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상장폐지로 본 국내 기업 상장사(史)] 60년간 2777곳 상장, 839곳 증시에서 퇴출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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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상장폐지로 본 국내 기업 상장사(史)] 60년간 2777곳 상장, 839곳 증시에서 퇴출

[경남기업 상장폐지로 본 국내 기업 상장사(史)] 60년간 2777곳 상장, 839곳 증시에서 퇴출

▎경남기업은 지난 3월 27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상장된지 42년만에 주식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경남기업은 지난 3월 27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상장된지 42년만에 주식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아파트 브랜드 ‘경남 아너스빌’로 알려진 경남기업이 4월 15일 상장폐지됐다. 상장폐지는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자본 잠식이나 부도 등으로 거래 매매자격을 상실해 상장이 취소되는 것을 말한다. 시공능력평가 24위였던 경남기업은 1조3000억원이 넘는 부채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지난 3월 27일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경남기업은 1973년 2월 12일 국내 건설회사 1호로 상장된 회사로 42년 만에 주식 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27일 기준으로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 상장된 기업 수는 총 1903개다. 코스피 상장기업은 762개, 코스닥과 코넥스 상장기업은 각각 1066개, 75개다.

최근에는 새롭게 상장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상장기업은 109곳이다. 2012년에는 29곳, 2013년에는 85곳이었다. 상장이 늘고 있는 이유는 거래소가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업들의 상장을 적극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올 초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170개 이상 기업을 신규로 상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55% 늘어난 수치다. 투자자들의 주식 매매 거래도 늘고 있다. 4월 27일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시가총액은 1533조4780억8800만원이다. 지난해(1335조원) 보다 12%가 증가했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상장기업이 더 늘어나는데다 업종도 다양해져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1956년 첫 상장기업 탄생

그렇다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기업이 상장되고 폐지됐을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기업 상장이 시작된 1956년부터 2015년 4월 23일까지 상장된 기업 수는 2777개, 상장 폐지된 기업은 총 839개다. 금융투자협회가 발간한 [증권시장의 이해]에 따르면, 1956년 2월 11일 대한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가 설립됐고, 이듬해 3월 3일 12개 회사가 상장되며 주식시장이 열렸다. 지금의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이다. 첫 상장 기업은 조흥은행·저축은행·상업은행·흥업은행 4개 은행과 대한해운공사·대한조선공사·경성전기·남선전기·조선운수·경성방직 6개 기업, 증시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상장됐던 대한증권거래소와 한국연합증권금융 등 증권 유관기관 2곳이었다.

당시 주식은 대부분 정부가 보유하고 있어 일반 투자자들의 거래는 미미했다. 초기의 주식 거래는 ‘격탁(擊柝)매매’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격탁은 마주치면 딱딱 소리가 나는 나무토막을 말한다. 주식을 사고 팔려는 사람들이 거래소에 모여 각각 매수·매도 가격을 부르면 가격과 수량이 일치할 때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치듯 중개인이 격탁을 쳐서 매매 체결을 알렸다. 초기의 주식 거래대금 지급 방식은 지금의 선물거래와 비슷했다. 계약이 이뤄지면 매수대금의 일부만 증거금으로 내고 보통 2개월 뒤에 현금과 실물(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주식 시장의 불을 지핀 것은 1960년대다. 정부가 증권시장 발전을 위해 1962년 1월 증권거래법을 제정하면서다. 이듬해 5월 증권거래법이 개정되면서 당시 대한증권거래소는 정부가 출자하고 관리감독하는 조직으로 재개편됐다. 대한증권거래소는 설립 당시 금융단·보험단·증권단이 공동출자해 만든 조직이었다. 이때 기업 상장도 본격화됐다. 1960대에는 정부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경제 발전의 토대를 닦기 시작한 만큼 산업재와 에너지 기업들이 상장됐다. 이때 상장된 기업은 하나은행·대우중공업·유한양행·대한전선·삼양홀딩스·세아제강 등이다. 1960년대에는 24개 기업이 상장됐다. 특히 1969년 5월 13일 상장한 세아제강이 화제를 모았다. 5000만원을 공모하는데 청약률이 324%에 달했다. 1960년 철강산업에 뛰어든 세아그룹이 설립 7년 만에 세계 최초로 강관을 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세아제강은 수출 규모가 늘면서 공장을 키워야 했는데 이때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상장을 결정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기업상장이 더 활발해졌다. 정부가 1972년 12월 기업의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기업공개촉진법’을 제정하면서다. 기업공개촉진법은 기업의 경영상태와 재무 구조 등을 심사해 기업공개(IPO)를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금융지원이나 세제상의 불이익을 가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1970년대에는 산업구조가 소비재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주로 금융주·산업재·필수소비재·경기소비재 등의 기업이 상장됐다. 삼성전기·삼성SDI·CJ·남양유업·농심·대신증권·현대증권·삼립식품·흥국화재 등이 이때 상장된 대표적인 기업이다. 현재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이때 상장됐다. 삼성전자는 1975년 6월 11일, 현대차는 1974년 6월 28일 상장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72년 말 66개였던 상장 기업 수는 1978년 말에는 356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시가총액도 2460억원에서 2조8925억원으로 11배 이상 성장했다. 주식시장이 정착된 시기로 볼 수 있다.
 1988년 올림픽 효과로 종합주가지수 1000 돌파

