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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톱 모델 최소라

아시아 톱 모델 최소라

해외 데뷔 2년 만에 ‘세계 4대 컬렉션 무대에 가장 많이 선 아시아 모델’로 꼽힌 최소라. 앞으로의 목표는 “여전히 동양인 모델을 기용하지 않는 디자이너의 쇼에 서는 것”이다.
최소라는 지난 1년간 4대 컬렉션 패션쇼에 가장 많이 선 동양인 모델로 꼽혔다.
뉴욕과 런던에 모던 한식당이 문을 열고, 한국의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의 팝업 스토어가 패션계 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유독 장벽이 높은 분야가 있다. 패션모델들의 세계다. 파리·밀라노·뉴욕·런던 세계 4대 컬렉션에 서는 백인 모델과 유색인종(흑인·아시아인) 모델 비율은 평균 9대 1. 아시아 모델이 세계 4대 컬렉션 무대에 서는 건 하늘에서 별을 따는 수준이다. 웬만한 경쟁력이 아니고서는 자리를 차지하기 어렵다.

이 고난도 경쟁에서 한국인으로서 당당히 앞서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모델 최소라(24)다. 그는 지난 1년간 4대 컬렉션 패션쇼에 가장 많이 선 동양인 모델로 꼽혔다. 모델 랭킹을 집계하는 모델스닷컴에 따르면 모두 87개의 쇼에 섰다. 그것도 대부분 샤넬·디올·에르메스·구찌·프라다·루이비통 등 럭셔리 브랜드로 분류되는 ‘톱 쇼’들이다. 뉴욕 맨해튼에서 일시 귀국한 아시아 톱 모델 최소라를 만났다.



톱 쇼 디자이너들이 당신을 찾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패션은 늘 새로운 걸 갈구하고, 뉴 페이스를 좋아한다. 역설적으로 운이 좋은 신인에게는 기회가 더 많은 곳이다.



해외 패션쇼 데뷔는 언제였나.


2014년 5월 모나코에서 열린 루이비통 크루즈 쇼가 해외 첫 무대였다. 파리의 모델 캐스팅 디렉터가 먼저 연락해왔다. ‘루이비통에 어울리는 얼굴’이라며 캐스팅 오디션에 한번 와보라고 하더라. 오디션이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보기 때문에 큰 기대 없이 여행 가는 기분으로 혼자 나섰다. 가서 2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 캐스팅 디렉터의 지시에 따라 겨우 몇 걸음 걸었는데 ‘잘 가~’ 하기에 내 컴포지트 카드(신체 치수와 사진을 담은 카드)를 건네고 짐을 챙겼다. 그 사이 안쪽 방에 있는 디자이너 니콜라 제스키에르에게 내 카드가 전달됐고 바로 합격 소식을 들었다. 그날 바로 옷 피팅을 하고,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듣고, 이틀 뒤 모나코에서 쇼를 했다. 행운이 따라줬다.



해외 디자이너들이 좋아하는 당신의 장점은?


말갛게, 깨끗하게 생겨서 좋다고 한다. 피부가 하얗고, 쌍꺼풀이 없고, 광대뼈나 턱선이 너무 강하지 않은 밋밋한 얼굴을 칭찬한다. 어렸을 때는 못생긴 내 얼굴이 싫을 때가 있었다. 주변에서 너도나도 쌍꺼풀 수술을 하니까 잠깐 유혹이 들기도 했는데, 안 해서 천만다행이다.
지난달 공개된 루이비통 2016년 가을·겨울 광고 속 최소라(왼쪽).
 루이비통에서 데뷔했고 루이비통과 잘 맞아
해외 패션쇼 무대에 선 최소라.


특별히 당신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루이비통에서 데뷔했고 이후 한 시즌을 제외하고 모든 루이비통 쇼에 섰다. 2015년 가을·겨울 컬렉션 때 루이비통은 내게 월드와이드 독점 출연을 제안했다. 뉴욕·런던·밀라노·파리에서 열리는 모든 쇼 중에서 루이비통 쇼에만 서야 하는 계약이다. 모델로서는 매우 영광이다. 그런데 쇼 바로 전날 봉제 피팅을 할 때 내 출연이 취소됐다. 결과적으로 그 시즌에는 단 한 곳의 런웨이에도 서지 못했다.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살이 좀 쪄 있었던 게 취소된 원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입기로 돼 있던 옷이 쇼에서 빠진 게 아니라 다른 모델이 입고 나왔으니까. 유명 모델에게도 흔히 있는 일이다. 정말 냉정한 세계다. 그래서 프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악착같이 살을 빼는 건가.


키가 1m79㎝인데, 쇼 기간에는 몸무게 47㎏을 유지한다. 패션위크 시작하기 1~2주 전부터 먹는 걸 확 줄인다. 시즌 때는 한 달 반 동안 물과 초콜릿·바나나로 버틴다. 몸의 굴곡이 드러나지 않아야 옷이 온전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마른 오징어의 물기를 짜는 듯한 느낌이다. 어떻게 한 달 넘게 물만 마시고 버틸 수 있을까하고 신기해하는 사람도 많은데, 진짜 죽을 것 같아도 참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웃음) 재미있고, 더 많은 쇼에 서고 싶은 마음 때문에 많이 괴롭지는 않다. 사실 하루에 캐스팅 오디션을 20군데씩 다니다 보면 사실 밥 먹을 시간도, 먹고 싶은 생각도 없다.



순수 국내파였는데 해외 무대에 도전한 이유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새로운 쇼에 서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었다. 쉽지는 않다. 말도 잘 안 통하고 가끔은 보이지 않게 차별받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최고의 디자이너, 최상의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망이 더 크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었으면 해외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해외는 보수가 적은가?


같은 쇼에 서더라도 모델마다 다르게 받는다. 고액을 받는 수퍼모델급은 소수다. 대부분은 교통비 수준이거나 아예 안 주는 곳도 있다. 현금 대신 옷이나 구두, 가방으로 주기도 한다. 말 그대로 열정 페이다.

- 박현영 기자 park.hyunyoung@joongang.co.kr· 사진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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