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살길 찾는 중소 증권사 - 부실채권·투자은행·자산관리로 급선회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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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살길 찾는 중소 증권사 - 부실채권·투자은행·자산관리로 급선회

새 살길 찾는 중소 증권사 - 부실채권·투자은행·자산관리로 급선회

손해 보는 리테일 영업 축소 … 사업 다변화 위험도 적지 않아



증권사의 중개업 시대가 막을 내릴 조짐이다.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갇히고 거래량이 급감하면서다. 여기에 증권사들의 수수료 경쟁 탓에 주식 매매를 통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한계에 봉착했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증권사들은 다른 살 길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은행·대기업 계열 증권사보다는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한 중소형 증권사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브로커리지를 축소하고 투자은행(IB)·자산관리 등의 비중을 높이는 게 눈에 띈다. 수익구조 다변화에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메리츠종금증권, ROE 10.2%로 업계 최고메리츠종금증권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증권사의 실적에 먹구름이 낀 지난해 자산규모 10위인 메리츠종금증권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당기순이익 516억원을 기록했다. 대형 증권사들을 제치고 증권사 중 3위에 올랐다. 전년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한 수치지만 지난해 증권사의 결산기가 바뀐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여전하다. 증권사의 2013년 회계연도는 4~12월이다. 올해는 사상 최대치인 763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다른 증권사들을 훌쩍 뛰어 넘는다. 지난해 메리츠종금증권의 세후 기준 ROE는 10.2%다. 대부분 증권사의 ROE는 2%에 못 미친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리테일(소매영업)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주식 거래량에 수익이 좌우되는 일반적인 증권사의 사업형태를 모방하지 않고 다양한 사업분야를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한 결과라는 얘기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2년 지점과 인력을 줄이고 리테일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2년 8월 32개였던 지점은 현재 20개로 줄었다. 대신 여수신 업무와 부실채권투자(NPL)·오토리스에 집중했다. 2010년 메리츠종금과 합병한 메리츠증권은 종합금융(종금) 업무가 가능하다.

2012년 동양증권의 종금 라이선스가 만료되면서 메리츠종금증권은 현재 업계에서 유일하게 종금 라이선스를 보유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여수신 업무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현재 여수신 사업은 이 증권사 수익의 약 60%를 차지한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예금·대출 마진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형성하고 IB와 FICC(채권·외환·원자재) 트레이딩으로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FICC는 채권·외환·현물·파생상품을 개발해 운용하고 파는 비즈니스다.



대신증권, 부실채권투자·저축은행 인수 등 사업 다각화특히 오토리스와 NPL 투자수익률이 높다. 오토리스는 자동차를 구입하는 고객과 리스회사가 계약해 리스회사가 고객 대신 자동차 대금을 지불한 다음 고객에게 대여료을 받고 이를 대여하는 사업이다. 2011년 본격적으로 시작한 메리츠종금증권의 오토리스 사업은 수입차 부문으로만 특화해 신규 시장점유율 기준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일컫는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의 채권과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부동산담보대출 채권 등이 주를 이룬다. 부도 가능성이 큰 위험 채권인 만큼 리스크가 크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와 신용 분석 전문 인력을 집중적으로 구성해 NPL 사업의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역시 NPL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신증권은 3년 전부터 수익률이 떨어지는 부동산 등의 자산을 매각하고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쪽으로 사업방향을 틀었다. 그중 하나가 NPL 사업이다. 대신증권은 최근 우리F&I 인수에 나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국내 NPL 시장의 큰 손인 우리F&I의 ROE는 10%가 넘는다. 협상 과정에서 다소 난항을 겪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고 있어 곧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우리F&I를 통해 새 사업영역인 NPL 사업에 진출할 수도 있고, NPL을 기초자산으로 한 신탁과 랩 상품을 개발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11년 대신증권이 인수한 저축은행도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자산운용 시장에서는 한국창의투자자문을 인수한 대신자산운용이 롱숏펀드를 앞세워 높은 수익을 올리는 중이다. 업계에서 인력 감축이 한창이던 지난해 대신자산운용은 오히려 대규모로 신규 인력을 충원하기도 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리테일의 손해 폭을 줄이면서 현재 꾸준한 이익을 내는 자산운용과 새로 진입할 NPL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자산운용 사업에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해 펀드 판매를 활성화하고 자산관리 영역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2010년 키움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이후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등 자산관리 영업을 위해 준비해왔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주식시장의 강자다. 펀드수퍼마켓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800억원 규모의 우리자산운용 인수가 마무리되면 온라인 펀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키움증권은 지점 영업 비중이 적기 때문에 애초부터 거래감소로 인한 구조조정 압박과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하다는 장점이 있다.

키움증권은 그동안 대형 증권사 위주의 시장으로 여겨지던 대차거래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후, 보통 1년 이내에 시장에서 주식을 다시 매입해 갚는 거래를 일컫는다. 최근에는 기관 간에 수수료를 받고 증권을 빌려주는 대차거래 시장이 팽창해 증권업계의 새 수익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대차풀’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수익을 낸다. 대차풀이란 증권사가 주식 대여를 허락한 고객 주식을 대차 가능 종목군에 편입한 뒤, 기관 등 제3자에게 대여하고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다. 이 과정에서 주식 대여를 허락한 고객도 일정 부분 수수료를 증권사로부터 받는다.