1980년대에는 건설·무역·금융회사의 상장이 늘었다. 약달러·저금리·저유가로 3저(低) 호황을 맞으면서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으로 몰렸다. 이때 한화투자증권·S-Oil·삼성증권·광동제약·SK텔레콤·현대모비스 등이 상장됐다. 여기에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의 영향으로 주식시장도 호황을 맞았다. 1985년 100포인트 부근에 있던 종합주가지수는 1989년 3월 20일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넘었다.

주식시장의 활황기였던 1980년대와 달리 1990년대는 그야말로 암흑기였다. 1998년 외환위기로 많은 기업이 줄줄이 부도가 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1995년부터 1999년까지 109개 기업이 상장폐지됐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원은 “외환위기 당시 30대 기업 절반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당시 재계 서열 2위였던 대우그룹이 부도난 것도 이때다. 대우그룹은 현재 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대우증권·대우 인터내셔널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90년 대 말 주식시장에는 다시 훈풍이 불었다. 1999년 말부터 2000년 초반까지 전 세계에 닷컴 붐이 일면서다. 덕분에 국내 주식시장도 활기를 되찾았다. 1996년 코스닥 시장이 열린 것도 한 몫 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코스닥 시장에 IT기업 상장이 크게 늘었다. 2000년대에는 총 1128곳이 상장했는데, 2000~2004년 사이에 632개 회사가 상장됐다. 지난해 10월 카카오와 합병한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안랩 등이 이 시기에 상장됐다. 당시에는 인터넷 사용자와 휴대전화 가입자가 늘면서 통신주(SK텔레콤·KT)와 인터넷주(다음)가 강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IT가 강세를 보이면서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1999년 코스닥 시장에서는 KTF(현 KT)가 대장주로 등극했다. 개인휴대통신(PCS) 등이 보급되면서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활짝 열리기 시작한 때다. KTF는 1999년말부터 2003년까지 5년 동안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다. 코스닥 지수는 2000년 3월 10일 2925포인트(현재 기준지수로 환산)를 기록했다. 코스닥 주가지수는 2004년 전까지는 기준 단위가 100에서 2004년 1월 26일부터 1000으로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호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닷컴 버블이 붕괴하면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결국 코스닥 시장도 1년 만에 주가 지수가 반 토막 났다. 이후 2008년에도 큰 위기가 닥쳤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금융위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의 실적도 덩달아 나빠졌다. 국내에서는 2010년대에만 331개의 기업이 상장폐지됐다.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줄어든 상장 기업 수는 다시 증가 추세다. 2010년 이후 올 4월 23일까지 456개 회사가 상장됐다. 주로 IT·금융·산업재 관련 기업들이다.

내년이면 한국 주식시장은 60주년을 맞는다. 시장에서는 100년 이상 된 미국 주식시장에 비하면 거래량이나 시가 총액 등의 규모는 작지만 60년 만에 세계 10위권에 오른 것은 놀랄 만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미국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84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자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로 환산한 한국 증시 시가총액은 4월 15일 기준 1조3414억달러(약 1432조9000억원)다. 올 들어 4월 15일까지 시가총액 상위 15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증시 상승률은 중국·홍콩·일본에 이어 네 번째다.

한편 상장 1호 기업들은 어떻게 됐을까. 1953년에 첫 상장된 12개 기업 가운데 현재까지 3개만이 남아있다. 그러나 당시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종목은 없다. 경성방직은 1970년 경방으로 회사명을 바꿨고 대한해운공사와 대한조선공사는 모두 한진그룹에 인수돼 각각 한진해운·한진중공업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조흥은행을 비롯한 4개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모두 상장 폐지됐다. 남선전기와 조선전기는 1961년에, 조선운수는 한국미곡창고(대한통운 전신)에 M&A되면서 1962년에 상장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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