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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땅, 알고 보니 기획부동산이라면?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개발 계획 있는 척 속였다면 사기죄 고소해야
민사로 계약 취소 및 매매대금 반환 청구도 가능

 
 
 
5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기획부동산에 의해 피해를 입은 성남시 상적동 임야. [경기도 제공]
 
저는 지난해 한 부동산 개발 업체가 소개한 경기도 토지 지분 일부를 샀습니다. 재테크 설명회에 참석했다 만난 업체 관계자가 “해당 토지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개통될 예정이고 현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곧 해제될 것”이라며 매수를 권유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토지 매매계약 이후 알아보니 해당 토지 지분을 소유한 공유자가 무려 20명 정도였고, 업체가 말한 내용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게다가 제가 매수한 토지는 경사도 15%가 넘는 급경사지여서 개발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흔히 말하는 ‘기획부동산’을 매수한 것 같은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확정되지 않은 개발 호재 등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모집, 토지를 쪼개 파는 방식의 전형적 ‘기획부동산 사기’ 수법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하나의 토지를 수십에서 수백 개로 지분을 쪼개어 거래하는 행위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과반이 안 되는 지분만을 소유한 사람은 단독으로 해당 토지에 건물을 짓는다거나 제3자에게 임대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이러한 이유로 부동산 공동 소유는 다툼이 발생하여 소송까지 가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나중에 해당 토지 지분을 처분하려고 해도, 활용할 방법이 없는 토지 지분을 살 사람은 없겠죠. 결국 해당 토지를 매입하는데 들인 대금은 회수하지 못하고 기약 없이 묶여있게 되겠지요.
 
기획부동산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보다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현실적으로 개발 가능성이 없고 해당 토지의 가치가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감추고 “곧 개발이 될 예정이고, 이를 통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 거짓말을 해서 사람들에게 비싼 값을 받아 챙긴다는 것입니다. 상품을 광고할 때 어느 정도의 과장이 수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실제 가치가 거의 없는 토지를 마치 큰 수익이 보장된 것처럼 매수인을 속여 시세보다 비싼 값에 팔아넘기는 행위는 명백히 매수인을 기망해서 재산상 이익을 얻는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질문자께서는 우선 해당 업체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해당 업체의 기망을 이유로 해당 토지 지분을 매수하기로 한 계약을 취소하고, 이미 지급한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민사 소송도 제기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소액 부동산 투자가 가능하다거나 해당 토지의 개발계획이 확정됐다는 이유로 토지 공유지분 일부를 매수할 것을 권유받는다면 급한 마음에 계약금부터 보내기 전에 먼저 실제 개발계획이나 해당 토지의 용도 등 객관적인 가치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또 토지등기부등본을 확인해 해당 토지의 공유자가 몇 명인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수입니다. 만약 공유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금액으로 지분매매를 했고 매매 상대방이 법인이라면 기획부동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자는 법률사무소 서월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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