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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국내외 주가 디커플링(脫동조화) 좌우할 두 가지 변수

Stock - 국내외 주가 디커플링(脫동조화) 좌우할 두 가지 변수

상승세 미국 주가의 급변 가능성 미 양적완화 축소 여부도 주목해야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올 들어 한국 증시가 2% 떨어진 반면 뉴욕 증시는 24% 올랐다.



선진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데도 왜 우리는 저항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답답한 노릇이다. 9~10월에 좀 개선되는가 싶더니 11월 들어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 올해 주가 등락률을 보면 미국시장이 24% 오른 반면 우리는 -2%를 기록하고 있다.

세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실적이다. 3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447개 S&P500 기업 중 75% 이상이 예상치와 부합하는 이익을 내놓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2분기에 미국 기업은 사상 최대인 1조5969억 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해당 수치가 1조179억 달러로 36% 줄었다가 2010년에 다시 1조6000억 달러를 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13분기째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하고 있다. 2분기 이익 총액은 2조874억 달러다. 경기회복과 함께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이 줄어든게 원인이었다. 우리 기업 역시 이익이 증가했지만 특정 기업에 의존하는 형태여서 미국 기업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진다.



한국 금융정책 강도 떨어져미국이 금융완화 정책의 직접 수혜자라는 점도 차별화 요인이다. 금융위기 이후 모든 완화 정책이 미국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금리와 유동성 공급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컸다. 그중 2009~2011년까지 3년 동안 공급된 유동성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도 선진국과 금융완화 정책의 보조를 맞춰왔다. 정책 금리를 2.5%로 낮췄고 당분간 인상될 가능성이 없다. 이런 노력에도 선진국에 비해 정책 강도가 떨어진다. 미국이 3차례 양적완화를 취하는 동안 우리는 2010년을 끝으로 유동성 공급 정책을 거둬 들였다.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 환경, 목표 그리고 방안이란 세 개 요소가 필요한데 우리와 선진국은 환경과 목표는 유사하지만 방안에서 엇갈렸다. 이 부분이 쌓이면서 주식시장의 모양이 달라진 것이다. 선진국은 중첩된 효과가 주가 상승으로 연결된 반면 국내시장은 오래 전에 적극적 대응을 끝내 주식시장이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 심리도 밀리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투자 심리가 더 활성화된다. 지금 미국 시장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랜시간 주가가 상승하다 보니 이제는 투자자들이 모든 현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2010년에 우리 시장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우리는 사실상 금융위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었던 반면 세계적인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자 그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주식시장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큰 미국시장에서 악재는 힘을 쓰지 못하고 호재의 영향력이 점점 커진다. 이와 달리 우리 시장은 최고치 기록 이후 2년 반이 지나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앞으로 차별화된 주가 흐름이 계속될까? 9~10월만 예외일 뿐 우리시장은 올해 내내 선진국 시장에 비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만큼 둘 사이의 차별화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얼마간은 펀더멘털 요인보다 투자심리 차이로 수익률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기조 변화도 차별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규모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들어왔다. 우리나라에도 574억 달러가 유입될 정도였다. 문제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 올해 6월에 반대로 45억 달러가 유출됐다는 점이다.

신흥시장이 상대적으로 더 양적 완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증거다. 앞으로도 금융정책 변화에 대한 신흥시장의 과민 반응이 계속될 것이다. 인도·브라질 등이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높은 물가에 시달리는 등 주요 신흥시장 국가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주가가 차별적으로 움직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주가가 여러 펀더멘털 차이를 무시하고 같은 형태로 움직인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2000년 이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04년 7월 코스피 지수가 700포인트를 저점으로 상승해 3년 만에 2000선으로 올라왔다.

대략 세배 수준으로 상승한 셈인데 해당 기간 미국 시장은 40% 상승에 그쳤다. 당시 우리 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와 기업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축적된 이익이 한꺼번에 주가에 반영된 시간이었지만 선진국 시장은 그런 동력이 없었다. 현재 차별화도 여러 펀더멘털 상황을 반영한 만큼 당장 개선되기는 힘들다.



투자자들 못 겪어본 상황 벌어져시장의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선진국 주가 동향이다.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가는 상황임에도 우리 시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선진국 시장이 하락할 경우 그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 비록 주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선진국 시장 역시 안심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투자심리가 굉장히 뜨거워졌는데 투자자들이 주가가 높다고 우려하는 순간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은 IT기업에 문제가 생겨서 터진 게 아니다. 주가에 부담을 느끼던 투자자들이 어떤 순간 일치된 행동을 보인 게 원인이었다.

또 하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다. 워낙 오랜 시간 반복된 얘기여서 식상한 면도 있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인 건 분명하다. 지금 미국의 금융완화 정책은 2009년에 맞춰져 있다. 당시 0.25%였던 정책 금리가 지금도 동일한 수준에 있다. 그 때 1차 양적완화가 시행됐다면 지금은 3차 양적완화가 계속되고 있다. 경제는 2009년보다 크게 회복됐다. 당시 성장률은 분기별로 -8%였던 반면 지금은 2%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금융정책과 실제 경제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언제든지 금융완화 정책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이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이런 흐름이 바뀔 경우 시장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예측할 수 없을 경우 공포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당분간 양적완화를 둘러싼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시장이 반응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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