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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섹스산업에서도 ‘후끈’

가상화폐, 섹스산업에서도 ‘후끈’

금융권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차별 피할 수 있고 성노동자에게 더 큰 권한과 독립성 부여해
공식 포르노 산업 규모만 100억 달러에 달해 매년 프로미식축구(NFL)·프로농구(NBA)·프로야구(MLB)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린다. / 사진:CRYPTO INSIDER
전 세계 섹스산업 종사자들이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횡행하는 차별을 피하려고 비트코인과 기타 가상화폐를 이용한다. 성인영화 스타들은 때때로 은행 계좌가 폐쇄당하거나 경고 없이 동결되는 일을 당하기도 한다. 페이팔 같은 핀테크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첨단 스타트업이나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가까지 섹스산업 전반의 많은 개인이 전적으로 합법적인 사업을 하면서도 이 같은 차별을 당한다. 반면 호텔과 미디어 등 성인 콘텐트에서 이익을 올리는 주류 사업체는 그런 불이익을 겪지 않는다.

요즘 성노동자 전용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적지 않다. ABC 뉴스의 추산으로는 공식 포르노 산업 규모만 100억 달러에 달해 매년 프로미식축구리그(NFL)·미국프로농구(NBA)·프로야구(MLB)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그 수익 중 극히 일부분만 연기자에게 배분된다.

최초코인공모(ICO,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본조달)가 성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직접 자본조달 모델이 될 수 있다. 가상화폐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큰 권한과 독립성을 성노동자에게 부여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기반의 스타트업 스팽크체인(SpankChain)은 그런 가상화폐 판매로 이더리움 기반 성인 콘텐트 플랫폼의 자본을 조달한다. 주류 포르노 스튜디오와 웹캠 사이트보다 연기자에게 훨씬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할 계획이다.

성인물 연기자 재니스 그리피스는 “스팽크체인 가상화폐 공개의 상한은 6900만 달러”라며 “가상화폐 사전판매를 통해 수백만 달러가 이미 예약됐고 우리 팀이 시장 수요를 토대로 최종 조달금액을 결정할 것”이라고 IB타임스에 말했다.

성노동자가 라이브로 웹캠 쇼를 하는 상당수 주류 웹캠 사이트는 공연 중 모델에게 팁을 줄 때 법정통화 대신 가상화폐를 이용한다. 시청자는 라이브 채팅 방에서 요구사항을 입력하고 그에 따라 팁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들 토큰은 그 플랫폼에서만 통용된다. 사업자들은 그 플랫폼을 이용해 현금으로 바꿀 때 높은 수수료를 물린다. 그 액수가 때로는 연기자 소득의 절반을 넘는다.

반면 스팽크체인의 토큰 스팽크(SPANK)는 플랫폼 수수료에 보조금을 지원하려는 취지다. 스펭크체인은 블록체인 기반의 그 웹캠 사이트에서 얻는 방송 수입의 단 5%, 그리고 전통적인 포르노 비디오 같은 제품을 위한 더 광범위한 시장에서 얻는 소득의 2%를 모델에게 수수료로 부과할 예정이다. 나아가 그 새 플랫폼에 처음 등록하는 모델 1000명에게 선착순으로 500달러어치의 이더와 스팽크체인 토큰을 무료 제공한다.

연기자 그리피스는 “스팽크체인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본 기록 시스템으로 이용해 은행과 결제 처리업체의 차별에 따른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말했다. “가상화폐를 보유하는 성인물 연기자가 은행이나 페이팔 같은 금융기관의 계좌동결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계좌동결은 섹스산업에 따르는 낙인과 관련해 모든 성노동자가 겪는 극단적인 문제다.”

성인물 업계 4년 경력의 스팽크체인 창업멤버인 그리피스는 스팽크체인이 다른 토큰 기반 플랫폼과 여러 모로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스팽크체인은 현재 개당 340달러 선에 거래되는 이더 코인을 포함해 다수의 이더리움 기반 토큰을 받는다. 스팽크 토큰은 일반 웹캠 토큰과 달리 현금과 교환하는 구조가 아니라 다용도 라이선스 같은 역할을 한다. 보유자는 콘텐트를 방송하고 나아가 남은 방송권을 판매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여러 측면에서 업계의 세력판도를 바꿔 놓는다. 토큰에 의결권도 포함되기 때문에 연기자에게 스팽크 토큰을 통해 플랫폼에 대한 공동 소유권을 부여한다. 이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은 또한 성인영화 제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스튜디오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배급하도록 돕는다. 이 플랫폼은 내년 초부터 가동된다.

핑크라는 또 다른 스타트업은 토큰 판매 없이 독자 가상화폐 자본조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신 법정통화 그리고 개인정보와 익명성을 강화한 모네로를 포함해 각종 가상화폐를 받는다. 핑크 측은 150만~500만 달러의 조달을 희망한다. 조달액이 부족할 경우 투자자에게 추가로 지분을 매각하고 앱의 베타 버전을 완성한 뒤 다시 시도할 계획이다.

핑크는 온라인 콘텐트가 아니라 독립적인 에스코트 서비스(보통 성매매가 포함되는 동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다. 내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출범할 계획이다. 이 모바일 앱은 어느 면에선 호주와 영국의 렌데뷰(Rendevu, 예약과 리뷰 등 우버 모델을 도입한 에스코트 서비스)와 비슷할 전망이다. 고객을 위한 상세한 심사 시스템과 에이전시 대신 프리랜서 근로자에게 초점을 맞추는 추가적인 이점이 있다. 핑크는 네바다 같은 지역 말고는 성매매가 널리 금지된 미국에서도 내년 여름까지 이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법적인 문제 때문에 종업원 신분을 익명으로 유지하고 플랫폼의 프라이버시와 보안 기능에 집중 투자한다.

이들 스타트업 아이디어 모두 아직도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새로 구축되는 플랫폼과 관련해 스팽크체인에 문의해온 모델이 100명도 안 된다. 한편 지금껏 핑크의 스타트업에 참여한 성노동자도 소수에 불과하다. 이처럼 토큰화된 가상통화 자본조달 추세의 증가를 성노동자가 주도하는 운동으로 묘사하기는 어렵다. 전체 가상화폐 커뮤니티와 마찬가지로 이런 팀은 대부분 섹스산업 외부 출신의 남성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성노동자이자 핑크의 사업개발 담당 부사장인 세라 스티븐스는 “사람들은 팔리는 것에 투자한다”며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성노동을 진지한 사업으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핑크와 스팽크체인 같은 팀들은 성노동자를 처음부터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려 애쓴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새 모델이 전통 섹스산업과 같은 불공평한 역학을 피하려면 성인산업 대상의 블록체인 기술과 법률개혁에 관해 더 폭넓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스티븐스 부사장은 말했다.

어떤 스타트업이든 자본조달에서 진정한 지속가능성 단계로 넘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가상화폐와 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낙인으로 방해 받는 플랫폼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가상화폐는 분명 계속 더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섹스산업을 재편해나갈 것이다.

연기자 그리피스는 “신뢰성 그리고 은행과 정부의 차별에 대한 저항 때문에 섹스산업 전반적으로 가상화폐가 널리 받아들여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리 쿠엔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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