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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노리는 와디즈의 두 가지 과제] ‘있게 하다’ 크라우드펀딩, 쉽지 않네

[유니콘 노리는 와디즈의 두 가지 과제] ‘있게 하다’ 크라우드펀딩, 쉽지 않네

리워드 펀딩 신뢰회복, 수익성 마련해야… 경쟁자도 속속 등장
4월 22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공간 와디즈’에서 신혜성 와디즈 대표가 공간 와디즈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 : 와디즈
‘한국 1호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업체.’ 크라우드펀딩 기업 와디즈에 붙는 수식어다.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와디즈에 벤처캐피탈(VC)은 끊임없이 투자를 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받은 투자액은 모두 47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엔 중소벤처기업부 선정한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 대상으로 포함됐다. 벤처 업계에서 와디즈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 등극’을 당연시 여기는 이유다.

과연 와디즈의 유니콘 등극은 예정된 수순일까. 순조롭게 성장하는 듯 보이던 와디즈엔 최근 몇 가지 골칫거리가 생겼다. 가장 큰 문제는 ‘리워드형 펀딩’의 신뢰에 금이 갔다는 점이다. 유튜버의 고발 방송과 투자자들의 송사는 외연 확대가 절실한 와디즈가 넘어야할 큰 산이 됐다. 여기에 최근 공개된 사업보고서는 와디즈에게 경제적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겼다. 과제 해결을 위해 한걸음씩 내딛고 있지만 유니콘 등극으로 가는 여정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최근 성수동에 ‘공간 와디즈’라는 오프라인 복합문화공간을 열었다. 옛 인쇄소였던 낡은 건물을 장기 임대해 와디즈에서 펀딩이 진행되는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용도로 쓴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4월 22일 기자들을 초청해 이 공간에 대해 “기대와 현실의 갭을 인정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신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불공정약관 및 메이커 신뢰도 논란에 대한 신 대표의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와 거래 사이’ 낀 리워드형 펀딩
리워드형 펀딩은 자본이 필요한 기업이 시제품을 선보이면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물건값에 해당하는 만큼의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의 투자다. 투자자는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등을 갖는 것이 아니라 후원을 하고, 대신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제품을 보상(리워드) 받는다. 와디즈의 TV광고에서 나오는 ‘있게 하다’라는 문구는 기존에 없던 상품이 후원자들의 지지를 받아 출시하는 리워드형 펀딩을 은유한다.

이런 방식은 ‘펀딩’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전자상거래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문제 역시 펀딩과 전자상거래라는 개념의 괴리에서 발생한다. 투자자는 제품의 개발자(메이커)가 올려놓은 이상적인 시제품을 보고 투자하지만, 실제 받게 되는 상품은 기대했던 것과 다를 수 있다. 이에 반해 메이커는 시제품을 내놓고 이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후원’을 받은 것으로 본다. 간극은 여기서 발생한다. 심지어 그럴듯한 아이디어만 내놓고 이를 악용하는 메이커도 나타나고 있다.

와디즈의 리워드형 펀딩의 신뢰도를 둘러싼 논란은 와디즈의 성장세와 함께 더욱 커졌다. 최근 한 유튜버가 와디즈에서 펀딩이 진행되는 상품 중 일부에 대해 연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본격적인 공론화가 시작됐다. 최근에는 와디즈 투자자 1695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와디즈의 불공정약관심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와디즈는 지난 1월 제품에 심각한 하자 등이 있는 경우 환불을 받을 수 있는 ‘펀딩금 반환정책’을 내놓았지만 소송인들은 이 약관 역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것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전자상거래법의 룰을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신 대표는 전자상거래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카테고리는 전자상거래의 틀을 씌우는 순간 존재할 수 없는 비즈니스가 된다”고 단언했다.

