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액 급증한 세계 M&A 시장 - 3개 중 1개가 10조원 넘는 대형 거래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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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액 급증한 세계 M&A 시장 - 3개 중 1개가 10조원 넘는 대형 거래

거래액 급증한 세계 M&A 시장 - 3개 중 1개가 10조원 넘는 대형 거래



메가딜(Mega Deal). 최근 글로벌 기업의 M&A 트렌드는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상위권 기업끼리 합병해 덩치를 키우는 추세다. 세계 2위의 의료장비 업체 메드트로닉은 동종 업계 경쟁 회사인 코비디엔을 429억 달러(약 43조5000억원)에 인수해 업계 1위인 존슨앤드존슨의 아성을 위협한다.

세계 최대 시멘트회사인 스위스의 홀심은 4월 7일 세계 2위 시멘트 회사인 프랑스의 라파즈를 흡수합병 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4위의 제약사 화이자는 9위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에 1166억 달러(119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인수 가격을 제시했지만, 영국 내 반대 여론에 밀려 일단 포기를 선언한 상태다.



현금 풍부한 미국 기업 적극적이처럼 선두 기업 간 합병이 활발해지며 1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대형 M&A가 올 1~4월 17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100억 달러 이상의 M&A가 15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된다. 총액을 보면 4월까지 전 세계에서 이뤄진 M&A의 3분의 1을 빅딜이 차지한 셈이다. 덩치 큰 기업이 지갑을 여니 전체 M&A 규모 자체가 대폭 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M&A 시장은 6370억 달러(약 640조원)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 증가했다. M&A가 가장 활발했던 2007년 이후 최대치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올해 M&A 시장이 3조7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기업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특히 미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눈에 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1~2월 미국 기업의 M&A 거래금액은 3361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 증가했다. 건수는 1550건으로 작년보다 적지만 빅딜이 많다 보니 액수는 늘었다. 미국 기업의 자신감의 비결은 풍부한 현금이다.

러셀 3000지수에 포함된 미국 기업 2300개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4월 21일 기준 2조200억 달러(약 2257조원)에 이른다. 1년 전에 비해 13% 증가한 것이다. 최근 6개월 간 미국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2011년 이후 가장 빠르게 늘었다. 금융위기 이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행한데다 현금을 비축하기 위해 투자를 보류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증시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보유한 주식 자산도 늘어 매물로 나온 기업을 사들일 실‘ 탄’이 풍부해진 측면도 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은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면서 투자를 재개하는 모양새다. 특히 성장에 한계를 느끼는 업계 선두 기업일수록 M&A를 통한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M&A가 활발한 업종을 살펴보면 IT 분야를 먼저 꼽을 수 있다. 구글·애플 등 실리콘밸리 글로벌 기업의 발걸음이 가장 빨랐다. 올 상반기 세계 M&A 규모가 감소하는 중에도 IT업계의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40% 증가했을 정도다. 지난해 20개의 회사를 사들인 구글은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14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스마트홈 기기 제조업체인 네스트랩스, 영국의 인공지능 개발업체 딥마인드 등이 구글의 품에 안겼다. 페이스북은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190억 달러(약 20조원)에 사들여 화제가 됐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마이크로소프트·시스코 등 실리콘밸리의 대기업은 각각 수백 건의 M&A를 단행했다. 이쯤 되면 미국 IT업계에서 기업 인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일 정도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실리콘밸리 못지 않게 야심을 드러낸다. 세계 2위의 제약사 노바티스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항암제 부문을 인수하고 백신사업부를 이 회사에 팔았다. 각자 시장 우위가 확실한 분야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아스피린 제조사인 바이엘은 미국 제약사 머크의 컨슈머케어(소비재) 사업부를 142억 달러(약 14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바이엘은 처방전 없이 사는 일반의약품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머크는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전문의약품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캐나다 1위 제약업체인 밸리언트는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과 함께 보톡스 제조사 앨러건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 중이다. 애당초 예상한 400억 달러 규모의 인수금액은 현재 620억 달러(약 62조9000억원)로 오른 상태다. 화이자 역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를 인수하기 위해 최초 101조원에서 109조원, 119조원으로 여러 차례 가격을 올려 제시했다. 사려는 회사는 인수를 위해 끈질기게 달라붙고, 팔리는 회사는 훨씬 높은 인수 가격을 부른다.

