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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중소형주 상승 파티 끝났다

[증시 맥짚기] 중소형주 상승 파티 끝났다

코스닥, 당분간 약세 전망...15년 만에 꽃 피운 바이오주 시들



summary | 지금 코스닥시장은 반등을 제외하고는 딱히 기대할 만한 부분이 없다. 투자자들은 이미 코스닥으로 대표되는 중소형주가 상승의 중심에서 밀려났다고 인정하고 있다. 중소형주는 한번 하락으로 돌아서면 5년 이상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다시 오르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테마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올 들어 11월 말까지 코스닥 지수가 12% 하락했다. 600선조차 지키지 못하 는 상황이 됐다. 지난 20년 간 중소형주 움직임에 비춰 보면 아직 바닥에 도달한 것 같지 않다.

중소형주는 상승과 하락 모두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움직인다. 우선 상승은 코스피 지수가 오르는 대세 상승이 끝나고 시장이 한 번 정리되고 난 후 시작된다. 낮은 가격이 중소형주의 상승을 촉발시키는 원동력이 되는데, 대세 상승 기간 중 대형주에 비해 오르지 못해 가격 메리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국면이 지나면 2~3년 후 수익을, 마지막에는 실체가 없는 미래 성장성을 반영하는 상승이 이뤄진다. 이번에도 중소형주는 과거 패턴과 비슷하게 움직였다. 2011년에 대세 상승이 끝났고, 많은 대형주가 하락하고 난 후 중소형주 상승이 시작됐다. 2014년 하반기 이후 1년 간 바이오 주식이 급등한 것도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최대한 반영하는 형태였다.
 지난 20년 간 중소형주 세 번 하락
하락은 투기적인 매매가 끝난 후 시작된다. 중소형주 전체가 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종목 간 옥석이 가려진다. 주가가 기업 내용에 부합하는지는 물론 생존 가능성까지 따지는데, 능력이 안 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우량 기업은 최고점을 경신할 정도로 주가가 높아진다.

앞으로 중소형주가 어떻게 될까?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과거 중소형주 움직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간 중소형주는 세 번의 강세 국면이 있었다. 1995년이 첫 번째인데, 자산주로 시작됐다. 재무제표에 미처 반영되지 않았거나 과소 반영된 자산을 찾아내 이를 주가에 반영하려는 시도였다. 이후 1996년 상승이 전체 중소형주로 퍼졌다. 이번에는 환경 관련 주가 중심이었다. 수질·대기 오염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종목이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중요하게 거론됐던 회사가 83개사로 전체 상장기업의 12%에 달할 정도였다.

2년 동안 상승을 이끌던 중소형주는 1997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외환위기였지만, 위기 이전에도 이미 약세로 기울고 있었다. 하락이 절정에 도달했을 때에 상당수 중소형주가 열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고도 매수자를 찾지 못할 정도였다. 대단한 재료를 보유하고 있다고 얘기되던 기업 중 주가가 하락하면서 재료가 소멸돼 버리는 곳이 나오기도 했다.

다음은 2000년이다. IT버블과 벤처 붐에 닷컴 열풍까지 겹쳐 전례없는 중소형주 상승이 나타났다. 닷컴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시가총액이 거래소의 웬만한 대기업 계열사보다 커졌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 현시점에는 IT기업들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막대한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2000년 상승 역시 폭락으로 끝났다. 나스닥시장이 5000선을 돌파한 후 수익 논쟁에 휩쓸리면서 몇 달 사이에 3000선으로 후퇴했다. 2000년 4월 14일에는 하루에 9.7%라는 기록적인 하락이 발생하기도 했다. 코스닥은 나스닥보다 하락이 더 심해 2000년 초 3000에서 8개월 만에 고점의 6분의 1 수준인 500선으로 떨어졌다. 종목별로도 마찬가지였는데,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 5조원에 달하던 시가총액이 2000년 말 1800억대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세 번째 하락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중소형주 상승은 2000년보다 더 황당한 경우였다. 2000년에는 화상 통화를 내용으로 하는 IMT-2000이나 인간 유전자 지도와 관련된 지놈 프로젝트 같이 얘기될 만한 부분이라도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어떤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과거 주가 움직임에 비쳐 보면 지금 중소형주 하락은 이상한 게 아니다. 주가를 설명해 줄 만한 기술의 진보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는 없을 것 같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상승이 과거에 비해 폭이 작고 시간도 오래 걸려 버블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폭락보다 장기에 걸쳐 지지부진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소형주가 하락하면서 코스닥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600선 밑으로 내려오면서 코스피와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코스닥의 하락 원인으로 수급 악화를 꼽고 있다. 올 7~8월에 신용잔고가 크게 늘었는데 이게 만기가 되면서 매도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부터 투자자들은 코스닥 종목에 대해 신용융자를 대폭 늘렸다. 중소형주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코스닥 종목들이 짧은 시간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코스닥 주가가 정체에 빠지자 외상으로 산 주식을 팔아 하락 위험 방어에 나서고 있다.

3분기 실적은 코스닥이 거래소보다 낫다. 거래소는 2분기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8%와 10.6% 줄어든 반면 코스닥은 늘었다. 외국인이나 기관 매도도 거래소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닥 하락을 수급에 국한해 보면 안 된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기대가 무너진 게 문제인 것 같다. 장기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종목은 상승이 끝난 후에도 바로 시장의 중심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상당 기간 상승세를 이어가는 게 보통인데 과거 조선주가 그랬다. 2003년에서 2007년까지 4년 간 20배 가까이 올랐는데 그 영향으로 조선 경기가 꺾인 후에도 주가가 다시 사상 최고치에 도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2000년 IT도 비슷하다. 버블이 붕괴될 때까지 상승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버블이 사라지고 몇 년이 지난 후까지도 최우선 투자 종목에서 IT가 빠지는 경우가 없었다. 지난 1년간 코스닥시장이 재상승할 거란 기대가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지수가 40% 오를 정도로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인데, 그 후광이 1년 가까이 계속되다 10월에 약해지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성장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것도 코스닥 하락에 한몫을 했다. 코스닥 주가는 성장에 대한 기대가 최고조에 달할 때 빠르고 크게 상승한다. 그 때가 지나고 나면 기대가 현실화될 수 없다는 실망감 때문에 주가가 다시 하락한다. 이번에는 바이오가 성장을 대표하는 종목이었는데, 9월 이후 하락하면서 코스닥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꺾이고 나면 그 국면을 끌고 왔던 종목 역시 사라진다. 주가가 다시 상승하려면 테마나 종목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들 종목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장기 소외된 대형주가 시장 이끌어
지금 코스닥시장은 반등을 제외하고는 딱히 기대할 만한 부분이 없다. 투자자들은 이미 코스닥으로 대표되는 중소형주가 상승의 중심에서 밀려났다고 인정하고 있다. 중소형주는 한번 하락으로 돌아서면 5년 이상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다시 오르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테마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바이오 주식의 경우 15년 전부터 미래의 큰 먹거리가 될 거라 기대를 모으다, 지난해에 비로소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 개념이 주가로 연결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음을 알 수 있다.

올 들어서는 장기간 소외됐던 대형주가 중소형주를 대신해 시장을 끌고 가고 있다. 주가가 낮다는 사실과 그동안 줄어들기만 하던 이익이 상반기에 바닥을 쳤다는 점이 작용한 결과다. 이들 또한 이제는 저주가 상태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상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상승 종목의 숫자가 줄어들 뿐 기본 구도는 이어질 걸로 전망된다. 벌써 상승에서 밀려났다고 보기에는 지난 하락이 너무 크고 길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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