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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신 반도체 소재·장비株에 눈 돌려라 [이종우 증시 맥짚기]

애플·구글 반도체 독자적 개발 선언에 공급 늘어날 수도
코스피 박스권 머물면 반도체기업 주가 움직이기 어려워

 
 
애플, 구글이 반도체 자체 설계 능력을 갖추겠다고 선언하면서 장기적으로 반도체 시장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중앙포토]
 
반도체 주가가 상승했다. 코스피지수 대비 삼성전자의 주가 위치를 나타내는 지표는 7월 말 바닥까지 떨어졌다. 코스피가 올라가는 동안 삼성전자가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이는 지난해 9월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을 시작하기 직전 수준이다. 7월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대신 바이오, 2차전지 등 성장주가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반도체 주식 오른 건 상대적으로 주가가 싸졌기 때문이다. 
 
수급도 큰 역할을 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8월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1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주가가 8만원 밑으로 떨어져 매도가 줄어든 상태에서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자 주가가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주가가 8만원대로 올라서며 2월 수준을 다시 회복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추가 매수하려면 낮은 가격에 팔았던 주식을 높은 가격에 다시 사들여야 한다. 이런 매매전략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손이 선뜻 나가지도 않는다. 주식을 팔고 난 후 다시 거둬들일 정도로 반도체 업황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지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하반기에 반도체 가격 상승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DDR4 8Gb 반도체 가격이 1분기 3달러에서 2분기에는 3.8달러로 올랐다. 상승률이 27%에 달한다. 3분기에 4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까지 오른 후 4분기에는 추가 상승이 없을 거로 전망된다. 내년 상반기는 가격이 반대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2분기를 정점으로 둔화하는 건 가격 저항 때문이다.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 협상력이 생산업체로 넘어온다. 수요기업들이 다급해져 생산업체의 의지대로 가격 협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반도체 시장이 그런 형태였다. 지금은 가격 상승으로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가격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오포, 비보, 샤오미 같은 스마트폰 업체들은 10~12주 동안 쓸 수 있는 반도체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 기업 역시 8~10주 동안 쓸 수 있는 서버용 반도체를 확보하고 있다. 정상 수준인 4~6주보다 월등히 많은 양이다. 이미 많은 물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높은 가격에 추가로 반도체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 가격 결정권이 수요 쪽으로 넘어간 만큼 당분간 큰 폭의 반도체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반도체 경기가 아직은 정점 도달 못 해 

반도체 경기 회복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된 것도 부담이 된다. 반도체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산업이다. 주가와 실적 전망이 대략 일치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 반도체 이익 전망은 2018년 고점 때보다 조금 낮다. 반면 주가는 그때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어지간한 이익 개선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힘들다.  
 
그렇다고 반도체 경기가 당장 꺾이지도 않을 것이다. 반도체 재고가 과거 피크 때보다 낮기 때문이다. 재고자산회전율이라는 재무지표가 있다. 연간매출액을 평균재고자산으로 나눈 건데, 재고자산이 어떤 속도로 판매되고 있는지 측정할 때 주로 사용된다. 수치가 높을수록 판매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좋다. 2000년 이후 국내 반도체 회사들의 재고자산회전율은 6~16배 사이에 있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재고자산의 16배 수준까지 매출이 늘지만 경기가 나쁘면 6배 정도로 줄었다. 지금 해당 지표가 11배 수준에 있다. 과거 최고와 최저의 중간 정도로 아직 매출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  
 
반도체 수요가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PC와 모바일 쪽에서 반도체를 많이 사용했다. 2분기에 서버용 수요가 증가했고, 하반기에는 스마트폰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판매가 늘어날 걸로 전망된다. 하반기에 글로벌 5G 스마트폰 판매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전망인데, 5G 스마트폰은 4G보다 반도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과거 반도체 경기 둔화는 공급업체가 투자를 늘린 후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수요 확대로 가격이 상승하면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은 시설을 늘려 더 많은 물건을 만들려 한다. 생산만 하면 판매가 돼 시설 확대가 이익 증가로 곧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가 투자를 늘리게 되는데 이게 모여 공급과잉을 초래한다. 다행히 아직 그 단계까지는 오지는 않았다. 
 

당분간 320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 없어 

이번 반도체 주가 상승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외국인 매수에 의한 수급 변화가 상승 원인이어서 더 이어지기 힘들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멈추면 코스피 역시 정체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장에서는 ‘반도체 빅 사이클’ 이란 단어가 유행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언텍트 세상이 열리면서 인터넷이나 유통회사들에 서버가 필요하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이 오랜 시간 오를 거란 전망이었다.
 
실제로 언텍트 세상이 열렸고, 반도체 가격이 상승했지만 기대했던 사이클이 오지는 않았다. 당장 3분기가 반도체 가격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로 현실이 만만치 않다. 주가가 기대를 선반영해 움직였지만, 업종 경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주가가 정체 상태에 빠졌다.  
 
반도체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여러 나라가 코로나 19로 반도체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자동차 생산이 멈추는 걸 경험했다. 미·중간 기술 분쟁이 반도체로 옮겨 붙으면서 주요 선진국이 자국 내에서 반도체의 일정 부분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만큼 생산이 새롭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최근 그동안 반도체 생산과 무관했던 애플, 구글이 반도체 자체 설계 능력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만 위탁 처리하겠다는 건데 장기적으로 반도체 공급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이다. 
 
코스피가 3200까지 떨어진 후 빠르게 상승했다. 당분간 코스피가 320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반대로 3300을 넘을 힘이 없다는 것도 아직 유효하다. 코스피가 3300에 접근하자 상승 탄력이 빠르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당분간 주식시장은 상하 100포인트 내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박스권의 폭이 3%에 지나지 않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는 반도체처럼 지수에 큰 영향을 주는 종목이 움직이기 힘들다. 
 
시장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중·소형주로 모일 수밖에 없어 코스피보다 코스닥이 더 주목받을 것이다. 이런 관계는 반도체 주식에도 적용된다. 반도체 경기 호전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소재와 장비를 생산하는 중소형 기업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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