 많은 정책에도 미국 경제가 100억 달러 정도 채권 매입을 줄일 상황도 안 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만큼 경제의 탄력이 약하다는 의미다.
최근 나오는 수치를 보면 이런 걱정이 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8월 미국의 신규 주택착공 건수가 0.8% 상승에 그쳐 시장 예상치(2.1%)를 밑돌았다. 7월 해당 지표의 증가율은 5.7%였다. 시중 금리 상승으로 모기지 금리가 오르자 그 영향이 부동산 부문에 나타난 것이다.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구성을 보면 주택 부문이 경기 활성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태에서 양적완화 축소로 금리가 오르면 경제가 더 위축될 수 있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월별로 대략 18만명 정도의 신규 고용이 이뤄졌지만 노동시장에 새롭게 공급되는 인력이 20만명인 걸 감안하면 실업률이 낮아지긴 쉽지 않다.
또 하나는 불확실성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만일 9월 FOMC에서 100억~150억 달러 정도 채권 매입을 줄였다면 미국 정부가 지금 상황을 어떤 수순으로 풀어 갈 거란 예측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그대로 남게 됐다.
올해 두 번의 FOMC가 남았다. 10월과 12월에 열리는데 10월에는 양적완화 관련 결정을 내리기 힘들 걸로 생각된다. 이번에 양적완화를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이유가 해소되지 않은데다, 2014 회계연도 예산안과 부채한도 확대 협상을 놓고 정치권의 진통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의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건강보험 개혁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9월 20일 공화당이 건강보험관련 예산을 통째로 뺀 예산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는 통과되기 힘들다. 이는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 이전에 예산안이 확정되기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 10월 중순까지 16조7000억 달러 수준인 국가 채무한도를 확대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이렇게 보면 10월은 예산과 부채 한도 협상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므로 양적완화를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남는 건 12월 FOMC다. 버냉키 의장 입장에서 마지막 회의인 셈인데 여기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보다 새로운 의장에게 결정권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내년 상반기 중에 점진적으로 양적완화 축소가 이뤄지고 하반기에 보유 채권 매각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한 후 2015년 정도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걸로 보는 게 타당하다.
외국인 매수가 맹위를 떨칠 때 시장에서는 자금 이동 이유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이뤄지면 신흥시장 중 한국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양적완화 유지는 외국인 매수에 부정적이다. 시행 시기가 모호해져 돈을 옮길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수가 언제까지, 얼마나 들어올 건지를 예측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외국인에게 시장을 개방한 후 한 번도 이 부분과 관련해 제대로 된 분석이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 외국인에 대항하는 세력이 있는지, 그럴 경우 외국인의 영향력이 어떻게 될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현명한 분석이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에 접근하자 국내에서는 1조7000억원 가까운 주식형 수익증권 환매가 이루어졌다. 시장이 완전히 상승 추세에 들어갔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는 한 당분간 환매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시장은 ‘외국인 매수-기관 매도’의 구도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9월 초까지 일방적으로 외국인 매수에 의해 주가가 결정되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당분간 외국인과 국내 기관 사이에 치열한 밀고 당김이 예상된다. 여기에 국내외 경제 모멘텀이 약한 상황이 맞물려 코스피 지수가 2050선을 넘긴 힘들어 보인다. 이 선을 넘기 위해서는 수급과 함께 경기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에 국내외 모두에서 경기가 바닥을 지났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은 이번 FOMC에서 보는 것처럼 정책 방향을 바꿀 정도가 못 된다.
국내 경제 성장률이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으로 올라섰다 해도 주식시장에 힘이 될 수는 없다. 이런 반전이 짧은 시간 내에 성장률을 4~5%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거라면 얘기가 다르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2년 동안 계속돼 온 1800~2050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 1800~2050선 오르내릴 듯자동차·정보기술(IT)에 신경을 쓰는 동안 전혀 예상치 못한 주식이 상승했다. 조선·화학·해운 등이 그 주역이다. 이들의 공통점을 뽑아보면 그동안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경기 회복으로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는 정도다. 앞으로도 이런 매매 형태가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코스피 지수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면 종목 선택 기준을 이익 증가에 맞추는 게 맞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종목 선택은 주가가 크게 하락해 짧은 시간 내에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 지금까지 그런 형태였다. 뭐가 다음 순서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중소형주도 관심을 가져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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