앞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법을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에 적용할 수 있는지 한국소비자원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해당 연구용역 평가결과서에는 ‘크라우드 펀딩은 불특정성을 내포하고 있어 매매로 보기 어려우므로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통신 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해당 연구용역을 진행한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은 “보상형 크라우드펀딩을 전자상거래로 간주할 경우 청약 철회 등으로 인해 오히려 다른 소비자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있어 적합하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워드형 펀드는 정해진 금액의 투자가 이뤄져야 프로젝트가 개시되는데, 청약 철회로 인해 리워드형 펀딩의 성사 자체가 갈릴 수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생산을 강행할 경우 철회하지 않은 소비자가 오히려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와디즈가 진짜 유니콘이 되려면 전자상거래법이 아니라 ‘새로운 룰’을 만들어야 한다. 신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업을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책임감을 생각하고 있다”며 “입법제의를 통해 사업을 제도권으로 가지고 가는 방안을 내부에서 아젠다로 정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동일하다. 윤 연구위원은 “‘조건성취식 통신판매’로 정의하고 정보제공범위의 확장, 자금 집행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아 법적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크라우드펀딩을 제도화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인 내용에서 크라우드펀딩 업체와 전문가 간 이견도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해외 크라우드펀딩 업체들과 비교하면 와디즈의 약관과 기준은 가장 높은 수준의 소비자 보호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연구위원은 “미국은 전자상거래법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고 상호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계약에 중점을 두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하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와디즈는 우선 메이커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방식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설 예정이다. 신 대표는 “‘메이커 신뢰지수’ 제도 도입을 준비했고, 이달 말 시행된다”며 “와디즈에 대한 개선 목소리를 내는 서포터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고 메이커들을 면밀히 체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100억대, 광고비 제외해도 적자
공간 와디즈 외부 전경 / 사진 : 와디즈
진짜 유니콘이 되기 위해 와디즈가 시장에 증명해야 할 것은 수익성이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와디즈는 지난해 지주사로 전환하고 감사보고서를 처음 발행했는데, 나타난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와디즈는 지난해 4~12월 동안 연결기준 매출 117억원, 영업손실 99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적자를 낸다. 성장기업의 적자를 알면서도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많이 사용하거나 인프라 투자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디즈는 광고비(75억원)를 제외하더라도 약 24억원 적자다. 와디즈의 영업비용 항목에서 경상연구개발비 18억원을 제외하고 특별한 투자비용을 찾아보긴 어렵다. 광고비를 제외하고 가장 큰 비용은 급여(46억원) 항목이며, 퇴직급여도 8억원이 발생했다. 다음으로 큰 지급수수료(34억원)는 매출이 늘어남에 따라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와디즈 측은 사업외형 확장을 위해 인력을 늘린 것이 적자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사업성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사업계획 상으론 올 하반기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월매출 20억원을 달성하면 흑자로 전환하는 구조를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사업에만 집중하면 흑자 전환은 지금도 이룰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럼에도 와디즈의 성공 가능성을 낙관적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 리워드형 펀딩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4~12월 매출(117억원)을 단순 환산하면 연 매출은 156억원 수준. 유니콘을 논하기엔 아직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 분야의 외형성장이 얼마나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성장하더라도 이 분야의 경쟁자들이 적지 않다. ‘크라우디’ 등 크라우드펀딩 업체 뿐 아니라 카카오가 운영하는 주문제작 플랫폼 ‘카카오메이커스’도 리워드형 펀딩 분야의 경쟁자로 꼽을 수 있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지난해 누적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최근 카카오커머스와 합병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커머스와 카카오메이커스의 합병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쟁자들이 상존하기 때문에 와디즈는 사업 다각화에 대한 니즈가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인가받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사업 확장이 최우선 과제다. 현재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분야에서 와디즈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전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성공 건의 3분의 1가량이 와디즈에서 이뤄졌다. 와디즈를 통해 펀딩한 핀테크 보안기업 아톤이 최근 코스닥에 상장하는 등 주목할 만한 사례도 남겼다. 다만 아직 시장이 작은 탓에 사업규모 자체는 미미하다. 신 대표는 “현재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규모는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의 15~20% 수준”이라고 말했다.
 ‘진짜 가치’ 평가는 내년 이후로
신 대표는 스타트업 DB서비스를 카드로 내놨다. 한국기업데이터로부터 100만개 스타트업의 IR자료, 주요멤버, 재무정보 등을 제공받아 ‘스타트업 찾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관과 개인투자자로부터 구독료를 받아 수익을 낼 계획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쉽게 스타트업의 정보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며 “이 플랫폼에서 광고수익을 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간 와디즈’ 역시 사업 다각화의 범주에서 바라볼 수 있다. 우선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의 사업 저변확대를 기대한다. 2층에 마련된 공간에는 펀딩을 마친 제품의 위탁판매도 이뤄지는데, 메이커로부터 수수료도 받는다.

결국 와디즈의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는 IPO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와디즈는 당초 올해 중 상장을 계획하고 주관사 선정까지 마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 침체로 인해 상장 계획을 2021년 이후로 미뤘다.

신 대표는 상장 전 흑자전환을 통해 수익성을 입증 할 것이냐는 질문에 “테슬라 요건(적자 기업이어도 성장성이 있으면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제도)으로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며 “우리 같은 성장기업에게는 흑자를 내는 것보다 얼마나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이익을 내기보다는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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