이처럼 제약업계의 치열한 인수경쟁은 선두 기업 대표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복제약의 공세에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선두 기업은 덩치를 키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하고 규모가 작은 회사는 구조조정을 통해 핵심 주력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에 투자한다. 각 기업이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오랜 기간 투자를 해야 하는데 차라리 개발비를 M&A에 써서 덩치 키우기에 나서는 게 최근 제약회사의 셈법이다.

그러나 미국 기업의 적극적인 M&A 시도가 비단 경쟁력 강화만을 위해서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법인세율이 낮은 유럽 국가의 기업을 인수해 본사를 옮겨 조세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미국 제약회사인 페리고는 아일랜드의 생명공학회사인 엘란을 인수한 뒤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제약회사인 액타비스도 아일랜드의 약품회사인 워너칠콧을 인수한 뒤 아일랜드로 옮겨갔다. 이 회사는 2년 간 1억5000만 달러의 세금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법인세는 30%인데 아일랜드의 법인세는 17%에 불과하다. 화이자·메드트로닉 등 유럽 회사를 인수하려 시도하거나 이미 인수한 미국 기업은 조세 회피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입맛 맞추려 식품회사 사들이는 중국대형 M&A가 이어지면서 시장 독과점 문제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1위의 케이블TV 사업자인 컴캐스트가 2위 회사인 타임워너케이블을 452억 달러(약48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3년 전 NBC유니버셜을 인수한 컴캐스트가 또다시 대형 딜에 나선 것이다.

케이블TV와 인터넷 서비스라는 플랫폼을 갖춘 컴캐스트는 다수의 케이블 채널을 소유한 NBC유니버셜을 인수해 콘텐트 자산까지 소유하게 됐다. 이번 타임워너케이블 인수를 통해 그동안 진출하지 못한 지역의 가입자를 확보하려는 계산도 깔렸다. 그러나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수준을 30% 선에서 제한하고 있다. 법무부와 FCC는 두 회사의 합병 소식이 알려진 뒤 4개월에 걸쳐 승인 여부를 두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당국의 규제로 T모바일 인수에 실패한 미국 최대 통신업체 AT&T는 미국 최대 위성TV업체인 디렉TV를 485억 달러(약 49조원)에 인수할 방침이다. 미국 3위 이동통신회사인 스프린트가 T모바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 두 건의 M&A도 시장의 경쟁자들을 줄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게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당국은 두 인수 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세계 M&A 시장에서 주목할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중국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6월 25일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FDI)가 올해 처음 순유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 자금이 중국 기업을 사들이거나 투자하는 것보다 중국 자금으로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규모가 더 많아진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국영기업이 해외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M&A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

지난 15년 간 중국 에너지 관련 국영기업이 사들인 해외 자산은 1990억 달러(214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추세에 변화가 생겼다. 머저마켓(Mergermarket)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자산 인수에서 에너지 관련 M&A 비중은 2010년 30%에서 2012년 24%로 낮아졌다.

대신 중국 기업의 해외 M&A가 부쩍 늘었다. 지난해 중국이 주도한 M&A의 3분의 1이 민간기업에 의해 이뤄졌다. 특히 중국 기업은 기술을 확보한 회사에 욕심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초 레노버가 구글로부터 인수한 모토롤라다. 레노버는 휴대전화 사업뿐만 아니라 이 회사가 보유한 모바일 관련 기술 특허 때문에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음료 분야의 인수도 활발하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이뤄진 중국 기업 M&A 중 17%가 해외 식음료 분야였다. 5월 중국의 육류가공업체인 솽후이가 미국의 동종업체인 스미스필드를 71억 달러(약 7조2000원)에 사기로 결정했다. 이번 인수로 솽후이는 세계 1위 업체로 발돋움하며 해외 시장 판로를 열었다.

유제품 기업인 광밍은 이스라엘 동종업체인 트누바푸드의 지분 56%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앞서 영국의 시리얼 제조업체의 60% 지분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경제가 수출기반의 제조업에서 탈피해 소비재 산업으로 관심을 돌리는 현상을 반영한다. 중국인들의 소비 수준이 올라간 것과도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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