키움증권은 올해 중순께 대차거래 중개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다른 대형 증권사와 달리 중소형주에 특화된 리테일 대차풀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기관·헤지펀드 등 대차시장의 수요가 증가해 신규 수익원 창출이라는 의미로 진출을 결정했다”며 “개인투자자 비중이 큰 키움증권 특성에 맞춰 중소형주 대차거래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기감이 고조된 중소 증권사들이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위기감이 고조된 중소 증권사들이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KTB·유진은 IB가 ‘효자’KTB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새 먹거리로 IB를 선택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IB분야 전문가인 강찬수 전 서울증권 사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스스로 ‘브로커리지의 문외한’이라 하는 강 부회장을 영입한 만큼 KTB투자증권의 사업 비중도 브로커리지에서 IB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리테일 영업을 위해 투자를 늘렸던 인터넷 모바일 본부를 해체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대신 아이엠투자증권에서 최동희 IB본부장을 비롯한 대규모 인력을 영입했다. 김혁 KTB투자증권 경영관리본부 본부장은 “사모펀드(PE)·벤처투자(VC) 등 투자 관련 계열사의 정통성을 근간으로 IB를 중심으로 한 시너지 극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IB 본부에서만 132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소폭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101억원)도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한해 장사를 IB 본부가 거의 다 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이처럼 IB 등에서의 선전으로 최근 몇 년 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충당금 이슈를 상당 부분 털어내고 가장 어려운 시기에 흑자로 돌아서며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FICC팀을 신설했다.

그간 채권운용팀과 채권영업팀, 채권금융팀 체제로 운영이 됐는데,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지난해 말 FICC팀을 새로 꾸려 채권금융본부 산하에 뒀다. 채권금융본부는 지난해 86억원 가량의 순익을 내며 IB에 이어 알짜 본부로 자리매김했다. 교보증권도 FICC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10년 4월 신설된 교보증권 FICC팀은 첫해부터 순이익 50억원을 기록한 뒤 불과 2년 만에 순이익이 372%나 늘며 186억원의 수익을 냈다. 4년 동안 이 부서에서 적자가 난 적은 한 번도 없다. 주요 수익원으로 인정받은 FICC팀은 지난해 초 본부로 승격됐다.

하지만 국내 중소형 IB와 FICC 등 증권사의 신사업 진출이 증권업계의 희망이 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금융 전문가는 “IB는 대기업이 주요 고객인 만큼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거나 실물경제 사정에 따라 부침을 겪을 수 있고, 그마저도 해외 증권사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FICC는 자산 분산을 통한 자체 헤지(위험 회피)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자산 규모가 뒷받침돼야 효율적”이라며 “해외 네트워크도 부족해 결국 ELS·DLS 등 상품에 국한될 수밖에 없어 성장성이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에는 국내 중소형 증권사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틈’ 없어진 틈새시장증권사들이 너도나도 해당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NPL 시장은 은행 등 제1 금융권 우량 NPL의 공개입찰 증가가 예상되면서 참여자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NPL 공매시장은 이미 과열 조짐이 보인다. 소규모 참여자는 높은 매입가로 영업적자를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올해 초에는 NPL이 정상채권 가격에 가까운 원금 대비 99% 값에 팔리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다. 틈새시장에 더 이상 ‘틈’이 없어진 셈이다.

한편 애초부터 브로커리지 수익에 의존하지 않아 증권사에 불어 닥친 한파를 피해가는 독특한 증권사도 있다. 바로 유화증권이다. 이 증권사는 브로커리지보다는 채권·예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한 이자나 임대 수익이 주요 수입원이다. 부동산자산의 임대수익과 금융자산의 이자수익이 전체 수익 중 70% 넘는다. 이와 달리 고객의 자금을 운용해 얻는 수수료 수익은 1년에 30억원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전체 수익 중 15%를 넘지 못한다.

업계에서 ‘증권업 라이선스만 가진 임대업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수익구조에서 리테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보니 비용지출이 심한 지점운용에도 미련이 없다. 유화증권은 지점은 단 두 곳뿐이다. 유화증권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1000%를 웃돈다. 금융당국이 경영개선 권고에 들어가는 NCR 비율은 150% 미만이다. 좋게 말하면 자산건전성이 양호한 것이나 역으로 보면 투자회사가 돈을 굴리지 않고 가둬놨다는 얘기다. 신사업 진출로 수익을 내는 것보다 자산을 지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자기자본수익률(ROE·Return On Equity): 기업의 자기자본에 대한 기간이익의 비율. 자본을 사용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가를 나타낸다. 주주지분에 대한 운용효율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건전성 지표. 자산의 즉시 현금화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증권사 등이 영업 중 직면할 수 있는 손실 예측치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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